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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출국 전부터 ‘3국 회담’ 카드 준비

중앙일보 2014.11.14 01:03 종합 3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미얀마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EAS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왼쪽부터) 등이 이동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얀마 일정을 마치고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호주로 떠났다. [네피도=박종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한·중·일 정상회담 카드를 뽑았다. 미얀마 네피도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회의에서다.

정부 소식통이 밝힌 막전막후



 3국 정상회담 제안은 박 대통령의 발언 후반부에 전격적으로 나왔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먼저 소개하며 “아세안이 보여준 협력 증진과 갈등 해소, 신뢰구축 상황을 동북아에 적용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곤 “지난 9월 서울에서 한·중·일 3국 고위관리회의(SOM·차관보급 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멀지 않은 장래에 한·중·일 외교장관회의가 열리고, 이를 토대로 한·중·일 3국 정상회담도 개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사이에 앉았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회의 전에는 다른 정상들과 함께 손을 잡고 환하게 웃는 모습도 연출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한·중·일 정상회담 카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전부터 준비됐다고 한다. 정부의 핵심 관계자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린 SOM에서 한·중·일 간에 연내 외교장관회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정부 내에선 3국 정상회담 개최를 그 연장선에서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일 관계가 성사의 걸림돌이었는데 이번에 중·일 정상회담이 열림에 따라 한·중·일 정상회담 제안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중국과 일본도 3국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선 실무 차원에서 여러 차례 거론돼왔다”고 전했다.



 매년 열려왔던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은 2012년 5월 이후 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의장국이 한국이었다. 하지만 중·일 관계 악화 등으로 회의가 열리지 못함에 따라 올해도 우리 정부가 의장국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만큼 정부 내에선 의장국으로서 회담 제안을 할 필요성도 컸다고 한다. 당초 9월 SOM 때도 일단 3국 장관회의부터 하자는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중국의 완강한 태도 때문에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제안한 한·중·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봤다. 박 대통령의 제안으로 3국 채널이 다시 가동되면 한국의 외교적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세영(전 외교부 동북아국장) 동서대 특임교수는 “지금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건 안 좋지만 역으로 3국 회담으로 치고 나가는 건 우리가 포석을 놓은 것”이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시한 게 매우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도 “한·중·일 정상회담은 한국이 항상 주장해온 방향이면서 역사문제에 중국과 보조를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산정책연구원 봉영식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으로선 중국 대 한·미·일 대립구도 대신 동북아 국가가 뭉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시아의 리더 역할을 하겠다는 자신들의 외교적 목표를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도 중·일 갈등을 매듭짓고 싶어 했기 때문에 가속도를 이어가는 측면에서 3국 정상회담에 기꺼이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한석희 교수는 “한·일 정상회담이 막힌 상황에서 중·일 정상회담이 열린 뒤 바로 3국 정상회담 이야기를 꺼낸 건 일본에 ‘역시 중국을 움직이니 한국도 움직인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차관보를 지냈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새누리당 간사인 심윤조 의원은 “회담 제안을 한·일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목으로 보거나 (대일본) 정책의 변화라고 보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며 “전반적인 분위기 개선에는 도움이 되고, 대외적으론 ‘우리가 일본과 대화를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반 총장 조우=이날 아세안+3 회의에 앞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선 박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만났다. 특별 초청을 받은 반 총장은 모두 발언에서 “한국이 기존의 안보 공조체제를 보강하고 대화의 장을 열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며 박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평가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동북아 평화 안정을 증진하기 위한 구상을 반 총장이 적극 평가해주신 데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네피도(미얀마)=신용호 기자, 유지혜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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