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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는 종점 아닌 출발점 … 산업 업그레이드 기회

중앙선데이 2014.11.16 02:07 401호 21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한·중 FTA의 실질적 타결을 발표한 10일 서울 경동시장의 농산물 판매점 풍경. 한·중 FTA의 민감품목들인 각종 농산물이 진열되어 있다. [뉴시스]
한국과 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10일 타결됐다. 한·중 FTA는 농산물 개방을 최소화하는 등 다소 낮은 수준에서 이뤄졌지만, 경제는 물론 정치·외교·안보 등에서 양국이 갖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타결된 어떤 FTA보다 더 큰 영향을 우리에게 줄 것으로 보인다. 13억 중국 시장은 우리 경제의 활력소로 작용할 수도, 반대로 우리를 집어삼킬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정책 당국자와 기업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중앙SUNDAY가 14일 좌담회를 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간담회에는 오승렬 한국외대 중국학부 교수와 FTA 전문가인 정인교 인하대 교수가 참석했다. 사회는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한우덕 소장이 맡았다. 참석자들은 “한·중 FTA는 한·미, 한·유럽연합(EU) FTA와 달리 종착역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한국은 명분을, 중국은 실리를 챙겼다”며 “아쉬운 점이 있지만 주요 무역대국 중 중국과 첫 FTA를 맺은 선발자로서의 이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한·중 경협 새 시대] 전문가 좌담

-협상이 생각보다 일찍 타결됐다. 누가 더 급했나.
▶정인교=2003년 이전부터 중국이 한국과 FTA 맺기를 원했다. 한·중 양국 중 누가 먼저 FTA 얘길 꺼냈느냐고 묻는다면 단연 중국이다. 우리나라는 한·미 FTA 등을 이유로 한·중 FTA 체결 시기를 다소 늦춰 왔다.
▶오승렬=한국도 중국과의 FTA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의 공업 수준이 중국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에서였다. 하지만 최근 FTA 논의가 급물살을 탄 건 중국이 지난해부터 강조한 ‘신형대국 관계’와 관련이 깊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말하는 ‘중국의 힘’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왔다는 자신감이 그 배경이다. 중국은 또 양자 협상에 매우 강한 나라다. 이번에도 그랬다. 원산지 판단기준이라든가, 공산품에 대한 부분은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가져갔다. 대신 한국인에게 정서적으로 중요한 쌀은 빼줬다. 명분은 한국이 쌓고, 실리는 중국이 확보했다.

-이번 FTA를 평가한다면.
▶정=한국은 농업을 방어하기 위해 제조업에서 대가를 많이 지급한 것 같다. 농민 단체가 제조업체를 걱정하기도 하더라. 우선 경제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이번 FTA를 활용할 수 있을지 봐야 한다.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서비스 투자 분야에서 중국이 시장을 연 게 보이긴 하지만, 이런 건 일부다. 딱히 눈에 확 띄는 효과는 아직 안 보인다. 좀 더 봐야 한다.

-유리한 조건이 많지만, 절차상 합의 내용을 아직 공개하지 않은 건 아닐까.
▶정=한·미 FTA 후유증 때문인지, 중국의 독특한 산업 통상 체제 때문인지 중국과 FTA를 하면서 공론화가 너무 부족했다. 적극적인 공론화를 통해 다양한 논리와 문제를 검토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생략된 거다. 예를 들어 농업을 보면 안다. 한국은 농업에 대해선 관심이 뜨겁지 않나. 그러니 이번에 철통 방어를 해낸 거다.
▶오=중국과의 협상을 EU나 미국처럼 생각하는 것은 오류다. 미국이나 EU는 아직까지 중국에 대해 시장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유는 중국 경제의 불투명성 때문이다. 한국이 투명한 유리 어항이라면, 중국 경제는 불투명한 호박 어항이다. 유리 어항 같은 한국 경제와 달리 중국 경제에 FTA가 어떤 영향을 줄지 계산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FTA를 맺어도 중국 내부 사정 등으로 인해 우리의 수출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과의 FTA는 우리에게 꼭 필요했다. 이건 한국 경제의 비전과 관련된 문제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 중 유일하게 미국·EU·중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다. 세계 3대 경제권을 잇는 브리지(교량)인 셈이다. 이 점은 한국 경제를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실 이번 FTA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 중소기업들이 될 수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산물 분야는 그래도 잘했다는 게 여론인 듯한데, 결과적으로 한국 농산물 시장의 중국화는 가속될 수밖에 없다.
▶정=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인 품목별 원산지 결정기준(PSR)을 중국 측이 강화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 제조업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크다. 둘째, 중국이 수출을 많이 한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 내에 있는 외국계 기업들이 부품을 들여와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게 대부분이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나 아이폰, 아이패드 등이 그렇지 않나. 원산지 관련 규정은 결국 역내 투자를 의미한다. 원산지 규정을 깐깐하게 가져가면 자국산 부품을 더 쓸 수밖에 없어서다. 우리 입장에선 원산지 기준을 어떻게 하는 게 유리한지는 명확하지 않다. 기업들이 어디서 부품을 조달하는지 일일이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의 긍정적인 면을 살펴보자.
▶오=미시적 측면에선 우려가 많을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한·중 FTA의 전략적 의미는 대단히 크다. 일단 이번 FTA로 우리는 세계 10대 무역대국 중 중국과 FTA를 체결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 선발 주자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우리 경제 구조는 FTA가 체결되기 이전에도 중국과 밀접하게 통합돼 있었다. 이미 통합된 상태에 제도적 틀을 더한 것이다. 주의할 점도 있다. 미국과의 FTA는 협상 타결이 곧 종점이다. 양국 모두 투명하게 개방된 사회라 그렇다. 중국은 종점이 아니라 하나의 출발점이다. 이번 한·중 FTA를 잘 활용하면 한국 정부와 기업에는 큰 보약이 될 수 있다. 반면 중국의 속성을 잘 몰라서 실기한다면 오히려 독약이 될 것이다.
▶정=FTA는 곧 제도화를 뜻한다. 없는 것보단 분명 있는 게 낫다. 앞으로 FTA 이행위원회, 관세위원회 등이 협상 이행 상황을 점검하게 된다. 제도적 통상 협상 채널이 생긴 것이다.

