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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억원 …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시계

중앙일보 2014.11.13 00:37 종합 14면 지면보기


헨리 8세의 부인 캐서린이 교황에게 쓴 편지.
“시계들 중 성배다.”

스위스 파텍 필립의 1933년 작품
일출·일몰·조류 등 21가지 알려줘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인 파텍 필립이 1933년 만든 ‘헨리 그레이브스 수퍼컴플리케이션’ 회중 시계를 두고 경매업체인 소더비의 한 인사가 한 말이다. 그의 비유는 과장이 아니었다.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시계는 2320만 스위스프랑(263억 원)에 팔렸다. 역대 최고가다.



 애초 경매는 102억 원부터였다. 곧 호가 경쟁이 벌어졌고 예상가인 174억 원을 훌쩍 넘었다. 결국 15분 만에 낙찰가가 나왔는데 233억원,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263억 원이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붉은 넥타이를 맨 남성이 돈을 지불했다”고 썼다. 99년 경매 때 낙찰가가 120억 원 정도였다. 15년 만에 두 배 이상 뛴 것이다.



 이 시계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인 과시적 소비의 시대였던 1920년 전후의 산물이다. 고급차 제조업체 패커드의 소유주 제임스 패커드가 16년 파텍 필립의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소유한 게 화제가 됐다.



컴플리케이션은 시계를 통해 시간 외에 알 수 있는 정보의 수를 말한다. 패커드의 시계는 16이었다. 그러자 25년에 내로라하는 은행가였던 헨리 그레이브스가 “가장 복잡한 시계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파텍 필립은 디자인에만 3년, 제조엔 5년을 투입해 시계를 완성했다. 컴플리케이션이 21인 시계였다. 달의 형상과 조류 주기, 일출과 일몰 시기도 알 수 있도록 했다. ‘수퍼컴플리케이션’이란 명칭이 붙은 이유다. 지금까지 손으로 디자인하고 제작한 시계 중 가장 복잡하다. 이 시계는 그러나 ‘수장(水葬)’될 뻔했다고 한다. 시계가 하도 주목 받는 바람에 그레이브스는 시계 탓에 손주들이 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해 시계를 호수에 버리려 했다는 것이다. 딸이 끝까지 막았다.



 ◆‘헨리8세 이혼 막아 달라’ 편지도 경매=다음 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경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유명 여성들이 작성한 문서 1500점이 경매에 부쳐지는데 헨리 8세의 부인이었던 아라곤의 캐서린이 1529년 10월 3일 쓴 편지도 포함돼서다. 캐서린은 당시 교황인 클레멘스 7세에게 편지를 통해 “헨리 8세가 결혼을 무효화(이혼)하려는데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편지 말미엔 ‘Katherina(카테리나)’라고 서명했다.



헨리 8세는 교황이 이혼을 불허하자 로마 가톨릭과 결별하고 자체 교회인 영국 국교회를 꾸렸다. 한 전문가는 “왕비이기 전에, 아이들의 왕위계승권을 지켜주려는 엄마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고 평했다. 예상 낙찰가는 5200만원.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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