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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입는다, 평범해서 튄다, 야상이 대세다

중앙일보 2014.11.14 00:05 Week& 6면 지면보기


























김희애·고소영·전지현 등 톱스타 여배우들이 뭘 입고 드느냐는 늘 대중의 관심사다. 드라마·영화에 이들이 입고 들고 나온 모든 것이 화제다. 친근하게 느껴지는 익숙함에다 대중이 동경하는 멋진 스타일까지 갖추니 호기심은 증폭된다. 이런 톱스타 배우의 화제 패션을 만든 사람이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씨다. 정씨는 13년째 김희애를, 20년째 고소영을 책임지고 있다. 올 상반기 최고 화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전지현 스타일도 그가 연출했다. 정우성·장동건 등 남성 톱스타와도 수차례 작업했다. 그런 정윤기씨가 멋쟁이 week& 독자를 위해 겨울 외투 특집 화보를 마련했다. 그가 적극 추천한 스타일은 ‘야상 패션’이다. “남성들의 작업복 같은 야상이 겨울 외투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그의 분석에 바탕해서다. 보통 사람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질 법한 패션 잡지 스타일은 지양했다. 당장에라도 스타일을 골라 쇼핑하거나 내 옷장 속 의류와 맞춰 입을 수 있도록 실용적인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 올 겨울 야상 스타일의 모범 답안이다.  



두툼한 ‘패딩 의류’는 가고 쉽고 편한 ‘야상 패션’이 왔다. 야상은 본래 군복의 일종이다. 군인들이 야전(野戰)에서 입는 상의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1970년대 말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일상 패션으로 입기 시작했다.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이 입던 게 일반인에게 알려지면서다. 쑥색과 황토색의 중간쯤 되는 군복색 ‘카키’가 가장 널리 알려진 기본 야상 색상이다. 군인들이 야전에서 추위에 대비하도록 기능적으로 설계한 모자가 달려 있다. 길이는 엉덩이를 살짝 덮는 게 보통이다.



그 유래에서 짐작할 수 있듯, 야상은 편하게 막 입는 외투에서 출발했다. 활동성이 담보돼야 하기 때문에 어깨선·허리선이 각 잡힌 듯 똑 떨어지는 옷도 아니다. 구겨져도 별 탈 없이 걸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니 야상은 정장과 캐주얼로 구분할 때 쉽고 편하게 입는 캐주얼 의류에 속한다.



이런 야상이 겨울 외투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는 뭘까. 정윤기씨는 “요즘 스타일은 정장이나 캐주얼, 어느 하나로 딱 정할 수 없다. 정장 같은 캐주얼, 캐주얼 같은 정장 등 여러 가지 요소가 혼재돼 있는 양상이다. 야상은 자유자재로 활용성이 높은 외투여서 이런 경향과 부합해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겨울 외투에서 각광 받아 온 건 오리털·거위털·솜 등 충전재를 넣어 빵빵하게 만든 소위 ‘패딩’ 의류였다. 겨울 추위가 심해지면서 더욱 사랑받았다. 하지만 정윤기 스타일리스트는 패딩 의류가 “너무 부해 보여서 개성을 연출하기엔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외투 안에 이런저런 옷을 껴 입고, 두툼한 외투까지 걸치니 패션 연출에 제한이 많았다는 얘기다. “야상은 일반적인 패딩 점퍼류보다 얇아 걸치기 좋고, 모직 등으로 된 코트보다 다루기 편한 장점도 있다. 실용적인 이유로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된 게 인기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멋 낸 듯 안 낸 듯 ‘놈코어’ 스타일



요즘 여성 야상 스타일은 부조화 속 조화가 추세다. 반면 남성들은 야상에 받쳐 입는 옷과 조화를 이루도록 입는 게 좋다. 회색ㆍ검정 계열로 침착하고 깔끔하게 연출(왼쪽)할 땐 짙은 회색 야상으로 튀지 않게 멋을 냈다. 깔끔한 흰 바지를 입고선 큼직한 무늬가 돋보이는 야상에만 힘을 줬다.(오른쪽)




