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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유전자·우주의 신비 벗긴다

중앙선데이 2014.11.16 04:04 401호 8면 지면보기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단장
기쁨·슬픔·화·동정심·죄책감…. 우리 마음은 뇌로부터 만들어진다. 그렇지만 인간의 뇌가 어떻게 의식과 무의식을 조절하고, 감정을 표현하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신희섭 단장이 이끄는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이 도전장을 던진 분야다.

글로벌 과학스타 3인


 연구단은 뇌 시상의 감정조절 원리를 연구하고, 분자·세포·신경회로 변화를 연구해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좌우하는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밝혀내겠다는 목표다. 뇌 속 변화를 영상화하는 바이오이미징 기술을 비롯한 첨단 뇌과학 기술로 인간 행동의 원리를 밝힌다. 신희섭 단장은 뇌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전기생리학적 방법에만 의존하던 뇌과학에 유전학·분자생물학·신경세포생물학·뇌파분석·행동분석 기술을 다양하게 접목하면서 독창적인 연구성과를 일궜다. 뇌의 ‘의식·무의식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생체시계의 핵심 기전을 규명하면서 네이처와 뉴로사이언스 등 유력 해외 학술지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와 관련해 ‘단발성 발화(신경세포 전기신호)’가 공포기억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신경과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수면장애를 진단·치료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하는 수면뇌파 유도방법을 개발했고, 비경련성 발작질환인 ‘압상스 간질’을 치료하는 실마리를 찾아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정 유전자를 없애거나 조작한 ‘유전자 변이 생쥐’를 만들어 특정 단백질이 뇌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연구하고 있는데, 외국 석학들로부터 한국의 신경과학 연구를 세계적 수준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국가과학자 1호에 선정된 석학이다.

유전체 교정 연구단 김진수 단장
‘유전체 교정’이란 신기술이 있다. 유전자 가위라는 인공효소를 이용해 유전체를 재단하는 것이다. 치료용 유전자를 원하는 곳에 안전하게 삽입하거나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유전체는 수천~수만 개의 유전자가 포함된 생명체의 레시피다. 그런데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유전체는 A, C, G, T라고 표기되는 단지 네 종류의 염기가 최대 수십억 쌍 이어진 이중나선 DNA로 구성돼 있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체상의 특정 유전자 염기서열만을 인식해 DNA를 절단한다.

 몸의 유전자뿐 아니라 가축·농작물·어류의 유전자도 교정할 수 있다. 생명과학을 넘어 제약산업, 농축산업, 종자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파급효과가 크다.

 유전체 교정으로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고 동식물의 유전체를 개량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김진수 단장은 유전체 교정 분야에서 세계적인 학자이면서 바이오 산업분야의 창업자로 주목받는다. 지난해에만 네이처 메서드,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등 세계적 권위의 저널에 4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3세대 유전자가위 RGEN을 개발해 유전체 교정에 적용한 논문은 지난해 국내 연구자가 발표한 논문 중 가장 많은 인용 횟수를 기록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석학 반열에 오른 그는 성공한 기업가 모델이기도 하다. 1999~2005년까지 생명공학·분자의학기술 개발업체 툴젠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최고과학책임자(CSO)를 역임했다. 툴젠은 세계에서 1·2·3세대 유전자 가위를 모두 개발한 유일한 회사다. 지난해에는 3세대 유전자 가위를 세계 최초로 사업화했다.

초강력레이저과학 연구단 남창희 단장
펨토초라는 단위가 있다. 1000조분의 1초다. 페타와트(PW·1000조와트)라는 단위도 있다. 1페타와트는 수영장 약 300개 분량의 물을 단 1초 만에 증발시키거나 60W 형광등 20조 개를 동시에 밝힐 수 있는 에너지다. 남창희 단장이 이끄는 ‘초강력 레이저과학연구단’은 30펨토초 페타와트의 초강력 레이저 상황에서 일어나는 물리현상을 탐구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에 구축된 레이저 시설을 이용해 우주에서 물질의 상호작용을 규명하고, 이를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해 고에너지입자(양성자·전자·중이온 등)를 생성·응용하면 양성자 암치료 기술도 끌어올릴 수 있다.

 고출력 레이저를 타깃에 지속적으로 쏘면 플라스마가 생기게 된다. 기체에 높은 에너지를 가하면 전자와 원자핵으로 분리돼 플라스마 상태가 된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는 플라스마를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우주 전체의 99%는 플라스마 상태다. 고출력 레이저로 실험실에서 우주 상태를 만들면 천체물리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극한의 조건을 구현할 수 있어 그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우주의 신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에는 우주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 우주 플라스마를 지구에서 관측하거나 거대 입자가속기 시설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레이저 출력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다. 남창희 단장은 초강력 레이저 분야의 혁신 리더다. 국내 관련 연구가 전무한 상태에서 우수한 성능의 펨토초 테라와트(TW·1조 와트) 레이저를 자체기술로 개발했다. 1.5PW 출력의 레이저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국내 외에는 미국밖에 없다.


이민영 기자 t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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