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식물인간’ 이병의 상처 … 구타 증거 vs 욕창 흔적

중앙일보 2014.11.13 00:38 종합 12면 지면보기
2012년 2월 23일 촬영된 구 이병의 뒷머리 상처
식물인간 상태에서 1년7개월 만에 깨어나 구타 의혹을 제기한 육군 15사단 구상훈(22) 이병 사건(본지 11월 10일자 10면)을 육군 중앙수사단이 전면 재조사키로 한 가운데 뇌출혈 원인을 둘러싸고 군과 가족 측의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구 이병은 선임병들에게 각목으로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머리 뒷부분에 난 상처 사진을 제시했다. 반면 군은 이 상처를 ‘욕창’이라고 주장해 왔다.


가족 측 사고 5일 후 사진 공개
군 “사고 초기 외상 발견 안 돼”

 구 이병 가족 측은 12일 “사고 5일 후인 2012년 2월 23일 찍은 사진”이라며 상처 부위 사진을 공개했다. 구 이병의 아버지(47)는 “당시 스마트폰으로 찍어 컴퓨터로 옮겨 놓은 사진”이라며 “사고 직후 외상을 발견했는데도 군이 구타 여부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사고 초기엔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재차 확인했다. 군 관계자는 “사고 당시 국군춘천병원 응급실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고, 민간병원인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에서 CT와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하며 외상 등을 확인했으나 이때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를 설명하자 부모가 수긍했다”고 했다. 또 가족 측이 제시한 외상 사진에 대해선 “구 이병 부모들이 최초로 군에 의혹을 제기한 시점은 사고가 난 지 2주가 넘은 지난 3월 5일경이었다”며 “당시 담당의사가 ‘오래 누워 있다 보니 생긴 욕창’이라고 부모에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 이병 측은 “담당의사에게 욕창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재반박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상황과 사진만으론 외상인지, 욕창인지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의학 전문가는 “상처 모양만 보면 욕창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단정하긴 어렵다”며 “병원 입원환자에게 욕창이 생겼다는 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쟁점은 가해자로 지목된 병사와 다른 동료 병사들에 대한 조사 여부다. 구 이병 측은 “면회를 이틀 앞두고 멀쩡했던 아들이 갑자기 쓰러졌는데도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건 기록 일체에 대한 공개를 요구했을 때도 진술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15사단 관계자는 “사고 직후 생활관 병사들에게 무기명설문을 받았으나 특이사항이 없었고, 수사관이 동기 병사 2명과 후임병, 선임병 등에 대해 면담을 실시했지만 병영 부조리는 없었다”고 말했다. 사고 다음날 작성된 15사단 헌병대의 보고서에는 “생활관 병사 중 휴가자를 제외한 15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개별면담을 한 결과 폭행 및 가혹행위는 없었음”이라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가해 병사로 지목된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개별면담이나 조사를 받은 적은 없다”며 “다른 병사들 몇몇은 개별면담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구 이병과 생활관만 같이 썼을 뿐 잘 알지 못하는 사이였고 구타를 한 적이 없는데 왜 나를 지목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가족 측이 고소한다면 이에 맞서 법적 대응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정민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