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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조 몰린 특금 … 가시 감춘 장미

중앙일보 2014.11.11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주부 조모(60)씨는 지난해 은행에서 특정금전신탁(특금)에 가입했다. 그동안 정기예금에 넣어뒀지만 금리가 너무 떨어져 딴 길을 찾았다. 은행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기업어음(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을 권하길래 2억원을 넣었다. 주부 강모(56)씨도 “ABCP 등에 투자하는데 원금 손실이 여태껏 없었고 기간도 3개월로 짧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은행 직원의 말을 믿고 2억1000만원을 넣었다. 그러나 최근 조씨와 강씨는 금융감독원 민원실을 찾았다. 원금 손실이 났기 때문이었다.


ELS·CP·외화예금에 투자
‘단기 고수익’ 내세워 인기
예금자보호 안 돼 위험도 커
환 위험·헤지 여부 확인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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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단기 금융상품에 몰리고 있다. 투자처를 찾고 있는 대기자금이라 할 수 있는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이 최근 100조원을 넘어섰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44조원대로 늘었다. 그중에서도 특금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특금 수탁액은 올 8월 말 208조4000억원에 달한다. 2010년(104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특금은 잘 알고 고르면 고·중·저위험 상품을 다양하게 담을 수 있어 정기예금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일종의 고객맞춤형 상품이다. 고객이 금융사에 돈을 맡기고 어떤 상품에 투자할지와 비중 등을 지정한다.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기업어음(CP) 같은 채권 ▶위안화·달러와 같은 외화예금을 포함한 정기예금과 이를 기초로 발행된 ABCP 등에 투자한다. 수익률은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에 투자하면 3%대, ELS 등에 넣으면 5~7% 선이다. 투자 대상은 주로 ABCP(21.7%), 정기예금(19.2%), ELS·DLS(9.8%) 등이다.



 은행은 그동안 주로 ELS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신탁(ELT)을 판매해 왔다. 개인 고객 비중(34.6%)이 증권사(5.5%)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반면 증권사는 ELS나 주식 위주의 랩 어카운트 상품을 이미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특금에선 사업영역이 겹치지 않는 회사채·CP 같은 채권을 위주로 판매한다.





 최근에는 위안화 예금과 이를 기초로 한 ABCP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원화를 국내보다 금리가 높거나 환차익이 기대되는 국가의 통화로 바꿔 예금하는 상품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개인이 직접 외국은행 한국 지점을 찾아가 예금할 때보다 환전 수수료가 적고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금엔 위험이 있다.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 유석호 선임조사역은 “외화예금에 투자하는 정기예금형 신탁에 투자하려면 외국계 은행의 신용도, 환 위험과 헤지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BCP에 투자하는 것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ABCP는 특수목적회사(SPC)가 가진 부동산 PF, 회사채, 정기예금 등을 기초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이다. 자금을 한 번에 대량으로 유치할 수 있기에 기업과 은행 입장에서는 금리를 더 얹어줄 수 있다. 그러나 회사나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원금 손실이 난다. 일례로 금융권은 KT 계열사 KT ENS가 태양광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끌어 모으려 SPC를 통해 ABCP을 발행했고, 기업은행 등을 통해 1010억원 상당의 특금 상품을 판매했다. KT ENS가 ABCP의 지급을 보증했다. 금융사들은 “KT가 망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말로 현혹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이 회사와 하청회사 관계자들이 공모한 3000억원대 대출사기 사건이 불거졌다. 이후 KT ENS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이 ABCP는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탁회사나 계열사가 발행한 CP·회사채·ELS 등을 선택할 때도 충분한 설명을 듣고 결정해야 한다. 부도가 나더라도 이들이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은 투자부적격 등급을 받은 계열사 채권을 특금 형태로 팔았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소액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금의 최저 가입한도를 5000만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지난 5월 규제개혁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근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규제 완화에 역행한다는 이유였다.



 KB국민은행 공성율 목동PB센터 팀장은 “특금은 포장지일 뿐 주식을 담을지 ELS·채권과 같은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품을 담을지는 고객의 선택”이라며 “CP를 투자할 때 기업의 신용등급을 확인하는 등 금융사를 통해 투자 정보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위험을 낮추면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유미·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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