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애인은 일자리 얻고 헌옷은 재활용 '일석이조'

중앙일보 2014.11.13 00:03 6면 지면보기
사회적협동조합 수피아에서 조합원들이 낡은 청바지를 재활용해 만든 다양한 생활소품을 소개하고 있다. 수피아는 장애인의 자립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 채원상 기자




나눔 사업의 일환으로 알려진 사회적기업은 이익을 추구하지만 사익이 아닌 공익적 가치에 무게를 둔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 다르다. 사회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회사 수익을 지역공동체에 다시 투자하는 사회적 가치를 선순환하는 데 의의가 있다. 우리 동네 취약계층인 장애인들이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수피아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수피아)을 소개한다.



이숙종 객원기자 dltnrwhd@hanmail.net



수피아는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다는 취지로 2012년 설립됐다. 수피아는 원래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기 전 장애인 복지에 관한 일을 하던 단체였다.



장애 아동들의 재활을 돕거나 장애인들의 활동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사람도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 직장을 갖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현실에서 지원보다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모아져 만들어졌다.



장애인 자립 도우려 2012년 설립



김희숙(45) 수피아 사무국장은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손으로 하는 작업은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무조건 장애인이라서 기피하는 곳이 많다”며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고 했던 것이 수피아 사회적협동조합이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변변히 쉬는 날도 없이 매일 수피아 사무실에서 살다시피 한다. 거의 무보수에 가까운 활동비를 받지만 불평 한 번 없다.



 “장애인들이 이곳에서 제품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자신들도 비장애인과 같은 사회 구성원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는 말을 많이 해요. 그래서인지 책임감도 있고 일에 대한 의지도 많고요. 때로는 야근도 자진해 하기도 하고 일거리를 집에 가져가서 합니다. 그러면서도 기회를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세요. 이런 분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저도 감사한 생각이 듭니다.”



11일 오후 아산시 권곡동에 있는 수피아. 입구에서부터 경쾌한 재봉틀 소리가 들렸다. 직원들이 가지런히 늘어선 재봉틀을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 쉼 없는 바느질로 소품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만들고 있는 제품은 앞치마부터 작은 동전 지갑까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재료는 모두 청바지다.



 “수피아 제품은 재활용 청바지로 만들어요. 청바지는 천이 튼튼하고 예뻐 소품을 만들면 튼튼하고 개성 있는 소품이 돼요. 재활용 청바지이다 보니 같은 색 청바지는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제품을 만들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것이 되는 거죠.” 수피아 제품 원재료인 청바지는 헌옷을 수거하는 업체나 개인·단체의 기부를 받아 충당하고 있다.



최근 아산 동일하이빌아파트 부녀회도 뜻을 모아 청바지 기부에 동참했다. 수피아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재활용 청바지로 앞치마와 슬리퍼, 에코백이나 소품 주머니를 만든다. 주로 재봉틀을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데 아직 재봉 기술이 부족한 장애인들의 경우 포장이나 원단을 정리하는 일을 돕는다. 수피아는 자체 브랜드인 ‘블루진블루칩’이란 이름으로 여러 가지 생활소품을 만들어 판매해 지역에서 유일하게 2013년 7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사회적기업,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김희숙 국장은 사회적기업은 창출된 수익을 좋은 일에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려운 취업환경에 놓인 장애인들의 실질적 고용률을 높이고 거기에서 얻어지는 수익은 다시 그들과 같은 취약계층의 교육, 지원으로 사용해야 다양한 취약계층의 주민들이 고용시장에 들어와 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공익사업이긴 해도 수익 역시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김 국장의 생각이다.



 “사회적기업이라고 해도 기업으로서의 자생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죠. 한쪽에선 사업가 마인드로 이윤을 내고, 또 다른 편으로는 그 이익을 사회에 되돌려 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해요. 사회적기업이라고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만 받으려는 곳은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수피아는 청바지를 활용한 소품 외에도 최근 수제 비누와 향초 같은 제품 판매도 시작했다. 아무래도 청바지 기증 물량이 줄어들면 일손을 놔야 하는 구조 탓이다. 비누나 향초의 생산은 변동이 거의 없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수피아는 아울러 향후 공익활동의 일환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함께 어울려 사는 환경, 장애의 편견 없이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수피아의 철학을 담은 캐릭터 인형을 기획 중이다. 김 국장은 “직접 만들어 판매되고 수익금이 발생하는 건 일반 사람은 단순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곳에 있는 장애인들은 얼마나 감사해 하는지 모른다”며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그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환하게 웃었다.



문의 041-532-4887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