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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귀요미’ 댓글 달렸대요 … 망가져서 뜨는 남자 김상경

중앙일보 2014.11.14 00:03 종합 25면 지면보기
배우 김상경(43)은 작품에서 늘 심각하고, 비장한 표정을 지어왔다. 근엄한 위세로 포효하거나(드라마 ‘대왕 세종’), 범인을 향한 분노로 일그러지거나(‘살인의 추억’ ‘몽타주’), 불의에 분노하는(‘화려한 휴가’) 그의 얼굴은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강한 캐릭터만 맡다가 영화·드라마서 백수·허당 역할

 그런 그가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했다. 3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KBS2)에서 그는 허당끼 가득한 대기업 상무 태주를 연기하며 극에 웃음을 불어넣고 있다.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20일 개봉, 김덕수 감독)에선 초등생 딸의 꾀임에 넘어가, 가장이 필요한 이들에게 대리 아빠 역할을 해주는 백수 가장 태만을 연기했다. 장난기 가득하고, 유쾌한 김상경의 얼굴을 TV와 스크린에서 동시에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런 연기 변신에 대해 그는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했다.



김상경은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의 코믹 연기 덕분에 초등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며 “다섯 살 아들에게 친구 같은, 철이 덜 든 아빠가 되고 싶다”고 했다. [사진 전소윤(STUDIO 706)]
 -왜 그간 코믹한 모습을 안 보여줬나.



 “늘 유쾌하려 노력하고, 촬영장에서도 분위기 메이커로 통한다. 하지만 작품에선 주로 진지한 역할을 해왔다. 언젠가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껴뒀던 옷을 꺼내입은 느낌이다. 드라마 ‘대왕 세종’ 할 때 카메라 감독을 이번 드라마에서도 만났는데, ‘너한테는 이런 연기가 맞는 거야’라고 하더라. 얼마전 아내가 인터넷 댓글을 보여주며 ‘당신, 국민 귀요미 됐네요’라고 했다. 이 나이에 귀엽다는 소리를 듣다니 참 재미있다(웃음).”



 -영화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는데.



 “지난해 말 영화 촬영을 마칠 때만 해도 내가 드라마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게 될 줄 몰랐다. 영화를 찍으며 달라진 내 연기에 관객이 거부감을 느끼면 어쩌나 걱정이 컸다. 하지만 드라마 시청자들이 내 코믹 연기를 편하게 봐주시기 때문에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 드라마의 태주와 영화의 태만, 두 인물이 너무 닮은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성향이 달랐다.”



 -영화의 어떤 점에 끌려 선택했나.



 “감동을 줄 수 있는가가 작품의 선택 기준이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눈물이 났던 감동 코드가 있었다. 치매 노인에게 아들 역할을 해주는 게 대표적이다. 원래 휴머니티가 담긴 가족 스토리를 좋아한다.”



 -아빠를 빌려주는 설정이 개연성 있어 보인다.



 “처음엔 흥미 위주의 설정이라 생각했는데, 찍으면서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보육원생들에게 아빠 역할을 해주는 장면을 찍으러 보육원에 갔는데, 우연히 그곳 아이들을 마주쳤다. 나를 보고 죄인처럼 고개를 돌리는데 마음이 아팠다. 아빠가 절실히 필요한 이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상경은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위)와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안 해봤던, 장난스러운 표정이 힘들진 않았나.



 “드라마를 보다가 내 표정이 저렇구나 하고 놀랄 때가 많다. 지질하고 이상한 표정이지만, 오히려 쾌감을 느낀다. 나도 몰랐던 내 표정을 보며 자유를 느낀다고나 할까.”



 -10년째 노는 백수 가장을 표현하기 위해 준비한 게 있었나.



 “배역을 위해 취재를 많이 하는 편이다. 연기를 위해 형사·검사·의사들을 만났고, 지금도 유대관계를 갖고 있다. 백수는 딱히 준비할 게 없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주로 반(半) 백수인 인물을 연기했고, 작품을 고르지 못해 1년을 백수로 산 적도 있다. 쉬는 기간이 6개월이 넘으니까 연기가 미치도록 하고 싶더라. 그래서 태만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태만과 자신이 닮은 구석이 있다면.



 “가족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는 점이다. 낙천적인 성격도 비슷하다. 시작부터 각각 예술영화와 상업영화의 대표 격인 홍상수 감독(‘생활의 발견’), 봉준호 감독(‘살인의 추억’)과 함께 했으니, 축복받았다. 이후에도 운 좋게 높은 흥행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배우로서 불안감은 있지만, 낙관적인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야 계속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초 개봉하는 영화 ‘살인의뢰’에서 또 형사로 나온다.



 “세 번째 형사 역할이다. 영화 속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10일 만에 10㎏을 감량하며 촬영했다. 다들 깜짝 놀랄 거다.”



 -홍상수 감독과는 자주 연락하나.



 “얼마 전 ‘자유의 언덕’ 시사 때도 갔다. 감독님께 칸영화제에서 상 받을 만한 작품을 또 찍자고 했다. 나도, 감독님도 나이가 더 들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 요즘 유준상·이선균 등이 감독님의 영화에 자주 출연하지만, ‘홍상수의 페르소나’라 불리는 배우는 나밖에 없다(웃음).”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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