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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한국, 중국 편 미국 편 고민 말고 국익 따라 행동하라

중앙선데이 2014.11.16 00:16 401호 3면 지면보기
15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인터뷰 중인 라우 교수. 그는 “중국을 볼 때 GDP 성장률 이외의 다른 지표들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춘식 기자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경제개발과 중국 경제 전문가인 로런스 라우(70) 홍콩중문대 교수는 “지금의 7%대 성장률은 10년 전 같으면 14% 성장이나 마찬가지다. 숫자가 낮아졌다고 해도 중국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며 낙관했다.

경제발전론의 대가 로런스 라우

15일 한국을 방문한 그는 중앙SUNDAY와 만나 “환경 개선, 대중교통 확충 등에 투자하면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만 국내총생산(GDP) 집계엔 잡히지 않는다”며 “중국을 볼 때 GDP 성장률만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중국이 추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모두 가입하는 것이 이득일 것”이라며 “중국 편에 설까, 미국 편에 설까 고민하기보다 한국의 국익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권했다.

라우 교수는 1976~2004년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홍석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을 비롯해 고 김재익 전 청와대 경제수석,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기택 KDB금융그룹 회장 등의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했다.

라우 교수의 『계량경제학』.
-중국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10%대 성장률을 유지해 왔다. 요즘엔 7%대다. 인플레이션 문제도 있으니까 좀 낮아지는 건 자연스럽고 긍정적이라고 본다. 서양 미디어가 너무 호들갑을 떤다. 7.5%나 7.3%나 뭐가 다른가. 성장 파티는 끝났다고? 끝의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7% 성장률은 10년 전의 14% 성장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의 발전 전략도 수정할 때가 되지 않았나.
“중국 정부는 내수를 높일 여러 방편이 있다. 중국의 개인 소비는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GDP보다 150%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만 GDP에서 가구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현재는 성장률에 기여하는 정도가 작을 뿐이다. 공공 인프라 사업을 벌이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국내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 고속철도 건설은 계속될 것이다. 도시 대중교통 시스템 확충도 좋은 방법이다. 중국엔 인구 300만 이상의 도시가 100개가 넘는다. 자가용 숫자가 줄어들면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슬럼가 정비도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된다. 중국의 고령화는 ‘한 아이 정책’ 때문에 한국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고 있다. 건강 및 노인 대상 사업이 붐을 이룰 것이다.”

-중국 역시 성장 과정에서 ‘중진국 트랩’에 빠지지 않을까.
“일본과 한국·대만 등은 수출 주도형 성장을 하다 한계에 도달하자 경기 침체 또는 ‘중진국 트랩’에 빠졌다. 중국은 다르다. 중국은 국내 소비로 전환하면 된다. 나는 이 점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다. 알리바바가 왜 성공했는지 아는가. 창조경제를 해서가 아니다. 그저 중국의 스케일이 크기 때문이다. 샤오미도 마찬가지다. 삼성을 위협한다고 하지만 신기술을 개발한 게 아니라 역시 스케일 때문이다. 중국의 농업 비중이 10%인데 인구의 30%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20% 또는 그 이상이 비농업 분야로 진출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중국의 서비스 산업도 기대된다. 하여튼 중국 시장의 사이즈를 보면 중진국 트랩에 빠질 가능성은 작다.”

-중국은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
“중국 정부가 환경 문제 해결에 투자하면 총수요를 늘려 내수를 진작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지방 정부 관리들을 평가할 때도 지역 GDP 성장률이나 고용률을 높인 실적보다 공기청정률을 기준으로 삼으면 국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 제고에 도움이 된다. 환경 개선은 내수 진작 효과에 더해 부의 재분배 효과도 있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은 공기를 들이 마시기 때문이다. 벌써 중국에 환경개선 기술을 도입하고 투자하겠다는 외국 기업들이 있다. 어떤 이들은 환경개선은 중국보다 선진국에 걸맞은 정책 아니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1970년대 LA, 80년대 오사카는 굉장히 더러운 도시였다. 그때 그 나라들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지금 중국이 7000달러다. 베이징에선 숨도 쉬기 힘들다. 환경개선은 일찍 시작할수록 효과가 크다.”

