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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바닥 엎드려 사흘 버티는 훈련 … 대변 참고 소변은 기저귀에

중앙일보 2014.11.15 00:18 종합 16면 지면보기
11일 경기도 광주 육군 특수전사령부 저격수 훈련장에서 교관이 위장을 한 채 수풀 속에서 적을 기다리고 있다. 주변 나뭇가지와 풀을 이용해 30분 안에 위장해야 한다. 엎드린 자세로 조준경을 바라보며 수시간 동안 버텨야 한다. [사진 육군 특수전사령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정보당국이 발칵 뒤집혔다. 미 최정예 부대인 해군 네이비실의 대원으로 복무했던 한 전역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오사마 빈 라덴 이마에 총을 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011년 파키스탄에서 진행된 빈 라덴 제거 작전은 베일에 가려 있었다. 당시 작전에 투입됐던 대원들의 신원이 노출되면 중동 테러단체들이 보복을 가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제대 후 국가 보상에 불만을 품은 전직 특수부대원들은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외부에 자신을 알려 강연과 인터뷰 수입을 챙긴다. 이번에 빈 라덴 사살자임을 밝힌 로버트 오닐(38)도 “20년간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못해 각종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한 데다 정부로부터 고작 맥주 배달을 하는 일자리를 소개받았다”고 토로했다.

역할 커지는 저격수 … 특수부대 훈련장 가보니



 2003년부터 벌어진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 최다 저격 기록을 수립한 또 다른 네이비실 저격수 크리스 카일(1974~2013)도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펴내 전쟁의 내밀한 순간들을 세상에 알렸다. 현대 시가전에서 해군 저격수가 육군과 공군 부대를 지휘하는 역할까지 그려내 최신 군 작전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책은 한국군 특수부대에서도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미 해군 네이비실은 저격수를 필두로 이라크 도심 건물 한 채 한 채를 차근차근 점령해 나간다. 저격수는 건물 지붕으로 올라가 육군에 진격 방향을 알려주고, 동시에 적군을 탐지한다. 감당할 수 없는 적이 밀어닥칠 때는 헬기나 전투기를 불러 정확하게 타격 지점을 알린다.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최근 번역해 국내에 소개한 양욱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적과 아군의 위치가 어디인지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전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저격수의 역할이 현대전에서 점차 커지고 있다”며 “북핵 대응작전에서도 핵심은 저격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최근 1㎞ 거리의 표적도 맞힐 수 있는 총을 해외에서 수천 정 구입해 저격 전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한국군도 저격용 총을 국산화하고 보병과 예비군 부대에 저격수 수만여 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세우는 등 저격수 강화 대책을 발 빠르게 세우고 있다. 육군 특전사는 지난달 미국 육군에서 주최하는 세계 저격수 대회에 한국군 최초로 저격수 2명을 참가시켰다. 대회에 참가했던 육군 서재필 상사는 “실제 시가전을 치르듯이 전쟁 상황을 꾸며놓고 사격과 추적을 해야 했다”며 “외국군에 비해 장비부터 전술까지 아직 갖춰야 할 게 많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국내 업체가 개발한 저격용 총 K-14가 800m 거리의 사격 평가를 통과하면서 올해부터 한국 특수부대에 본격적으로 보급될 예정이다. 송병조 S&T모티브 연구원은 “외국 저격용 총에 비해 절반에 가까운 가격에도 비슷한 성능을 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외국군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육군 특수전사령부 등 저격수 팀을 양성하고 있는 국내 특수부대도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일 방문한 경남 창원의 UDT/SEAL 사격장에서도 저격수 양성을 위한 훈련이 한창이었다.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 참가해 헬기에서 선박 위 해적을 정확히 저격했던 그 부대다.



 “12시 500(m). 실거리 450. 바람 좌에서 우 4m/s. 사격 시작!”



 관측수가 망원경으로 산꼭대기에 있는 500m 표적 위치를 가리키자 사수가 숨을 죽이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지난 5일 부산시 S&T모티브 사격장에서 김민상 기자가 국산 저격용 총인 K-14로 사격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총알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1m 크기의 강철판을 명중시키고 명쾌한 소리를 냈다. 이날 30여 명이 저격수 훈련 과정에 참여했다. 탈락자가 40%에 이르는 6개월간의 기초훈련을 통과한 대원만이 저격수 훈련을 받을 수 있다. 훈련에 쓰이는 총은 인명 살상용을 비롯해 모터나 엔진을 파괴할 수 있는 대전차용까지 종류가 4~5가지에 달한다. 주로 독일과 미국에서 만들어진 총 한 자루 가격은 중형차 한 대 값이다. 부대 관계자는 “총의 종류가 노출되면 해적들에게 사거리와 같은 성능이 공개돼 지금도 아프리카 해상에서 해적과 대치하고 있는 부대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사진 촬영을 말렸다.



