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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아베노믹스, 부러진 ‘세 개의 화살’

중앙일보 2014.11.14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2012년 11월 14일 일본 국회는 전격적으로 중의원 해산 방침을 정하고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 총선 결과 아베 신조(安倍晉三)가 총리에 복귀하면서 이른바 ‘세 개의 화살’로 무장한 ‘아베노믹스’가 등장했다. 아베가 ‘강한 일본 경제 재건’을 기치로 꺼내든 세 개의 화살은 금융완화·재정확대·구조개혁이다. 그로부터 딱 2년이 지난 오늘 일본 경제는 어떻게 됐을까. 겉으론 성과가 화려해 보인다. 그 사이 주가는 90% 가까이 올랐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에서 3%대로 치솟았다. 하지만 세 개의 화살은 어느 하나 온전한 게 없다. 부작용과 후유증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금융완화가 효과를 내지 못하자 기습적 추가 양적완화에 나선 데 이어 재정확대의 핵심 수단인 소비세 추가증세 카드 역시 철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전략도 2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아베노믹스의 세 화살이 모두 휘거나 부러질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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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노믹스는 지표상으로는 순항 중이다.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올 4월부터 3%대로 껑출 뛰어올라 소비가 살아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닛케이지수는 13일 1만7392엔까지 올라 7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형 수출 기업은 엔저(低) 바람에 올라타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이런 부분만 보면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을 동반한 장기침체)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림자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체감경기 회복과 실물경제 활성화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어서다. 오히려 그동안 누적된 부작용과 후유증이 커지고 있다. 아무리 양적완화를 해도 돈이 제대로 돌지 않자 일본은행은 지난달 말 추가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더욱 큰 문제는 소비세 인상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재정을 보강해 복지 재원 충당과 성장 전략의 실탄으로 쓴다는 계획이었는데 소비세율 인상이 가팔라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세를 지난 4월 5→8%로 올린 후유증이 내년 4월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소비세 인상 전 사재기가 일어난 뒤 소비가 감소하기 때문으로, 이미 가계소비지출은 4월 이후 6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일본 내각은 내년 10월로 예정된 추가인상(8→10%) 여부를 다음달 17일께 결정하기로 했는데, 예정대로 인상되면 충격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베는 국회의 장악력 강화를 위해 2년 전처럼 중의원을 조기해산하고 총선거를 치르는 명분으로 추가증세 철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최종 판단은 다음달 17일 발표되는 7~9월 성장률을 확인한 뒤 내리기로 했으나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 4~6월 실질 성장률은 연율 -7.1%까지 떨어졌다.



 일본 경제 전문가들은 추가증세를 강행하면 겉으로만 기력을 차린 일본 경제가 2008년 9월 세계 금융위기 충격이나 동일본 대지진 충격을 능가하는 후폭풍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일본 정부가 소비세를 10%로 올리면 일본 경제는 다시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양적완화를 통한 엔저 정책의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엔화값이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무역수지는 2012년 6월 이후 27개월 연속 적자행진이다. 일본 제조업의 공동화(空洞化) 영향에 따라 엔저 혜택을 많이 보지 못한 결과다. 반면 내수 의존도가 큰 중소기업의 엔저 고통은 커지고 있다. 일본 부품소재 생산기지인 가와사키(川崎)와 도쿄 오타(大田)구 일대의 금형·판금가공 중소기업 셔터 문은 닫힌 곳이 많다. 어렵게 살아 남은 중소기업과 식품·패션·생활잡화 수입업체는 원자재 가격과 에너지 가격 상승 부담으로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아베는 추가증세를 1년6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보도했다. 또 추가경정예산까지 곁들여 경기회복 흐름을 이어감으로써 총선 승리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재정 건전화 계획은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지난 6월 1000조엔을 돌파한 국가부채를 억제할 길이 막히고 막대한 복지예산 마련도 어려워지게 됐다.



김동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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