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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받아들일 시간 갖는 유교 장례 배울 점 많다

중앙일보 2014.11.14 00:06 종합 27면 지면보기
스네칼 신부는 “죽음을 극복할 시간을 둔 유교식 장례는 기독교가 배울 점”이라고 했다. [사진 스네칼]


캐나다 출신 가톨릭 신부 베르나르 스네칼(62)은 지난 여름 안동 하회마을 사람의 미사 부탁을 받았다. 며느리가 세상을 막 떠난 시아버지를 위해 연미사(위령미사·연옥에 있는 이를 위한 미사)를 올려 달라는 것이었다. 망자는 하회마을을 지켜 온 대표적인 유생이었다.

스네칼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



 유가(儒家) 며느리의 부탁에는 따뜻함이 있었다. 하회 류씨인 시아버지는 아흔 가까운 나이에 돌아가셨지만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평등주의자였다. 집안에서 종교적 자유도 보장해 며느리들은 절과 성당을 제각각 다녔다. 시아버지는 생전에 “며느리들은 종교가 다르고 나는 종교가 없으니 죽으면 집에서 제사를 지내 달라”고 말했다.



 며느리는 부음을 듣고 아끼던 묵주를 시아버지 품에 넣기 위해 가져 갔지만 여의치 않았다. 마침 시누이가 눈치를 채고 얼른 묵주를 받아 수의의 왼손 도포자락 속에 넣었다. 시누이는 스님이 염불을 하고 있어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시아버지는 명당 자리에 묻혔다. 장례는 유가의 법도를 따라 엄숙하게 진행됐고, 1년 상을 치르는 중이다. 장례를 마친 뒤 며느리는 연미사를 봉헌했다. 천주교 신자로서 미사가 영광스러운 의식인 데다 하느님을 통해 시아버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였다.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이기도 한 스네칼 신부는 “유가의 장례를 보면서 서양은 망자를 너무 빨리 잊는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유족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심리적 단계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유교는 묏자리를 잡고 흰 옷을 입고 수염과 머리를 깎지 않는 등 상주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을 충분히 마련해 두고 있었다. 스네칼 신부도 얼마 전 부모를 잃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빨리 땅에 묻고 모든 걸 끝냈다는 것이다. 죽음으로 인한 아픔을 충분히 나타내지 못해 그것이 무의식 안에 도사리고 있을 위험성도 우려했다. 그는 “유족이 탈상 때까지 체계적으로 죽음을 받아들일 의식을 마련해 둔 것은 부활을 믿는 기독교가 유교에서 배울 점”이라고 강조했다.



 스네칼 신부는 14일 국학연구소 대구경북지부(대표 황영례)가 영남대에서 개최하는 한국전통상례문화 국제학술대회에서 종교의 생사관을 발표한다. 또 승효상 이로재 대표와 김옥랑 꼭두박물관장이 특별강연을 하며, 이애주 서울대 명예교수는 넋 살풀이 공연을 한다.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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