-중국과의 FTA는 경제뿐 아니라 북한을 비롯한 외교·안보 문제도 감안해야 할 텐데.
▶오=국제 관계를 선으로 생각하면 우리와 중국은 그간 실선이 아니라 점선으로 이어진 관계였다. 불안했다. 한·중 FTA 체결과 관련해 만족, 불만족을 떠나 중국과의 무역장벽이나 투자장벽 철폐를 위한 공감대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성과다. 이뿐만 아니라 양국은 실선으로 이어진 안정적인 관계를 갖게 됐다는 것도 성과다. 덕분에 북한 변수가 경제에 미치는 민감도도 상당히 완화될 것이다. 일본만 왕따 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설비와 부품 등에서 일본 의존도가 높다. 한·중 FTA의 순기능으로 무역량이 급증한다면 결국엔 일본도 상당한 수혜자가 될 것이다.
▶정=중국 입장에서 볼 때 우리는 한·미 FTA도 이미 했고, 최근엔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얘기도 자꾸 나오는 나라다. 내가 중국이라고 해도 한국이 불편할 수 있다. 이번 FTA가 낮은 수준이라고는 해도 한·중 관계를 관리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중국의 청을 들어주는 모양새였던 걸 감안하면 협상 내용이 좀 아쉽다.

-한·중 FTA로 어떤 상품이 득을 볼까.
▶오=아직 알려진 게 없으니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중국 내부 동향을 보면 국가 역점 사업으로 인구 이주와 관련한 중소도시 건설과 중서부 내륙 개발이 한창이다. 이런 방향에 맞춰 최종 문안 타결·발효 시까지 우리 경제가 누릴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목적의식을 가지고 잘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 중견 기업의 노하우를 활용해 중국 기업들을 현대화하는 일이나 도시 건설에 들어가는 다양한 중간재 관련 산업, 건설 산업 등이 득을 볼 수 있다.
▶정=중국 내수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많진 않다. 하지만 한류의 영향을 받는 업종들, 이를테면 화장품 같은 업종들은 관련 규정의 단순화에 힘입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중국 부유층도 최근 건강이나 웰빙에 부쩍 신경 쓰는 추세이니 한국 식품이나 일부 수산물들은 수혜를 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선 건설업체들도 득을 볼 수 있다. 중국 노동력을 활용해 시공과 설계를 분리해 들어가는 형태가 아닐까 한다.

-한·중 FTA의 후속 조치로 어떤 것들이 이뤄져야 할까.
▶오=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에선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밸류 체인(가치 사슬)에선 여전히 취약하다. 아이패드나 아이폰을 봐라. 중국에서 생산되지만 중국에 떨어지는 가치가 많지 않다. 우리도 글로벌 밸류 체인 내에서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인적자원 등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FTA란 제도적 틀을 활용해 중국 중서부 내륙 개발에도 뛰어들어야 한다. 또 FTA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극히 일부란 걸 알아야 한다. 경제 관계를 심도 있게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트랙3’란 개념을 얘기하고 싶다. 트랙1은 정부와 정부, 2는 민간 기관이 참여하는 공공외교, 3는 국민 개개인 간의 풀뿌리 교류를 의미한다. 양국 국민이 좀 더 공감대를 만들 수 있도록 트랙3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협정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봐야 한다. 상대 국가가 제도적으로 타국에 불리하거나 맞지 않은 일을 하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사실 우리 정부가 말하는 ‘글로벌 FTA 허브’ 전략에서 필요한 마지막 단계는 한·중 FTA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중 FTA의 성과를 극대화하려면 국내에서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


정리=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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