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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551> 꿈을 현실로 만드는 곳, DARPA

중앙일보 2014.11.13 00:02 경제 10면 지면보기
이철재 기자
미국의 할리우드를 ‘꿈의 공장’이라고 하죠. 할리우드 영화 속 상상의 세계는 꿈으로만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되기도 합니다. 이곳을 거치면 말이죠. 바로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입니다. 인터넷·컴퓨터 마우스·윈도·GPS…. 한 때 할리우드 영화의 상상으로 여겨졌던 것들이죠. 요즘 DARPA에선 어떤 꿈을 현실로 이루려고 할까요.





군사·우주기술서 출발 … 초능력 수트, 휘어지는 탄환 개발 중



1957년 10월 4일 옛 소련이 세계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리자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미국이 소련보다 과학기술에 뒤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듬해 2월 당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DARPA의 전신인 고등연구계획국(ARPA·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을 세우도록 지시했다. 설립 취지는 ‘적의 기술적 진보에 놀라지 않고, 오히려 적을 기술적 진보로 놀라게 한다’였다. 처음엔 군사기술과 우주기술에 집중했다. 이때 핵 전쟁 이후에도 가동되는 컴퓨터 네트워크인 아르파넷(ARPANet), 오늘의 인터넷이 개발됐다. 이후 점점 민간 기술에도 눈을 돌렸다. DARPA는 따로 연구실이 없다. 대학과 기업, 연구소의 연구를 후원할 뿐이다. 최근 DARPA가 투자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다.





DARPA의 최근 연구가 성공한다면-. 미군 병사는 앞으로 해리포터의 투명망토②를 두르고, ‘원티드’①에서 나오는 마법의 총탄을 쏜다. 또 전격 Z작전의 키트③와 같이 스스로 움직이는 차량을 탄다. 벽이 가로 막아도 스파이더맨④처럼 올라간다. [사진 각 배급사]


 ① ‘대시’의 빠른 발을 따라잡는 4MM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의 대시(Dash Parr)는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초능력을 가졌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연구팀의 ‘4MM(Minute Mile)’ 프로젝트는 1마일(약 1.6㎞)을 4분 안에 주파하는 게 목표다. 한마디로 대시의 빠른 발을 만드는 연구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등에 분사구 2개가 달린 제트팩을 맨 실험자가 1마일을 달리는 데 걸린 시간은 현재 5분2초다. 하지만 연구팀은 “난제가 많지만 개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4MM’ 프로젝트 실험자가 분사구 2개가 장착된 제트팩을 메고 달리고 있다. [사진 애리조나주립대]
 ② 영화 ‘원티드’의 마법탄환 이그재토



 영화 ‘원티드’에서 비밀조직 프래터니티(The Fraternity)의 암살자들은 총알을 곡선으로 날려 장애물을 피해 목표물에 명중시킨다. 날아가는 파리의 날개도 맞힐 수 있다. F-22 랩터·F-35 라이트닝2 등 스텔스 전투기를 만든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은 텔레다인 사이언티픽&이미징과 함께 이그재토(EXACTO·Extreme Accuracy Tasked Ordnance)를 개발하고 있다. 이그재토는 50구경(지름 0.5인치(12.7㎜) 탄환) 기관총에 원격조정장치를 단 시스템이다. 보통 저격수들이 총을 쏠 때 비·눈·바람과 같은 기상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그재토는 따로 계산할 필요가 없다. 또 총알이 날아가면서 1초에 최대 30번이나 방향을 바꾸며 움직이는 표적을 따라간다. 1000m 거리의 명중률도 10번 쏘면 5번 이상은 목표물에서 20㎝ 이내에 들어가는 수준이다.





 ③ 아이언맨 수트 입은 초능력 병사 탈로스



 지난 2월 27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펜타곤(국방부)을 중심으로 아이언맨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곧이어 농담이라고 밝혔다. 진실은 미군이 아이언맨 수트와 비슷한 무기를 연구 중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미 특수전사령부(SOCOM)는 95개의 주요 대학·기업·연구소와 함께 전술공격작전복(TALOS·Tactical Assault Light Operator Suit) 개발에 착수했다. ‘탈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온 청동거인이란 뜻도 갖고 있다. 이 작전복을 입으면 방탄은 기본이다. 수백㎏의 물건을 들 수 있다. 컴퓨터와 안테나가 내장됐다. 냉·난방 장비도 갖춰져 어떤 기후 조건에서도 전투가 가능하다. 체온·심장박동 등을 체크하며 상처에 자동으로 약을 뿌려주는 기능도 있다. 2018년 8월 개발완료가 목표다. 그러나 영화 ‘아이언맨’의 아크 원자로처럼 가벼우면서도 강력한 힘을 가진 동력원은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그래서 2026년까진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④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를 꿈꾸는 ‘팡’



 DARPA는 지난해 4월 종료한 팡(FANG ·Fast Adaptable Next-Generation Ground Vehicle) 챌린지를 후원했다. DARPA는 이 대회를 통해 미래의 전장에서 사용할 차량의 설계를 공모했다. 미국 각지에서 1000여 개 팀이 참가했고, 우승팀은 100만 달러(약 10억7300만원)를 받았다. DARPA는 팡 이외 2004년부터 다양한 대회를 열었다. 2004·2005년 그랜드 챌린지에선 외딴 곳에서 자동 운전이 가능한 차량을, 2007년 어반 챌린지에선 도심 지역에서 교통법규를 지키며 움직이는 로봇 차량을 각각 개발하는 대회였다. 최종 목적은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에서 나오는 키트(KITT)와 같이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이는 차량을 만드는 것이다.





