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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가득 우주가 펼쳐진다

중앙일보 2014.11.15 00:05



[매거진M] 돔 스크린 영화 관람기

영화는 꼭 평면 스크린으로만 봐야 할까. 영화계는 형식의 틀을 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반구형 천장에 화면을 투사하는 돔 스크린은 그런 시도 중 하나다. 지난달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2014 국제천체투영관영화제(10월 25일~11월 2일)에서 돔 스크린 영화를 본 소감을 생생히 전한다.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국립과천과학관. 은빛 구체 건물이 눈에 띈다. 바로 천체투영관이다. 이곳에서는 2년에 한 번씩 국제천체투영관영화제가 열린다. 지름 25m의 돔 천장과 273개의 좌석을 갖춘 천체투영관은 전 세계에서 일본과 중국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돔 스크린 전체를 조망하기 가장 좋다는 뒷줄 중앙 좌석에 앉았다. 등받이가 젖혀지며 자연스럽게 천장을 올려다보게 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이날 상영한 영화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서 제작한 ‘다크 유니버스’. 우주와 은하계의 기원을 다룬 단편 과학 다큐멘터리다. 벽면을 따라 설치된 다섯 대의 프로젝터와 객석 뒷편의 대형 프로젝터가 돔 천장 가득 하나의 화면을 완성했다. 둥근 천장 전체에 우주 공간 영상이 펼쳐지는데, 마치 의자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돔 스크린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넓은 시야각이 주는 몰입감이다. 우주 공간의 먼지가 화면 가득 쏟아질 때는 마치 우주선을 탄 채 먼지를 뚫고 가는 기분이 들었다. 거대한 행성이 가까이 다가올 때는 그 엄청난 크기에 압도돼 몸이 움츠려지기도 했다. 객석 곳곳에서 탄성도 터져 나왔다. 넓은 천장에 영상을 투사하기 때문에 해상도는 낮지만 입체감만큼은 3D 영화를 능가할 정도로 실감났다.



돔 스크린 영화 외에도 2차원 스크린의 확장은 그간 다양한 형태로 시도됐다. 10대 이상의 영사기로 360도 원형 스크린에 화면을 투사하는 ‘서카라마(Circarama)’가 있었고, 국내에선 CGV가 작년 도입한 ‘스크린X(ScreenX)’가 있다. 중앙 스크린과 좌우 벽면, 삼면에 화면을 영사하는 상영관이다. 이런 특수 상영관은 고가의 비용과 특수한 구조 때문에 당장 상용화되긴 어렵다. 하지만 영화관의 미래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돔 스크린 영화를 전문으로 배급하는 독일 회사 ‘리프 디스트리뷰션’의 아시아 마켓 담당자 에다 렌취(41)는 돔 스크린 영화의 전망에 대해 “관객들에게 돔 스크린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입체감은 아이맥스보다 한 수 위”

국제천체투영관영화제 기획·총괄 이강환 천문학 박사




-‘국제천체투영관영화제’를 설립한 취지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돔 스크린 영화 시장이 형성되던 2010년, 국내 관객에게 돔 스크린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시작했다. 천체투영관에서 상시 상영할 작품을 구매 전에 살펴보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2년에 한 번 영화제를 주최하는 이유는. “매년 새로운 돔 스크린 영화를 수급하기 어려워서다. 2010년 첫 영화제를 치르고 난 뒤 다음 해 상영할 만한 새 영화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활발히 제작되는 추세다. 올해는 전 세계에서 온 열네 편의 돔 스크린 영화를 상영했다.”



- 돔 스크린 영화는 전 세계에 몇 편이나 있나. “전 세계적으로 수천 편이 있지만, 국내에서 제작한 작품은 80개 정도다. 대부분의 돔 스크린이 천체투영관에 있는 만큼 우주와 관련한 교육 다큐가 대부분이다.”



-평소 천체투영관은 어떻게 운영하나. “별자리를 설명하고, 돔 스크린 영화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하루 여섯 번에 걸쳐 40분 정도 진행한다. 일 년에 20만 명 정도의 관람객이 찾는데, 주로 학교나 교육 기관에서 온 단체 관람객들이다.”



-돔 스크린 상영관의 특장점을 꼽는다면. “우리가 하늘을 볼 때 반구 모양의 형태를 보듯, 돔 스크린은 천문 현상을 표현하기에 최적화된 상영관이다. 입체감도 굉장하다. 개인적으로 3D 화면보다 돔 스크린 영상의 입체감이 더 뛰어나다고 본다.”



-돔 스크린 영화의 미래가 궁금하다. “예전부터 돔 스크린 영화의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 입체감 면에서 아이맥스 상영관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돔 스크린의 규모가 워낙 큰 데다 구조도 특수해서 비용이 엄청나다. 양질의 돔 스크린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돔 스크린 전용 영화이니만큼 불법 다운로드도 없을 거다(웃음).”





글= 고석희 기자

사진= 김진솔(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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