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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흔든 시 한 줄] 장제국 동서대 총장

중앙일보 2014.11.14 00:05 종합 32면 지면보기
별을 보았다.



깊은 밤 혼자 바라보는 별 하나.



저 별은 하늘 아이들이 사는 집의 쬐그만 초인종.



문득 가만히 누르고 싶었다.



- 이준관(1949~ ) ‘별 하나’ 중에서







저 별은 하늘 아이들의 초인종

혼탁해진 세상 씻게 눌러주길




어릴 적 내 꿈은 천체과학자였다. 그때만 해도 부산의 밤하늘은 시리도록 깨끗했다. 머리만 들면 무수한 별들이 쏟아질 듯 반짝였으니까.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방범 철조망으로 가로막힌 창밖을 쳐다보며 밤이 되기만 기다리곤 했다. 별을 보기 위해서였다. 아버지를 매일같이 졸라서 생일선물로 천체망원경을 받았다. 숙제 끝내고, 어머니께 검사 맞고, 부리나케 집 옥상으로 올라갔다. 밤이라는 커다란 스크린에 펼쳐지는 별들의 쇼를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며 밤을 새웠다. 그런데 웬일인지 고교에 진학하면서 천체과학자라는 어린 가슴을 쿵쾅거렸던 꿈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부산의 밤이 지상에서 뿜어대는 현란한 불빛으로, 또 무지막지한 공해로 희미해진 것같이. 마음이 현실과 타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러곤 좀처럼 밤하늘을 쳐다보는 일이 없어졌다.



 최근 서점에서 우연히 ‘별 하나’라는 시를 발견했다. “저 별은 하늘 아이들이 사는 집의 쬐그만 초인종…”이란 대목에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 어릴 때는 하늘 아이들이 그렇게도 자주 초인종을 눌러 나를 옥상으로 불러 올리더니, 요즘은 통 소식조차 없다. 마음이 혼탁해진 지금 나에게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것인지. 시를 읽고 한동안 마음이 멍했다. 하늘 아이들아, 다시 한 번 가만히 초인종을 눌러 주렴. 아니면 내가 누를게 대답해 주든지.  



장제국 동서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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