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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자동차 산업 경쟁력, 노동 유연성에서 나온다

중앙일보 2014.11.11 00:03 경제 11면 지면보기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지난 9월 서울지방법원은 완성차 공장에서 근무하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를 원청의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자동차 회사들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생산비용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면서 다양한 신차를 남보다 빠르게 시장에 내놓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자동화, 업무도급, 아웃소싱, 파견 등을 활용하여 탄력적이고 유연한 생산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노사합의로 오토비전이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파견과 도급 근로자 공급을 하고 있고, BMW 라이프치히 공장은 근로자의 57% 이상을 파견과 도급 인력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법원은 자동차산업의 유연 생산 경쟁환경을 감안하지 않고 형식적인 지휘명령의 형태 여부로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불법파견으로 판단했다. 여기에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민법에 의한 도급’과 ‘파견법에 의한 파견’은 목적과 대상 자체가 다름에도 단순히 언어적 논리로만 양 제도를 연계해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파견법은 특정 직종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파견되어 근로할 경우 근로조건 등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파견에서는 파견회사와 사용회사 간에 업무계약은 없고 파견근로자의 공급계약만 있다. 도급은 평등 계약에 의한 협업을 통해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폭넓게 아웃소싱을 허용하고 있다. 도급제에서는 원청과 하청회사 간에 사업계약이 있고 근로자 관리 계약은 없다. 이에 따라 파견법은 파견회사가 자체 고용 근로자에 대한 지휘명령권을 사용회사에게 법적으로 정식 위임하고 있다.



즉 스스로 지휘명령권을 포기한 것이다. 반면, 도급에서는 하청회사가 지휘명령권의 핵심을 보유하면서 원청과 하청회사가 협의를 통해 계약에 따른 업무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파견법의 일부 특징을 원용하여 도급제도를 파견제와 동일하다고 판결한다면 마치 검은색 머리를 가진 백인에 대해 신체 일부가 검기 때문에 흑인이라고 간주하는 것과 같다.



 둘째, 실제 근무현장에서 지휘명령의 행사 방법과 행사 정도도 파견과 도급에서는 큰 차이다. 파견제에서는 사용회사가 위임받은 지휘명령권에 따라 파견된 근로자에 대해 작업의 배치와 변경뿐 아니라 근태관리 및 평가, 근무시간 결정, 근로자 선택 및 변경 등 실질적으로 고용주와 동등한 인사권을 행사한다. 파견회사는 업무성과에 대해서는 책임도 없다.



 반면, 도급제에서는 원청회사가 하도급 근로자에게 파견제와 같은 인사징계권을 가진 지휘명령을 할 수 없다. 다만 계약내용의 완성을 위해 협조와 협의 차원에서 요구하는 것이다. 하청회사는 업무결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 이에 따라 도급에서는 하청회사에서 현장 책임자가 작업현장에 상주하고 있고, 도급에서 ‘지시’, ‘검사’ 등의 용어가 사용되더라도 이는 수평적 협업에 기초한 의사소통의 방편이다.



 따라서, 앞으로 진행될 상급심에서는 그간의 법적 쟁점을 전면 재검토하고 경제실체를 현장 체험하면서 도급이라는 아웃소싱제도가 폭넓게 인정해야 할 것이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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