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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세상 다르게 보기로서 예술

중앙일보 2014.11.11 00:06 종합 32면 지면보기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미학이 전공이라고 하면 예술이 우리 삶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를 묻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리스도 상을 오줌통에 넣고 사진을 찍은 세라노의 작품이나 물고기 몸에 바늘을 찌르고 구슬로 장식해서 썩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 이불의 작품을 예로 든다. 이렇게 불경스럽고 끔찍한 작품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는 것이다. 예술작품은 아름다운 것이거나 그렇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교훈적인 메시지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남미 출신의 미국작가 세라노는 1987년 이 작품을 전시해서 성상모독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현대종교가 상업화되면서 성상의 성스러움이 훼손되고 있다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서였다고 작가는 말한다. 오줌이 남미문화에서는 지저분하거나 불경스러운 소재가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한국 작가인 이불의 작품은 물질만능의 사회 풍조 속에서 생태계가 파괴되어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평가된다. 작가는 썩어 가면서 풍기는 냄새와, 냄새 맡는 후각이 가장 원초적인 지각임을 나타내려 했다고 한다. 예술이 감각을 대상으로 하는 행위라는 점에서다.



 이렇다면 예술이란 세상을 다르게 보고 새롭게 생각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이 작품들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새롭다는 것이 영구불변이 아니라 시대나 사회에 따라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세시대에 세라노의 작품을 만났다면 용납할 수 없었겠지만, 종교의 상업화가 문제점으로 인식되는 오늘날에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이불의 작품 역시 우리 시대의 이슈인 환경 문제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세라노의 작품이 불경스럽지 않다든가 이불의 작품이 아름답다는 말은 아니다. 이것들이 훌륭한 작품이냐라는 평가적 의미를 떠나서 세상을 다르고 새롭게 이해하려 한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예술의 조건은 갖추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 작품들이 세상을 보는 해답일 수는 없다. 오히려 끔찍하고 없애 버려야 할 것들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예술은 그렇게 다르게 세상보기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행위이고, 예술가들은 그런 존재라는 것이다.



 며칠 전 막을 내린 광주비엔날레의 주제가 ‘터전을 불태우라’였다. 새로운 창조를 위한 파괴쯤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를 묶고 있는 속박들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서 세상을 다르고 새롭게 보려는 예술이라는 의미에서다. 여기서도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는 많은 것이 전시됐다. 실물 크기의 인체를 시체처럼 바닥에 눕혀 놓은 작품은 정치적 억압과 시체로 발견되는 실종이 보편화되고 있는 파키스탄의 정치적 현실 보기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일그러진 표정의 얼굴만으로 구성한 최수앙의 작품에서는 현대사회의 왜곡된 소통의 문제를 읽어낼 수도 있다. 이것들도 모두 아름답거나 도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끔찍하고 피하고 싶은 현실사회의 산물이며, 무심코 지나친 현실의 문제를 때로는 과장하고 때로는 끔찍하고 충격적인 모습으로 상기시켜 주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2년에 한 번씩 새로운 작품들로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광주비엔날레가 시작한 지 20년째를 맞이했다. 세계 5대 비엔날레로 자리매김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 온다. 서울에서 차로 4 시간 거리인 광주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있었지만, 유럽과 미국의 4개 비엔날레에 이어 다섯 번째가 되었다니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역사와 관객 수와 예산과 세계 미술계에 미치는 영향력까지를 망라해서 평가한 결과라고 한다. 광주가 역사 속의 아픔과 상처를 딛고 예술문화 도시로 세계 속에 인식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지켜나갈 지라는 과제도 남아 있다. 그런데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광주문화재단 이사장에 시장의 30년 지기를 임명하고,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에 정치인 출신인 시장 고교 후배를 임명했다는 지적들이 있다. 역사 속의 상처라는 정치적 의미와 호남의 지역이기주의에 아직도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광주가 지금 불태워야 할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일 텐데.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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