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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기자의 교육카페] 서로 내가 옳다는 정부·교육청, 어린이집에 아이 맡기는 직장맘 마음 아나

중앙일보 2014.11.13 00:23 종합 23면 지면보기
김성탁
교육팀장
“내년 어린이집 지원금이 정말 안 나온다면 당장 유치원을 알아봐야 하는데, 사실 어린이집에 비해 돌봐주는 시간이 짧고 비용도 비쌉니다. 정치인들은 맞벌이 엄마 처지엔 관심조차 없는 것 같습니다.”



 교육감과 정부가 누리과정(만 3~5세 보육료 지원) 예산 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자 경기도에 사는 한 ‘직장맘’은 이런 심정을 털어놓습니다. 교육감과 정부는 똑같은 법령을 들이대며 “어린이집 보육료는 정부 책임이다” “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을 합니다. 하지만 학부모의 불만은 폭발 직전입니다. 교육감이나 정부 모두 납세자인 국민이 왜 뿔이 났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재정(경기)·김승환(전북)·민병희(강원) 교육감은 내년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지역 교육감들이 몇 개월분이라도 편성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무상보육은 대통령의 공약이니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강조하려는 벼랑 끝 선택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경기도에 사는 한 아빠는 “옆집 아이는 유치원에 다니니 지원을 받고, 똑같은 걸 배우는 우리 집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녀 지원을 못 받는다면 말이 되느냐”고 지적합니다. 한 엄마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제11조 1항까지 언급하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세금을 내는 국민에겐 정부 따로, 교육청 따로가 아닙니다. 보육 예산이 나올 곳이 없다면 유치원·어린이집 구분 없이 혜택을 줄이자고 해야 납세자에겐 그나마 이해할 여지가 있습니다. 학부모 사이에서 “아이들을 볼모로 정치투쟁을 할 거면 왜 교육감을 하느냐”며 퇴진 요구까지 나오는 이유입니다.



 예산 편성을 거부한 교육감에게 1차적 책임을 묻지만 중앙정부에 면죄부를 준 것도 아닙니다.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물가는 계속 오르고 지출할 곳투성이인데 아빠가 주는 돈은 줄이면서 엄마에게 절약하며 애들 학원도 추가로 보내라고 한다면 아빠 잘못 아니냐. 교육부가 내년 예산안에 누리과정 지원을 신청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전액 삭감한 것이 더 큰 문제다”는 글이 올랐습니다. 교육부·교육청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당초 예상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줄어 보육예산 마련에 차질이 예상됐는데도 정부 차원에서 나 몰라라 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야 정치권은 무상급식이냐 무상보육이냐를 놓고도 설전을 벌입니다.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거둬들이기 어려운 무상복지를 앞다퉈 도입한 책임에선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당장 내년도 어린이집 보육비 지원 방안을 찾아내고, 장기적으론 한정된 재원으로 무상복지 구조조정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저마다 복지 공약을 내놓더니 선거철이 끝나서인지 지금은 정치인들 목에 힘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1년에 한 번씩 선거를 해야 합니다.” “2년 넘게 장사하며 세금 잘 내고 있지만 보육료 지원 없이 감당하기는 요즘 너무 힘듭니다. 상가에 빈 가게가 너무 많거든요.” 해결책을 찾는 첫걸음은 납세자의 얘기를 곱씹어보는 것입니다.



김성탁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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