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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세에 30만원 들고 네트워크업체 창업한 노신사

중앙일보 2014.11.13 00:02 경제 5면 지면보기
창업 5년차 김경율(66) 시언기술 대표는 용산 전자상가에서 PC정비와 네트워크 보수 일을 하면서 컴퓨터학원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미래창조과학부]


“100세 시대에 60~70대는 인생 후반전에 불과합니다. 지금은 사무실 인근 지역이 저의 활동무대이지만, 앞으론 인터넷을 이용해 영업시장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디지털 에이징 페스티벌



 얼굴에 드문드문 검버섯이 핀 백발의 노신사가 무대에 올라 열변을 토한다. 단상에 오를 때만 해도 평범한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모습이었지만,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직접 만든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넘길 땐 주름진 눈꺼풀 아래 눈빛이 날카롭다. 63세에 단돈 30만원으로 개인용컴퓨터(PC) 정비와 네트워크 보수를 하는 ‘시언기술’을 창업한 김경율(66)씨 얘기다. 평범한 사무직으로 일해온 김씨는 60세 정년퇴직 후 컴퓨터학원을 다니며 관련 자격증을 6개를 딴 뒤 창업을 결심했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초동 명보아트홀 6층 실버(노인)전용극장인 명보극장에 백발 노인 250여 명이 모였다. 하루 전만 해도 앤서니 퀸 주연의 ‘사막의 라이언’(1981년 개봉)이 상영됐지만, 이날은 ‘디지털 에이징(Digital Ageing)’과 창업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행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디지털에 관심이 있는 장노년층과 노인단체 등 300명을 초청해 진행한 ‘디지털 에이징 페스티벌’이었다. 부제로 ‘디지털 꽃중년의 비긴 어게인(Begin Again)!’이란 거창한 표현도 달았다. 디지털 에이징이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노인의 사회 참여와 일자리 제공, 복지 증진을 도모해 개인과 사회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새로운 고령화 대응전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가장 빠른 속도의 고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0년 전체 인구의 7.2%이던 65세 이상 고령인구(만 65세 이상)가 2010년엔 10.9%로 늘었고, 2050년에는 35% 수준가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광수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은 “우리나라에선 50대 이상 10명 중 5명 가량이 인터넷을 이용한다”며 “디지털 에이징이야말로 어르신들을 복지의 수혜자로서 뿐만 아니라 생산적인 집단으로 변화시켜서 우리 사회의 심각한 고령화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노인복지정책”이라고 말했다.



 이날 ‘디지털 에이징 페스티벌’ 창업사례 발표자 중에는 ▶70세에 컴퓨터를 배운 뒤 전통시장 온라인 의류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신범순(72)씨 ▶공무원 은퇴 후 협동조합을 만들고, 블로그와 페이스북·온라인몰을 통해 도농교류 직거래를 하고 있는 최광진(60)씨 ▶30년 동안 미군부대 군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뒤 시각장애인용 앱을 개발하는 에이티랩을 창업한 박영숙(57)씨 등이 열기를 더했다.



 페스티벌 행사 중에는 장노년층 IT일자리 활성화와 인식개선을 위한 ‘시니어 IT일자리 사례 공모전’시상식도 열렸다. 총 70편이 응모한 이번 공모전의 대상은 3년 전 정보화경진대회 입상을 계기로 IT실력을 인정받아 68세에 유통업체에 재취업해 전산업무를 맡고 있는 최태진(71)씨에게 돌아갔다. 은퇴 후 태블릿PC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해 그림교실과 전시회를 여는 ‘아이패드 작가’ 정병길(62)씨와, 장애인의 몸으로 컴퓨터 기술을 배워 불법복제물 온라인 모니터링 일을 하고 있는 이정규(65)씨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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