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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 예술로 짚어 본 한국사회의 그늘

중앙일보 2014.11.15 00:05 종합 23면 지면보기
예술로 만난 사회-

‘파우스트’에서

‘설국열차’까지

김호기 지음, 돌베개

316쪽, 1만5000원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인 지은이는 4·19 세대의 송가인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김광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오늘날 50대의 이중적 불안을 말한다. 직장에서의 퇴출과 고령화로 인한 노후 생활의 공포, 이 두 가지 공포 때문에 지난 대선 ‘민주 대 반민주’보다 ‘보수적 대안 대 진보적 대안’이라는 정책 구도에 따라 투표했다고 분석한다.(20쪽)



 예술을 매개로 사회를 살펴보는 책이다. 정약용의 ‘적성촌에서’를 함께 읽으며 갑을 관계를 생각하고,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들며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수 차례 거론된 ‘제2의 한강의 기적’에 비판적 대안을 제시한다. 김민기의 노래 ‘철망 앞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는 한국적 개인주의의 등장을 말하는 사회학자의 자료가 된다.



 학자의 눈에 포착된 지금 사회는 ‘20대 80의 사회’ ‘모래시계형 사회’를 넘어 ‘1대 99 사회’로 치닫는 중이다. 저자는 이 사회 성원들의 문제를 ‘피란민 의식’으로 진단한다.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로 운을 떼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잠시 머물러 있는 공간이기에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삶을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게 피란민의 자의식”(167쪽)이라고 지적한다. 요즘 말로 ‘노마드(유목민)’도 아니고 ‘피란민’인 우리는 훼손된 공동체 의식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책은 예술 개설서가 아니다. 예술로 말을 건 뒤 우리 사회를 진단한다. 상아탑 위에서 내려다보며 남 얘기하듯 개탄한 게 아니라 삶의 현장과 눈높이를 맞추고자 하는 게 이 책의 미덕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술술 읽히는 것은 진단과 비판보다 위안과 공감에 무게를 둔 서술 덕분이다.



 거기엔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 이야기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대학에서 ‘예술사회학’을 강의하는 저자는 “문학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영화든 우리가 예술을 감상하는 까닭은 공감과 위안을 얻고자 함이다. 그리고 이 공감과 위안을 통해 타자들과 명시적·묵시적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데 예술의 사회적 의미가 있다”(12쪽)고 했다.



 유난히 파국이 많이 드러났던 올해, 우리 공동체는 어디로 갈 것인지 답답하고 두려운 마음일 독자에게 권한다.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주간지에 연재한 글을 다듬어 출간했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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