 부대 협조로 저격용 총으로 300m 거리 사격을 체험해 봤다. 저 멀리 1m 크기의 목표물은 그저 하얀색 점이었다. 조준경으로 보니 엄지손톱만큼 커졌다. 호흡을 잠시 멈추고 십자형 눈금 가운데에 목표물을 맞췄다. 교관이 갑자기 사격을 중지시키더니 “잠깐만요. 개머리판을 어깨에 확실히 대십시오. 안 그러면 탈골됩니다”라고 주의를 줬다. 방아쇠를 당기니 얼굴을 주먹으로 한 대 맞은 만큼 반동이 셌다. 교관은 “히트”라며 명중을 알렸다. 군 복무 당시 사격에서 매번 낙제점을 받았던 기자에겐 저격용 총이 오히려 더 쉬워 보였다.



 교관은 “저격 사격은 2인 1조로 구성되는데 사수 옆에서 거리와 바람을 재고 주변을 탐지하는 관측수의 역할도 크다”고 말했다. 특히 1㎞가 넘는 거리의 목표물을 단 한 발로 명중시켜야 하는 실제 상황에서 저격수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최근 총알 소리를 추적해 저격수의 위치를 잡아 1분 안에 포격하는 기술도 나왔다.



 적진에서 며칠간 숨어 지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저격수는 사격술뿐 아니라 체력과 정신력도 요구된다. 교관은 “잠복 기간이 며칠 걸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은밀히 작전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심리적 압박감도 견뎌내야 한다”고 말했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의 샘물교회 신자들이 피랍되자 경기도 광주의 육군 특수전사령부 훈련장에서는 중동 환경을 만들어 놓고 저격 훈련이 진행됐다. 2012년에 제대한 전 육군 특전사 요원은 “한여름인 8월에 바닥에 엎어져서 위장막 아래에서 사흘간 버티는 훈련을 했다”며 “대변은 참았고 소변은 기저귀에 싸야 했다”고 말했다.



 체력 훈련도 강조된다. 육군 특전사 저격수 교관인 이상규 상사는 “사격 기술뿐 아니라 시력 1.5 이상의 신체 조건과 적진에 빠르게 침투해야 하는 체력도 요구된다”며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담배도 제한한다”고 말했다. 2014년 제대한 한 특전사 요원은 “특수부대 중 저격수 임무는 선망의 대상이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체력 조건도 기본이다. 때로는 ‘배가 어떻게 이렇게 나올 수 있지? 나라를 지키겠다는 마음이 있는 건가’라며 훈계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군이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보여줬듯이 저격수가 전투기에 표적을 알려 폭격을 유도하는 훈련에도 대비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연합군의 전투기에 표적이 어디 있는지 정보만 알려주는 권한만 있다. 오고산 해군 특수전전단장은 “ 전투기 무기 투하 권한을 가져오기 위해 가상훈련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도입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저격수의 전략을 위해 해외 전투 파병과 같은 실전 참전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전직 육군 특수부대원은 “부대에서 적을 실제로 쏴 본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며 “테러 조직과 실전 경험을 쌓은 미국보다 우리가 작전 능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군의 특수전 교관은 “훈련을 받다가도 실제 상황이 벌어져 사이렌이 울리고 비상소집이 되면 부대에 설레는 분위기가 가득하다”며 “부대원들이 언제든 실전에 투입되기를 꿈꾼다”고 말했다.





[S BOX] “스트레스 해소에 제격” 일반인도 슈팅게임·실탄사격 즐겨



2007년 국내 게임업체가 개발한 ‘크로스 파이어’는 세계적인 총싸움(스나이퍼) 게임이다. 전 세계 80개국에서 600만 명이 동시 접속해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다. 레인보우 식스, 서든 어택과 같은 전설적인 온라인 총싸움 게임도 스마트폰용으로 다시 개발되면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상대를 명중시켰을 때 타격감이 매력적이고 적을 피해 숨어야 하는 긴장감도 넘쳐 다른 게임 장르에 비해 몰입도가 크다”고 말했다.



 올해 4월 서울 명동에서는 실탄 사격장이 새로 지어졌다. 일반인도 주민등록증으로 14세 이상 신분 확인만 되면 방탄복을 입고 화약으로 발사되는 실탄을 쏠 수 있다. 10발 사격에 2만~5만원으로 다소 비싼 가격이라 현재는 주로 외국인 손님이 많다. 2018년에는 40년 만에 국내에서 세계사격선수권대회가 열려 사격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스포츠 사격 국가대표 선수들을 지도했던 중부대 이권호 교수는 “인간의 본능 중 사물을 맞혀 깨뜨리는 파괴 욕구가 있다”며 “사격으로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격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여갑순 선수를 지도했던 정주한 전 감독은 “내 몸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총과 대화할 정도로 가까워져야 한다”며 “목표를 바라보는 순간 집중력을 키워야 좋은 점수가 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창원=김민상 기자 stephan@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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