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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未生<미생>

중앙선데이 2014.11.16 02:54 401호 27면 지면보기
한자 미(未)는 나무 목(木)과 주의 표식을 뜻하는 일(一)자로 이뤄진 회의(會意)자다. 본디 여린 가지와 보드라운 잎(柔枝嫩葉·유지눈엽)을 말했다. 나무가 아직 덜 자라 열매를 딸 수 없다는 표식에서 부정어(否定語)로 변했다. 부(不)는 장래의 일을 부정하고 미(未)는 과거를 부정한다.

가운데를 뜻하는 중앙(中央)과 달리 미앙(未央)은 ‘아직 반도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절반도 이르지 않았으니 앞날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다. 미래(未來)는 아직 오지 않은 장래를 뜻한다.

공자(孔子)는 『주역(周易)』 해설서인 십익(十翼)의 계사전(繫辭傳)에서 “지나간 것을 헤아리는 것은 순리요, 미래를 알고자 함은 거스르는 것이다(數往者順 知來者逆). 따라서 『역(易)』은 거스르고 헤아리는 것(是故易逆數也)”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과거를 살핌은 ‘이미 생겨난 괘(已生之卦·이생지괘)’, 앞날을 알고자 함은 ‘아직 생기지 않은 괘(未生之卦·미생지괘)’라 일컬었다.

미생(未生)은 바둑 용어이기도 하다. 돌이 온전히 살아 있음을 뜻하는 완생(完生)의 반대어다. 직장인의 애환을 바둑에 빗댄 웹툰 『미생』이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지난주 150만 부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바둑은 중국에서 웨이치(圍棋·위기)라 불린다. 승리를 탐하지 말라(不得貪勝·부득탐승), 경계를 넘을 때 한 템포 늦추라(入界宜緩·입계의완),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라(攻彼顧我·공피고아), 집 몇 개를 버리더라도 우선을 다퉈라(棄子爭先·기자쟁선),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捨小就大·사소취대), 위험에 처하면 버려라(逢危須棄·봉위수기), 신중하라! 경솔하거나 서두르지 말라(愼勿輕速·신물경속), 서로 어울리도록 움직여라(動須相應·동수상응), 적이 강하면 스스로 지켜라(彼强自保·피강자보), 세력이 고립되면 화해하라(勢孤取和·세고취화). 이상은 바둑의 열 가지 비결(圍棋十訣)이다.

변화(變)를 풀이한 책 『역』과 세(勢)의 게임인 바둑은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이루는 두 축(軸)이다. 지난주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이 타결됐다. 『미생』은 한·중 FTA 시대 전략서로도 손색이 없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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