 ⑤ 스파이더맨과 같이 벽을 타고 오르는 Z-맨



 만화나 영화 속 수퍼 영웅은 모든 장군이 최고로 꼽는 병사일 게다. DARPA는 ‘스파이더맨’처럼 무거운 장비를 짊어진 성인이 벽을 빠른 속도로 타고 올라갈 수 있는 ‘Z-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거미나 게코도마뱀의 접착물질을 응용한 합성접착제 ‘게코도마뱀 피부(Geckskin)’를 개발한다. 시제품 실험 결과 100㎏ 체중을 가진 남성이 7.5m 높이의 유리벽을 무난하게 수직으로 올라가 수 있었다고 한다. Z-맨 장비는 군사적인 목적 말고도 긴급 인명구조에도 사용될 수 있다.





 ⑥ 울버린처럼 금방 상처가 아무는 ‘일렉트렉스’



 ‘엑스맨’의 히어로 울버린은 상처가 나도 순식간에 아물거나 치유되는 능력(힐링팩터)을 가졌다. DARPA는 현실의 힐링팩터를 꿈꾸고 있다. 일렉트렉스(ElectRx)라는 프로젝트는 병사의 신경기관에 초소형 자동제어장치를 넣어 건강을 유지하고 몸 상태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게 목표다. 신체의 면역·회복·치유 작용을 촉진하면 울버린처럼 상처가 빨리 나을 수 있다는 게 DARPA의 설명이다. DARPA는 일렉트렉스 프로젝트가 일단 관절염이나 염증, 내장질환·외상성 뇌손상(TBI)·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우울증 등 정신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⑦ 터미네이터의 액체로봇 못잖은 켐봇



 ‘터미네이터’의 액체로봇 T-1000은 몸의 모양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총에 맞아도, 불에 타도, 부서져도 곧 원래 모습을 회복한다.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팀은 켐봇(ChemBot)을 연구하고 있다. 켐봇은 고체-액체 변형이 자유로운 로봇소재 개발 프로젝트다. 평소에는 딱딱한 고체 형태지만 전류로 가열하면 액체와 같은 소재로 변형된다. 다시 온도를 낮추면 원래 고체 형태로 되돌아간다.





 ⑧ 해리포터의 투명망토 ‘메타물질’



 DARPA는 영화 ‘해리포터’의 갖가지 마법도 허구로 생각지 않는가 보다. DARPA는 2004년 영국 임페리얼대의 존 펜드리 교수 연구팀의 메타물질 연구를 후원했다. 메타물질은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공물질이다. 빛을 산란시켜 반사하거나 흡수하지 않고 뒤로 흘려보내는 성질을 갖고 있다. 메타물질 안에 물체를 넣으면 해리포터의 투명망토처럼 안 보이게 만든다. 존 펜드리 교수팀은 투명망토의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1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 버클리) 연구팀은 가시광선 영역인 480~700㎚(1㎚는 10억분의 1m)의 파장에서 작동하는 투명망토를 만들었다.





 이와 같이 DARPA가 기술적 혁신을 쏟아내는 걸 보고 ‘외계인을 잡아 고문해 연구를 시키는 곳이 DARPA’라고 농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안토니 테터 전 DARPA 국장은 성공 비결을 이렇게 풀었다.





 ◆작고 유연한 조직=원활한 의사 소통을 위해 프로젝트 매니저와 연구 개발자 등 2단계의 상하구조를 유지한다. 실력만 있으면 공무원 임용자격에 미달하는 사람도 프로젝트 매니저로 뽑을 수 있다. 연구와 상관없는 행정·지원인력은 국방부나 군에서 끌어다 쓴다. 이러면 관료 조직이 비대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4~6년 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게 한다. 개별 과제는 3~5년만 진행한다. 그 이상 길어지면 뒤처진 기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실장급 간부들은 순환보직을 원칙으로 한다. 머리가 굳지 않도록 한 조치다.





 ◆실패해도 괜찮다=DARPA는 점진보다는 혁신을 요구한다. 그래서 무모한 과제라도 투자한다. 실패한 연구도 용납한다.



 5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수많은 천재가 DARPA를 거쳐 갔다. 로버트 윌리엄 테일러는 DARPA에서 인터넷 개발 연구를 수행했다. 제록스 연구소로 옮긴 뒤 세계 최초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컴퓨터인 알토(Alto)를 만들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1979년 이 컴퓨터를 보고 충격을 받아 비슷한 제품 생산을 지시한 건 유명한 일화다. 구글은 DARPA 출신들을 선호한다. 빈트 그레이 서프 부사장과 레지나 듀건 기술부문 부사장은 DARPA 근무 경력이 있다. DARPA를 나온 노먼 휘태커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혁신적 신기술을 개발하는 조직을 맡게 됐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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