정윤기 스타일리스트가 추천한 첫 번째 야상 패션은 ‘놈코어(normcore)’ 스타일이다. ‘평범한’이란 뜻의 영어 노멀(normal)과 매니어처럼 한가지를 고집스럽게 추구한다는 의미의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어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영문판에선 ‘튀지 않는 평범한 차림새로 남녀 구별 없이 중성적인 패션 트렌드(a unisex fashion trend characterized by unpretentious, average-looking clothing)’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시장 분석 회사 케이홀이 “너무 빨리 변화하는 유행 대세에 지친 사람들이 캐주얼, 정장, 고급 패션, 거리 감성 의류 등을 가리지 않고 섞어 입게 됐다”고 분석하며 붙인 신조어다. 정씨는 “한국 패션계에선 이를 평범하면서도 특별해 보이는 의상 연출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멋에 무심한 것 같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공을 들여 하나 하나 골라 입은 게 놈코어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무렇지 않게 걸친 듯 보이는 겨울 외투 야상은 놈코어 스타일을 추구하기에 가장 적절한 아이템이 됐다. 아무나 걸칠 것 같은 이미지의 야상이 각종 브랜드에서 쏟아져 나오다 보니 길이, 품, 디자인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른 패션을 보여줄 수 있어서다. 야상 안에 입는 옷에도 별다른 제한이 없다. 여성스럽고 화려한 체크무늬 치마에 배꼽이 살짝 드러나는 스웨터를 입고 군복색 야상을 걸쳐도 된다.(큰 사진 가운데) 대단히 여성적인 분위기의 치마와 대비되는 야상이 놈코어 룩을 완성시킨다. 평범한 낙타색 스웨터 안에 흰 셔츠를 받쳐 입고, 청바지에 목 짧은 부츠를 신었다면 야상에 약간의 힘만 준다. 야상에 달린 모자 테두리에 턱이 복슬복슬한 것이 최근 유행하는 모양이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복슬하게 털이 장식된 모자를 덮어 쓰면 얼굴이 상대적으로 아주 작아 보이기도 한다.(큰 사진 맨 오른쪽) 이런 차림은 털장식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면서도 안에 받쳐 입은 의상은 지극히 평범해 보여서 딱 놈코어 스타일이다.



내 스타일에 야상만 더하면 끝



평상시 선호하는 스타일의 옷을 그대로 입고 여기에 야상을 덧입는 것도 정윤기 스타일리스트가 추천하는 방법이다. 전형적인 캐주얼 차림이든, 매우 여성적인 분위기로 하늘거리는 투피스를 입든 간에 알맞은 야상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스웨터+청바지+부츠 같은 캐주얼을 입었다면 군용 위장 무늬 ‘카무플라주’로 장식한 야상을 고른다.(사진 ⑥) 편하고 단순한 분위기의 캐주얼과 멋을 낸 외투를 겹쳐 입는 방법이다. 여기에 개성을 더하고 싶다면 모자 테두리 전체에 챙이 달린 ‘페도라’를 살짝 얹어 준다. 꽃무늬가 작게 점점이 새겨진 원피스·투피스를 입었다면 정반대 이미지의 야상을 입어도 좋다.(사진 ⑤) “전형적인 캐주얼 차림에만 야상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버릴 것”이라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이런 차림에 가방을 든다면 원피스 분위기에 맞춰 정장 풍으로 된 것을 고르는 게 더 낫다.



남성 야상 스타일은 여성보다 훨씬 쉽다. 평소 선호하는 자신의 옷차림에 야상을 입으면 된다. 외투와 받쳐 입은 옷의 분위기를 상반되게 해 멋을 내는 여성들과 달리 남성 야상 스타일은 외투까지 전체적으로 비슷한 분위기로 입어야 더 자연스럽다. 정장에 힘 좀 줬다면 야상에도 장식이 있는 것(큰 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좋고, 간편한 캐주얼을 입었다면 무난한 카키색 야상이 어울린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최용빈 사진가



사진설명=야상 패션은 ① 자연스럽고 거친 이미지 ② 세련된 분위기 ③ 귀엽고도 낯선 스타일 ④ 산뜻하며 침착한 패션 ⑤ 고급스러운 매력 6 중성적인 우아함 등 다양하게 변신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진행=정겨운 스타일리스트, 촬영협조=에이바이봄 재황(헤어&메이크업), 이현욱ㆍ지이수(모델ㆍYG케이플러스), 김민서ㆍ강민아(모델), 이예슬(모델ㆍDCM), 미스터앤미세스퍼ㆍ프로젝트 포체ㆍ까르띠에ㆍ센터폴ㆍCH캐롤리나헤레라ㆍ스텔라앤와이케이ㆍ마이클바스티앙ㆍDKNYㆍ랑방스포츠ㆍ꼼데가르송ㆍ우영미ㆍ캠퍼ㆍ와코마리아ㆍ펜필드ㆍ생로랑ㆍ스튜어트와이츠먼ㆍ조프레시ㆍ골든구스ㆍ투애니원드페이ㆍ케이수ㆍ씨위ㆍ지미추ㆍ그레이하운드ㆍ디스퀘어드2ㆍ지방시ㆍ폴스미스ㆍ헤리토리ㆍ플레이하운드ㆍ산드로ㆍ아떼ㆍ셀린ㆍ하쉬ㆍ피에르아르디ㆍ이자벨마랑ㆍ피에르 발망ㆍ마쥬ㆍ래그앤본ㆍAS65 by 1423네이브워터(의류ㆍ잡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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