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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웃게 하고 생각하게 해야 수상 자격”

중앙선데이 2014.11.16 01:27 401호 15면 지면보기
“우리는 다른 시상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대부분 어떤 분야에서 최고이거나 아니면 최악인 것에 대해 상을 주지만 우리의 조건은 단 하나다. 사람들을 웃게 하고 생각하게끔 하는 것에 상을 준다.”

노벨상 비튼 ‘이그 노벨상’ 제정한 마크 에이브러햄스

노벨상을 비튼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s)’ 설립자 마크 에이브러햄스(사진)의 말이다. 최근 과학 문화 회의 참석차 칠레 산티아고를 방문 중인 에이브러햄스와 e메일 인터뷰를 했다. 에이브러햄스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1991년 동료들과 함께 이그 노벨상을 제정했다. 에이브러햄스는 “어떤 발견이나 발명에 대해 좋으냐 나쁘냐, 또는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는 그리 중요한 기준이 아니다”며 “특히 과학과 기술, 의학 분야에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보여줄 수 있는 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향기 나는 양복 원리’를 개발한 코오롱 권혁호씨가 환경 보호상을, 대규모 합동 결혼을 성사시킨 고 문선명 통일교 총재가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또 92년 세상이 끝났다고 예언한 이장림 목사가 ‘수학적 가정과 계산을 할 땐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세상에 가르쳐준 공로’로 2011년 수학상을 받았다. 아래는 일문일답.

-독특하다는 이유로 주목을 받고 있다.
“수상자가 결정되면 많은 언론이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과학자나 일반인의 일생에 이렇게까지 많은 관심을 받을 일이 어디 있겠나. 이 시상식을 통해 많은 사람이 다른 세계관에 대해 좀 더 호기심을 품기를 바란다.”

-수상자는 어떻게 결정되나.
“여러 나라에 늘 새로운 또는 오래된 연구 책자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우리 잡지(임프로버블 리서치) 에디터들과 과학자들이 주로 후보 고르는 일을 하는데, 이 가운데는 이그 노벨상 수상자도 있고 노벨상 수상자들도 있다. 덧붙여 말하자면 누구나 우리에게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매년 9000여 개의 후보가 수집되는데 그 가운데 10~20%는 자기 추천이다. 참고로 스스로 추천한 경우는 아직 단 한 번도 수상한 적이 없다.”

이그 노벨상 위원회에는 상금을 위한 예산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에이브러햄스는 “우리는 다른 시상식과 달리 상금을 주지 못한다. 딱 한 번, 지난해 돈을 준 적이 있는데 그건 인플레이션으로 통화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떨어진 100억 짐바브웨 달러 지폐였다. 그 외에는 대부분 아주 저렴한 재질의 정말 필요할 법한 상품을 준다”고 했다. 2013년 부상은 비상시 유리창을 깨는 망치였다.

-매년 가을 하버드대에서 열리는 이그 노벨상 시상식에 수상자들이 상을 받으러 오나.
“우리는 잠정적으로 우승자를 정한 뒤 그들에게 상을 받겠느냐고 의사를 묻는다. ‘싫다’고 하면 그들에게 상을 주지 않고 우리가 추천했던 사실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거의 대부분이 우리가 의사를 물었을 때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하버드대를 찾는다. 유머와 새로운 발상에 대해 반갑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와 태도야말로 이 시대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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