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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민 기자의 ‘살림의 신’] SPA 브랜드 의류 한철 입고 버린다고?

중앙일보 2014.11.14 00:05 Week& 7면 지면보기
강승민 기자
현대 도시인은 패스트 패션 없이 살 수 없다. 의류 제조업체가 기획·생산·유통 전 과정을 도맡는 SPA 브랜드는 소위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 불린다. 신제품은 1~2주에 한 번씩 매장에 깔린다. 고객 반응이 별로여서 재고가 남을라치면 재빨리 할인에 들어간다. 새 상품을 낼 때마다 ‘1~2주 지나면 같은 상품이 다시 안 나오니 어서 사라’고 재촉하는 마케팅 기법도 쓴다. 봄·여름, 가을·겨울 대개 1년에 두 차례 상품을 내던 전통 브랜드에 비해 제품값은 30~50% 저렴하다. 그러니 안 사고 배길 소비자가 별로 없다. 셔츠 한 벌에 2만~3만원이니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한국 시장에 SPA 브랜드가 본격 상륙한 건 2008년이 처음이다. 스페인 브랜드 ‘자라(ZARA)’를 시작으로, 2009년 스웨덴 브랜드 ‘H&M’이 들어왔다.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 한국 기업 이랜드가 시작한 ‘스파오(SPAO)’,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8Seconds)’ 등도 SPA 시장에서 경쟁 중이다. 자라와 H&M이 공격적으로 확장을 하던 SPA 브랜드 도입 초기, 언론에선 ‘패스트 패션이 환경 파괴의 주범’이란 지적을 많이 했다. 저렴한 값에 유행에 맞는 옷을 쏟아내다보니 ‘패스트 패션=한철 입고 마는 옷’이란 개념이 생겼다는 게 골자였다. 옷이란 제품의 수명이 점점 짧아져 폐기물 처리비용이 늘었을 뿐 아니라, 제품 생산에 들인 자원까지도 쉽게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SPA가 우리 생활에 굳게 자리를 잡은 지 수년이 지나자 이런 논란도 차츰 잦아 들었다. 한철 입고 버리자는 생각으로 장만한 옷이 지구 환경에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지 생각하자는 주장은 철 지난 옛 노래 취급이다. 오히려 패스트 패션 없다면 옷을 벗고다녀야 할 지경이란 말까지 나온다. 그만큼 SPA 브랜드는 현대 도시인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환경에 부담을 주는 SPA 브랜드의 사업 모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패스트 패션이 필요한 소비자는 이런 사실을 애써 모른 척 한다. 뾰족한 해결책이 없을까. 굳이 소비자 운동을 벌여 SPA 브랜드를 입지 말자고 할 생각은 없다. 기업 활동의 자율성, 소비자의 필요가 맞물린 결과로 SPA 브랜드가 번성했으니 억지로 이 생태계를 뒤흔들 수도, 바꿀 묘수도 별로 없다. 오히려 소비자 스스로가 옷을 아끼는 습관을 기르는 게 대안이지 싶다.



유행이 지나도 입을 만한 옷을 고르는 게 첫 번째 할 일이다. SPA 브랜드 의류도 요즘은 제조 상태가 많이 좋아져 두고 입기에 충분한 수준이 됐다. 심하게 유행 타는 옷은 한 번 더 생각하고 구매하는 게 좋겠다. 두 번째는 관리다. 3만원짜리 재킷을 사서 1만원 주고 드라이클리닝 할 순 없다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저렴하게 샀으니 옷 세탁 비용에 여유도 생겼다고 말이다. 맘에 드는 옷이라면 관리하고 오래 입으면 된다. 세 번째는 업사이클링이다. SPA 브랜드 옷은 저렴한 만큼 많이 팔린다. 손상됐거나 입기 지루해졌다면 수선 비용을 들여 고쳐 입으면 된다. 다시 쓰는 리(re)사이클링이 아니라 가치를 높이는 업(up)사이클링이다. 오히려 요즘은 남들과 다른 나만의 옷을 입으면 패셔니스타 대우를 받는 시대다. SPA 브랜드가 잘못 됐다며 욕하고 불매 운동할 게 아니다. 내가 먼저 달라지면 될 일이다.





다음주 수요일(19일) 오후 6시 30분 JTBC 프리미엄 리빙쇼 ‘살림의 신’은 ‘옷 케어의 신’ 편이다. MC 박지윤, ‘허당 주부’ 개그우먼 김효진, ‘여자보다 더 살림 잘하는 남자’ 가수 성대현, ‘똑똑한 살림꾼’ 방송인 설수현, 생활 속 최신 트렌드와 명품 살림법을 전하는 중앙일보 강승민 기자가 옷 관리 비법을 전해주는 살림 고수 3인과 함께한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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