-서구 언론은 중국의 그림자 금융(섀도 뱅킹) 문제를 심각하게 본다.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서구의 섀도 뱅킹엔 차이가 있다. 중국의 섀도 뱅킹은 은행들이 한다. 고객들에게 ‘이런 방법이 있는데 금리를 많이 쳐주겠다’고 하는 식이다. 이런 게 전체 섀도 뱅킹의 60~70%라고 생각된다. 중국 금융기관들이 이러는 건 중간 단계를 많이 거치면서 돈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체 대출의 5~10%가 섀도 뱅킹이라 위기까지는 가지 않을 거라고 본다. 이런 상황에선 은행들이 좀 망해야 섀도 뱅킹이 위험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주택 부문의 과잉투자 문제는 해결 가능한 수준인가.
“그것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을 좀 망하게 해야 한다(웃음). 그러면 아파트를 더 짓지 않겠지. 중국도 미국의 연방전국저당협회(Fannie Mae·패니메이)와 연방주택대출저당공사(Freddie Mac·프레디맥) 같은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망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망한 건 정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않고 부분적인 민영화를 했기 때문이다. 주주는 이익을 원하고 경영진은 스톡옵션을 원했다. 중국의 패니메이·프레디맥은 실수요자를 위한 공인된 모기지만 취급해야 한다. 이러면 부동산 가격 하락에도 버틸 수 있는 쿠션이 생긴다. 중국이 이런 기관을 만들지 못하는 건 상업은행들의 반발 때문이다. 상업은행들은 모기지가 최대 자산이다. 망하면 중앙은행이 구제해주겠지 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임자들보다 강하니 이런 부분의 개혁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의 비효율이 도마에 오르곤 한다. 개선 방법이 있나.
“쉬운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역대 왕조도 지방정부를 컨트롤하지 못했다(웃음). 지방정부에 재산세를 매길 권한을 줘 수입원을 만드는 개혁이 진행 중이다. 토지를 팔아 수입을 잡으려는 문제가 상당수 없어질 것이다. 또 지방법원이 지역 공산당 지부에 보고하는 관행도 없애 사법부 독립에 진전이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의 국영기업이 개혁되길 원하지만, 중국에 효율적인 대기업이 생기는 것보다 국영기업을 상대하는 게 나을 것이다(웃음). 우선 정부 간부가 공기업에 내려가는 걸 철저히 막아야 한다. 인적 교류를 막으면 그나마 시장 친화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 사람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자세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중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 수는 외국 유학생 가운데 가장 많고, 숫자도 전체 유학생의 50%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어느 나라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중 FTA는 양국 모두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한·중·일)로 발전시킬 생각을 해야 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는 공기업을 차별하는 쪽으로 설계돼 중국이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 상품 무역엔 문제가 없지만 서비스 시장 개방에 있어 중국이 주저하는 분야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한국은 중국 주도의 AIIB와 미국 주도의 TPP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편들 필요가 없다. AIIB와 TPP 둘 다 가입해라. 한국의 국익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건설을 위한 자금 공급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인프라 수요는 엄청나지만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다 감당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ADB가 실수했다고 생각한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전 총재가 일본은행 총재로 가면서 후임자를 일본인으로 하기 위해 중국 의견을 묻지 않았다. 중국에 총재 할 거냐고 물어보고 중국 지분을 높여줬으면 AIIB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지분을 늘려 추가 출자를 받은 다음, 선거를 통해 일본인을 앉혀도 되는데…. 아무튼 난 AIIB보다 아시아 인프라 투자 펀드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이 이런 펀드를 제안하는 건 어떤가. 국제금융공사(IFC)·산업은행·국민연금 등이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

-대대적인 양적완화로 경기를 띄우려는 아베노믹스는 성공할 것으로 보나.
“(지난달 31일 발표한) 깜짝 양적완화 같은 건 쓸데없는 짓이다. 얼마 전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에게 ‘차라리 도쿄 도심개발을 촉진하는 게 양적완화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노믹스는 지난 20년간 얼어붙었던 일본인의 경제심리를 해동시켜 성장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좋은 취지다. 하지만 별로 성공적이지 못하다. 소비세 추가 인상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일본의 공공부채가 뭐가 문제인가. 5% 정도를 제외하면 전부 일본인 소유다. 그걸 줄이기 위해 소비세 인상을 고심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정치가 문제라면 ‘조건부 소비세 인상안’을 제안하고 싶다. 1년 동안 매 분기 2.5%의 성장을 이루면 소비세 인상을 하겠다고 선포하는 거다. 경제가 나쁘면 안 올리면 된다.”



로런스 라우(劉遵義) 1944년 중국 귀저우(貴州)성 쭌이(遵義)시 출신. 64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뒤 69년 UC버클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76~2004년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 2004~2010년 홍콩중문대 총장, 2009~2012년 홍콩 행정회의 위원을 지냈다. 현재 홍콩중문대 경제학 교수 및 CIC 인터내셔널 회장.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11~12기 위원이기도 하다. 저서 『발전 모델:한국과 대만의 경제성장 비교』 『미국의 대중국 직접투자』 『21세기 중국 경제:계량경제학적 접근』(발간 예정) 등.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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