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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용의 등에 올라타다

중앙일보 2014.11.11 00:41 종합 1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한·중 FTA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한국은 쌀·쇠고기, 중국은 자동차·액정표시장치(LCD) 등 예민한 품목을 자유화 대상에서 제외했다. [베이징=박종근 기자]


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로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경제·무역을 넘어 정치·안보에서도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됐다. 1992년 수교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에 따른 호황 이후 제3의 중국 물결을 예고하고 있다. 이로써 한국은 칠레·페루에 이어 미국·유럽연합(EU)·중국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체결하는 세 번째 국가가 됐다. 세계 10대 무역국 중에선 유일하다. 중국·러시아와 미국·일본의 사이에 낀 한국은 경제는 물론 국제외교 무대에서도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경제의 자생력을 키우지 못하면 자칫 중국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주변국으로 전락할 위기도 안게 됐다.

한·중 FTA 타결 … 미·EU 이어 3대 경제권과 체결
중국, 자동차·LCD 지키고 한국은 쌀·쇠고기 막아
산업 경쟁력 못 키우면 ‘중화 블랙홀’에 빨려들 수도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FTA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한·중 두 나라는 협정문을 만드는 작업을 한 뒤 올해 말까지 가서명을 하기로 했다. 큰 틀에서 보면 한·미나 한·EU FTA에 비해선 자유화도가 낮은 협정이 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 쌀·쇠고기, 중국은 자동차·액정표시장치(LCD) 등 서로에게 예민한 품목은 자유화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한·중 경협 패러다임도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B2B(기업-기업)’에서 ‘B2C(기업-소비자)’로의 전환이다. 그동안 우리 기업은 주로 현지 기업(투자업체)에 부품을 공급(수출)하는 형태의 비즈니스를 해왔다. 그러나 FTA에 따른 시장 통합의 시대를 맞아 이제는 중국 소비자와 직접 소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환우 KOTRA 중국조사담당관은 “중국 소비자가 우리 기업의 주가(가치)를 결정하는 시대다. 밥솥·녹즙기·화장품·패션의류 등 생활밀착형 상품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쟁력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우리가 ‘산업 빨대 패러다임’에 빠질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오승렬 한국외대 중국학부 교수는 “FTA 체결로 유·무형의 교역·투자 장벽이 사라지면서 경쟁력 있는 기업조차 최적의 생산 조건을 찾아 중국으로 갈 수 있다. 삼성·LG의 LCD 공장이 중국으로 간 게 이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쟁상품의 현지 생산체제가 늘어나면서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고, 대중국 수출도 급감하고 있다. 올해 1~9월 LCD의 중국 수출은 5.7% 감소했다. ‘FTA 위기론’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구조를 ‘허브(hub)’ 패러다임으로 재편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중국과 미국, EU 등을 연결하는 부채꼴 산업구도를 짜자는 얘기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다국적기업이 한국을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장 경제 제도와 우수한 인재, 첨단 기술력 등의 이점을 키우고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글=한우덕 기자, 세종=김원배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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