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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위험국 왜 가냐고? 엄청난 보상이 있다 … 사람을 살릴 수 있지 않나

중앙일보 2014.11.13 00:01 종합 28면 지면보기
에볼라가 발병한 서아프리카 3개국 치료센터 주변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망자가 실려 나오고, 새로운 감염 의심자들이 들려 들어간다고 한다. 지난 3월 발병 이후 이달 7일까지 에볼라 확진자는 1만3200명을 넘어섰다. 생존자 8300여 명은 각국 정부와 비정부기구(NGO)가 운영하는 치료소에서 신속하게 치료받은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국경없는의사회 구호팀장 로베르

 에볼라 치료를 위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NGO가 국경없는의사회(MSF)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MSF는 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기니에 치료센터 6곳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에볼라 감염자 3500여 명을 진료했 다. 에볼라 환자 4명 중 1명은 MSF가 진료를 한 셈이다.



 MSF 스위스사무소 소속 위그 로베르(41·사진) 긴급구호 프로그램 팀장은 11일 인터뷰에서 “최근 신규 환자 수는 조금 줄었지만 에볼라 퇴치까지는 아직도 멀고 험한 여정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볼라 환자의 절반이 몰려있는 라이베리아에서의 에볼라 대응을 책임지고 있다. MSF 한국사무소를 방문하기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MSF는 이번 에볼라 발병을 처음 인지해 세상에 알렸다. 로베르에 따르면 3월 14~15일께 기니에서 말라리아 퇴치 사업을 하는 MSF직원들이 ‘주민들 사이에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사망자 혈액을 채취해 프랑스의 연구소로 보냈다. 약 1주일 뒤인 22일 에볼라 발병이 공식 확인됐다.



 로베르는 가장 먼저 긴급구호팀 소속 간호사 등 5명을 기니에 급파했다. 주변국에서 활동하던 감염병 전문가 2명이 합류했다. MSF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활동가들 가운데 자격과 일정이 맞는 사람들을 순차적으로 투입했다. 이렇게 참여한 외국인 활동가가 700여 명, 현지 채용 직원은 3000여 명이다. 한국인 활동가는 없다.



 지난 8개월간 외국인 활동가 700여 명 중 미국·프랑스·노르웨이 의사 등 3명이 감염됐고, 전원 완치됐다. 현지 직원은 21명이 감염돼 9명이 생존했다.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킨 덕분에 감염자가 비교적 적었다. 로베르는 “환자를 직접 대하는 의료진은 보호복과 장비를 철저히 하고, 일반 직원은 어떤 경우에든 다른 사람과 신체 접촉을 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훈련한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에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로베르는 건축가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3년간 개인주택과 빌딩을 설계했다. 제네바 호숫가와 자연 속에 고급 주택을 주로 지었는데, 어느 날 문득 “더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마침 MSF가 현장에서 일할 건축가를 모집하고 있었다. 보건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현지에 병원이나 치료소를 세워야 한다. 죽음이 드리워진 서아프리카에 왜 갈까. 로베르는 “큰 보상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내겐 보상이다. 그 어떤 화려한 주택보다 남수단 난민 8000명을 위해 지은 임시 진료소가 훨씬 아름답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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