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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전시작전권 전환은 통일과 강군의 열쇠다

중앙일보 2014.11.12 00:05 종합 29면 지면보기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군의 작전권을 평시와 전시로 구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평시에도 실제로는 연합사령관이 작전계획과 위기관리 등 핵심 권한을 행사하는 이유다. 전시작전권이라는 말은 억지 구분에서 나온 용어다. 작전권 전환은 1989년 미국 의회의 ‘넌-워너’ 수정안에서부터 추진되었고, 한·미 공동의 안보정책상 필요에 따라 2007년 전환 합의에 이르렀다. 그런 작전권 전환 계획이 이번에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양국 대통령의 위임에 따라 작전권을 행사한다는 형식에도 불구하고 군통수권의 핵심 요소를 타국에 맡기고 있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러나 작전권은 주권이나 자존심보다는 국가 안보의 실체적 측면에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관점에서 전환 연기의 이유들을 따져보아야 한다.

 첫째, 단일 지휘체계가 효율적이기 때문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28개국 군대도 미군이 지휘통제한다고 주장한다. 사실이 아니다. 나토 각국은 군대의 10% 정도만 신속배치군에 배속시킬 뿐 나머지 90%는 각국이 직접 지휘통제한다. 전 세계에서 자국의 주력군을 지휘통제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둘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든다. 미국은 모든 동맹국에 ‘확장 억지력’이라는 핵을 포함한 안보우산을 보장하고 있다. 핵우산은 미군의 작전권 행사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셋째, 유사시 미군 증원을 용이케 한다는 주장이다. 미군 증파는 작전권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다. 나토나 미·일 동맹 모두 마찬가지다.

 넷째, 연합사령부가 있어야 유엔사가 존립하고, 유사시 유엔군이 온다고 주장한다. 유엔사와 관계없이 유엔이 다시 군사행동을 취하려면 중·러를 포함한 안보리 결의가 필요하다.

 이런 희박한 논거 때문에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야 한다. 무엇보다 작전권 없는 강군은 없다. 군의 존재이유인 작전은 제쳐두고 군수와 인사에 주력하는 한 지속적으로 개혁하는 강군이 될 수 없다. 사용 권능도 없는 첨단 무기를 사들인다고 강군이 되는 건 아니다.

 더욱이 북한 정권은 작전권을 가진 미국이 남쪽을 강점해 북침을 노린다는 명분을 내세워 체제이념과 세습독재를 유지하고 있다. 국지도발도 계속한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때 F-15 전폭기가 북한의 원점을 타격할 수 있었지만 사태 확산을 원치 않는 미국이 거부했다. 이런 일은 반복될 수 있다.

 나아가 작전권 없이는 북핵 해결과 통일의 길을 열지 못한다. 한국 주도의 통일 시 미군 통제하의 한국군이 한·중 국경을 지키는 상황을 중국이 받아들이겠는가? 그때 가서 하루아침에 작전권을 바꾸기는 어렵다. 북·미와 남북의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북핵을 점진 폐기시키는 경우에도 북한은 작전권을 가진 미국과의 평화협정만 주장함으로써 진전이 어렵게 된다. 작전권을 가진 온전한 군사력 없이는 대북관계는 물론 통일을 위한 주변국 외교에서도 힘이 빠진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유로 뒷걸음질치고 있다. 연합방위 주도 능력만 해도 그렇다. 한·미는 2004년부터 한반도 군사력 균형을 공동 평가했다. 한국이 재래 군비에서 우세했다. 지휘통제·정보·통신(C4I)을 보완하고 미국의 핵우산과 정보지원을 합치면 2012년부터는 한국이 연합작전을 충분히 주도할 수 있다는 판단에 도달했다. 실제 한국군은 합동지휘통제시스템(KJCCS)과 육해공 C4I를 개발하면서 2006년부터 작전권 전환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을 주도했다. 그러나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전환을 2015년으로 연기했다. 당시 국방부는 “연합방위를 주도할 능력이 되는데, 양국 지도자의 정치적 결정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와 ‘킬체인’도 완성의 길은 요원하다. 창과 방패의 게임은 북핵이 존재하는 한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 위협 해소보다는 방패 구축에만 급급하고 있다. 동북아 정세는 성격상 타협과 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데 주변 환경의 안정을 조건으로 내세운다. 주변이 불안정할수록 한국이 자체 역량을 갖고 역내의 대립보다는 협력촉진에 앞장서야 한다.

 2006년 미군 고위 지휘관이 청와대 안보실장이던 필자에게 한 말이 새롭다.

 “작전권 전환은 한·미가 운전석과 조수석의 자리를 바꾸는 것이지, 미군이 차에서 내리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한국군의 일각에서 작전권 전환을 미군 철수로 간주하면서 미국 수준은 되어야 작전을 지휘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미국 외에는 지구상 아무도 작전권을 가질 수 없다.”

 심리적 악순환이다. 군은 충족될 수 없는 조건을 걸어 전환을 미루고, 국민은 준비되지 않았다는 군을 못미더워 한다. 군은 다시 국민들이 불안해하니 연기하자고 주저앉는다. 작전권은 군 차원을 넘어 안보·외교·통일 전반에 걸친 국가 미래의 핵심 과제다. 불안의 심리적 고리를 끊어야 한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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