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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숙의 ‘新 名品流轉’] 뺏꼈다 뺏은 두 불상의 운명

중앙선데이 2014.11.16 03:03 401호 29면 지면보기
국내 절도범 일당이 일본 쓰시마에서 훔쳐온 통일신라시대 동조여래입상. [중앙포토]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상투어가 언론을 장식할 시기가 돌아왔다. 그 어느 해보다 일도 많고, 어려움도 넘쳐난 갑오년이었다. 연말 신문·방송을 장식할 ‘10대 사건’ 선정은 난제가 될 듯하다.

문화유산 분야도 고난도 숙제를 풀지 못한 채 해를 넘기고 있다. 대표 사례가 2년 전 한국인 문화재 절도단이 일본에서 훔쳐온 불상 2점의 처리다. 사건 발생 두 해를 넘기도록 해법 없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문화재 영역에 한정된 일이 아니라 한·일 간 오랜 감정의 앙금이 쌓인 외교 문제여서 더 어렵다.

사건은 2012년 10월 6일 발생했다. 국내 절도범들이 일본 쓰시마(對馬) 가이진(海神) 신사 지붕을 뚫고 들어가 9세기 통일신라 동조여래입상을, 인근 간논지(觀音寺)에서 14세기 고려 후기 금동관음보살좌상을 훔쳐냈다. 각기 일본 국가지정 중요문화재와 현(縣) 지정 문화재다. 부산세관을 무사히 통과한 일당은 사태가 가라앉을 때까지 잠수를 타는 관행을 무시하고 10월 하순부터 20억원이니 15억원이니 하며 불상 임자를 찾아 나섰다. 불상을 도둑맞은 절로부터 신고를 받은 일본 경찰은 12월 17일 한국 경찰에 수사 협조 요청을 했고, 절도범 일당은 22일 검거됐다. 마산 창고에서 회수된 불상 2점은 현재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고고실 수장고에 검찰의 ‘접근 금지’ 딱지가 붙은 채 보관되고 있다.

각기 고려와 신라 불상의 조형미를 두루 갖춘 데다 사료 가치도 높아 학계가 주목하는 두 불상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한마디로 공교롭게 얽힌 양국 역사 탓에 험난한 앞길이 예고돼 있다. 민간 차원에서는 도난 문화재이니 돌려주자는 쪽과 왜구가 강탈해간 것이니 안 돌려줘도 된다는 쪽의 공방이 벌어졌다. 지난해 9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일 문화장관 회담에서 “(일단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도난 약탈 문화재는 반환해야 한다”며 국제규약은 준수되어야 한다는 원칙론을 밝혔다가 국내 여론의 질타와 비난을 받았다. 일본 쪽에서는 규슈 국립박물관에서 열기로 한 ‘구다라(백제) 특별전’을 무기 연기하는가 하면, 쓰시마 시민들은 30여 년간 이어진 조선통신사 행사를 취소했다. 국제법과 외교 쟁점이 걸린 사안이라 검찰이나 문화재청도 섣불리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지난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요청으로 일본 현지를 방문 조사한 최응천 동국대 교수는 “사태가 좋지 않은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걱정했다. 숙소에서 한 방송사가 내보낸 심야토론을 지켜보던 중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 서울 지국장 검찰 기소’를 성토하던 참석자들이 갑자기 “훔쳐간 불상 두 점을 돌려주지 않는 한국 정부의 저 뻔뻔한 태도를 상기해보라, 그게 법치국가인가”라며 불길을 문화재 반환 문제로 돌려 크게 놀랐다는 것이다.

내년은 한·일 수교 50주년이자 을미년이다. 화해와 우호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절에 두 불상이 부처님의 자비로 두 나라를 비출 것인가. 유물이 지닌 기(氣)와 힘을 믿는다.


정재숙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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