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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규제개혁, 총론보다 디테일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2014.11.14 00:02 경제 10면 지면보기
김태윤
한양대학교
정책과학대학 교수
대통령이 매우 이례적으로 규제개혁을 밀어붙였지만 그 성과는 참담하다. 특단이 필요하다. 규제개혁이 골든타임의 마지막 순간에 있기 때문이다. 규제가 국가와 국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성스럽고 입에 착착 감기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제대로 효과를 보이고 있는 규제개혁은 별로 없다. 여기에 어려운 형편의 국민은 원인도 모르면서 신음하고 있다. 일자리도 투자도 창업도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의 자부심과 활력과 용기는 땅에 떨어지고 있다. 정부가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지도 몇 달이 지났다.



 마침 13일 국회차원에서 규제개혁특별법 제정안을 들고 나왔다. 무리가 있더라도 이런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 행정규제기본법은 1997년 제정되었다. 법은 세 차례 소폭 개정되었지만, 근본적으로 변화된 국가의 정치경제사회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금번 정부의 개정안도 그렇다. 이번 개정은 규제를 신설·강화할 때 그 규제를 받는 자가 부담하게 되는 비용에 상응해, 기존의 비용을 발생시키는 규제를 정비토록 하는 규제비용총량제, 규제를 만들 때 원칙금지 방식에서 원칙 허용-예외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 등 적극적인 개혁시도가 꽤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엔 다소 피상적이다. 실질적인 정책역량이나 제도적 준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은 상당히 과감하다. 우선 정부안의 주요 내용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이에 더해 특별법은 세 가지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첫째, 규제개혁의 적용기관과 대상을 국회나 감사원 등 헌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로 확대했다. 헌법이나 지방분권의 정신에 위배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그간 국민을 고통스럽게 한 의원입법의 문제점이나 지자체의 탈법적 규제개혁 집행 지체와 왜곡 등을 상기해야 한다. 헌법과 지방분권의 정신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규제개혁의 시도가 국가의 모든 부문에 확산하여야 한다.



 두 번째, 규제개혁체계를 보다 강건히 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규제개혁위원회를 상임화하고 규제개혁 평가단을 설치하는 등 규제개혁 추진체계를 보강했다. 또 규제개혁을 적극 추진한 공무원을 격려하고 면책하는 제도가 강화된 것도 시의적절하다. 셋째, 국민이 정부에 규제개혁을 보다 용기 있게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규제개선을 청구할 수 있는 대상을 대폭 늘렸고, 미등록 규제의 경우 일 년의 유예기간 부여 후에는 원칙적으로 효력을 정지시키는 과감한 제안도 포함됐다.



 규제개혁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 성장엔진에 다시 불을 붙이고, 좌절과 혼란에 빠져있는 청년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기업의 투자가 촉발돼 국가사회에 다시 생기가 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열악한 토대 위에서 급성장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특단의 조치가 없인 불황과 불확실성의 먹구름과 터널을 뛰어넘기 어렵다.



김태윤 한양대학교 정책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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