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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세금 부담 덜어줘 임대 공급물량 늘려야

중앙일보 2014.11.13 01:00 종합 5면 지면보기
월세 시대를 막을 수 없다면 급작스러운 주거비 상승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정부가 2·26 대책이나 10·30 대책에서 전세보다는 월세에 초점을 맞춘 것도 그래서다. 월세 대출 확대 등 월세 사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줬다. 하지만 대상이 너무 한정돼 ‘월세 대책이 아닌 복지 대책’이란 평가를 받았다.


월세 급속전환 충격 막으려면

 월세는 더 이상 저소득층이나 다세대·다가구주택 시장에 한정된 현상이 아니다. 지역적으론 강남에서 서울·수도권으로 퍼지고 있고, 주택 형태도 중소형 아파트에서 대형 아파트까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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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이 보다 보편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하는 이유다. 건설산업연구원 최민수 연구위원은 “월세시장은 전세시장보다 단순하다”며 “월세주택 공급을 늘리고 급격한 주거비 상승에 대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공급’을 늘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늘려 민간 임대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다양한 혜택 등을 주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임대차시장이 선진화한 독일이나 호주·미국·일본·영국 등지에선 임대사업자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한다. 공공이 못하는 임대주택 공급 기능을 지원하는 파트너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임대주택에 감가상각률을 적용해 재산세를 감면해 준다. 또 10년 이상 임대한 주택을 처분할 때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미국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임대사업을 하는 민간 사업자에게 주택 건설비 일부를 보조하고, 기존 주택 매입비 중 일정 비율에 대해 10년간 세액공제를 부여한다. 영국은 기관투자가를 유인하기 위해 토지 등록세를 인하하는 방안과 리모델링 등 대수선을 시행한 주택에 대해 부가가치세율을 낮게 적용하고, 수선비용에 대한 지원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그동안 정부는 민간 임대사업자를 ‘다주택자’로 규정하고 되레 규제를 가했다”며 “하지만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이 같은 규제를 풀고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는 지난해 말 폐지됐지만 다주택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차별은 여전하다. 대표적인 게 종합부동산세다. 재산세와 별개로 1주택자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합산 주택가격이 6억원을 넘으면 0.5~2%를 추가로 매년 부과하고 있다.



 신한PB 이남수 PB팀장은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그동안 물지 않던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 부담도 함께 발생한다”며 “투자자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주택을 팔고 수익형 부동산 등에 쏠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인으로만 구성되다시피 한 시장에 기업을 끌어들이는 것도 시급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부동산 임대회사가 땅을 사 집을 짓고 임대수익으로 회사를 운영한다. 시장이 투명해지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도 준다. 세금에 대한 반발 때문에 시장 구조를 바로잡지 못하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엔 임대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 겹겹이 쌓인 규제 때문이다. 민간이 리츠를 통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임대리츠도 이제야 1호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권 연구위원은 “기업의 임대사업 참여는 임대시장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임대리츠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제안 기업에는 취득세 면제 등과 인센티브를 줘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작스러운 주거비 상승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심 교수는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비 지원 대상을 늘리고 저금리 장기 모기지 등을 통해 월세 수요를 매매로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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