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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사? 날 욕해도 좋다 … 한국시리즈 가야지

중앙일보 2014.11.13 00:06 종합 30면 지면보기
오키나와에서 만난 김성근(사진) 한화 감독은 여전했다. 잠시도 쉬지 않으며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입을 열면 특유의 ‘돌직구’ 같은 말들이 쏟아졌다. 자신에 대한 오해와 비판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해명했다.


김성근 “기대 커서 부담도 돼”

 - 프로야구 감독으로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프로 구단들이 나를 데려가지 않기로 담합했다고 하더라. SK 나올 때도 그런 얘기가 있었으니까…. 기분 나빴다. SK 구단이 날 자른 거다. 5년 동안 세 번 우승했는데도 잘렸다. SK그룹도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 회사에 잘못한 게 뭐가 있는가.”



 (그는 SK 감독이었던 2011년 8월 “올 시즌을 끝으로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SK는 김 감독을 곧바로 해임했다.)



 - 그런데 한화 감독을 맡게 됐다.



 “솔직히 놀랐다.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해체되면서 다시는 감독을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일본의 오 사다하루(왕정치)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이 나를 찾는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어디서든 야구를 하려 했다. 감독을 하고 싶었냐고? 그랬다.”



 - 꼴찌 팀을 맡은 건 큰 도전이다.



 “어느 팀에서나 도전한다. 걱정은 아니고 부담이 있다. 이번에는 팬들이 기대가 특히 크니까. 내가 왔으니 우승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꼴찌가 쉴 시간이 어디 있나. 훈련해야지.”



 - 요즘은 메이저리그처럼 구단 중심의 야구를 하려는 팀이 많다.



 “그런 야구가 성공했나? LG도 미국의 GM(General Manager·단장) 중심 야구를 하려고 했지만 잘 안 됐다. 그들이 실패해도 책임은 현장(감독)에 돌아온다.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만약 내가 10승 투수와 3할 타자 다섯 명씩 있는 팀을 맡는다면 이렇게 안 한다. 팀 자원이 부족해도 감독은 어떻게든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 선수들을 혹사한다는 논란도 있다.



 “다친 선수들은 폼이 나빠서 그런 거다. SK선수들이 혹사당했다고 하던가? 2군 선수가 훈련을 적게 하면 잘릴 수밖에 없다. 요즘 투수들은 예전 처럼 많이 던지지 않는다. 한 투수에게 200이닝씩 던지게 한 적도 없다.”



 - 한화 출신 코치가 많이 나가고, 일본인 코치가 4명이나 왔다.



 “어느 나라 출신 코치인지는 상관 없다. 선수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것 아닌가.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외국인 기술자 데려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왜 스포츠, 야구만 그런 얘기를 하는가. 좋은 코치들이 와서 선수들 기량이 향상되면 좋은 것 아닌가. 젊은 선수들이 좋은 지도자를 만나지 못한 걸 나중에 후회하게 해서는 안 된다. 나 욕 먹는 거 안다. 상관없다. 내가 욕 먹어도 선수들이 좋아지면 된다.”



 - 애제자인 김광현(SK)이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안 그래도 12월 김광현 결혼식 주례를 서기로 했다. ‘미국 간다며’하고 물었더니 ‘네’라고 답하더라. 예전에 광현이가 ‘미국 갈 때 감독님을 (연수 코치 등의 신분으로) 꼭 모시고 가겠습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말을 안 하더라. ‘나중에 내가 갈 곳이 하나 줄었구나’라고 생각했다. 허허허.”



 -내년 이맘때 뭘 하고 계실까.



 “한국시리즈 가야지. 사람은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오키나와=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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