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타를 ‘무장해제’ 시킨 따뜻한 카메라의 힘

중앙선데이 2014.11.08 03:13 400호 24면 지면보기
Linda by Eric Clapton, London ?1968 Paul McCartney / Linda McCartney Archive
대중문화잡지 ‘롤링 스톤’의 커버 사진을 찍은 최초의 여성 포토그래퍼, 도어스에서 비틀스까지 당대 최고의 음악 거장들을 카메라 앞에 세운 인물. 동물권리 보호와 채식주의를 실천한 예술가. 비틀스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의 아내이자 네 남매의 엄마-.

대림미술관 ‘린다 매카트니’전, 11월 6일~2015년 4월 26일

20세기 최고의 여성 사진작가로 꼽히는 린다 매카트니(1941~1998)를 설명하는 건 단순하지 않다. 아티스트이자 스타의 가족이면서 사회적 메시지를 내세운 공인의 역할까지, 다채로운 삶의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런 린다를 추억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림미술관이 6일부터 내년 4월 26일까지 선보이는 린다 매카트니 회고전이다. 3년여 기획 끝에 성사된 전시에서는 200여 장의 사진들이 공개됐다. “한 점 한 점을 남편 폴과 딸인 메리, 스텔라 매카트니가 함께 고를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는 게 미술관 측 설명이다. 5일 기자간담회에서 폴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린다는 나의 소울 메이트이자 수많은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사진을 남긴 사진가였다”는 말로 의미를 부여했다.

전시는 그의 삶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눴고, 이에 걸맞는 작품을 각 층에 배치했다. 포토그래퍼로서의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4층부터 보는 게 좋다. 그가 사진의 길로 들어선 출발점부터 기록돼 있어서다. 사진을 전공하지 않은 린다는 친구의 카메라를 처음 만져보며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타운 앤 컨트리 매거진에서 일하다 우연히 록그룹 롤링 스톤스의 프로모션 이벤트에서 촬영 기회를 얻는다. 뉴욕 허드슨강변에서 벌어진 선상 파티에서 그는 스타의 포장된 모습이 아닌 인간적 면모를 포착한 한 컷으로 일약 주목을 받는다. 전시에는 당시 성조기를 배경으로 찍은 그의 데뷔 사진이 걸려 있다.

그 옆으로는 도어스, 사이먼&가펑클, 에릭 크랩튼 같은 뮤지션을 앵글에 담은 작품들이 이어진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한참을 대화하며 스타들을 무장 해제시켰던 것이 그만의 작업 방식이었다”는 도슨트 설명은 벽면 하나 가득 확대된 지미 헨드릭스 사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강렬하던 평소 이미지와 달리 연약해보이기까지 하는 그의 색다른 표정을 잡아냈기 때문이다.

한 층 내려오면 비틀스의 ‘예스터데이’가 울려 퍼진다. 그가 찍었던 비틀스 사진이 대거 포진돼 있다. “린다가 비틀스의 사진을 찍게 된 것이 폴과 결혼했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요. 하지만 사실이 아니죠. 린다는 당시 이미 유명한 사진가였거든요. 비틀스의 사진을 찍고 싶어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사무실로 무작정 찾아가 카페에서 담당자를 기다리다 우연히 폴을 만나게 된 겁니다. 카페에서 린다를 처음 본 폴이 그랬다죠. ‘나는 폴 매카트니입니다. 당신은요?’라고요.”

어쨌거나 린다가 찍은 비틀스의 사진은 상징적이다. 존 레논과 폴이 즐겁게 작업하는 한 장면을, 작업실에 쌓여 있는 5개의 커피잔을 찍었다. 벽면 하나 가득 그 유명한 애비로드 앨범 커버 사진이 있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다. 다른 사진가가 촬영하는 동안 그 옆에서 같은 장면을 찍은 그만의 번외 작품이다.

3층에는 사회활동가로서의 흔적이 있다. 특히 동물 보호 메시지를 담은 컷들이 인상적이다. 가령 영국 양의 심장이 99센트에 판매되는 컷이다. 일상 속 순간 포착에 능했던 린다는 차를 타고 가면서도 환호하는 팬들의 모습을 찍거나, 자전거를 타는 소녀를 앵글에 담기도 했다.

마지막 전시 공간인 2층에는 남편 폴을 만난 뒤 달라진 작품들을 모아 놨다. 싱글맘으로 키우던 딸과 폴 사이에서 낳은 아이 셋을 키운 린다는 가족을 중요한 오브제로 삼았다. 린다를 백 허그 하거나 풀장으로 뛰어드는 폴의 모습도 있지만 아버지로서의 폴을 자주 포착했다. 무스탕 외투 속에 큰 딸을 넣어 두고 찍은 사진, 누드로 누워 딸을 안고 있는 사진들이 그러하다.

전시 홍보용으로 쓰인 사진은 비틀스 해체 이후 스코틀랜드 농가 생활을 시작한 폴의 모습을 담았다. 세기의 스타답지 않게 허름한 옷을 입었지만 한 팔에 아이를 안고 다른 한 팔을 하늘 높이 뻗으며 소리지르는 듯한 표정에 행복이 가득하다. 이 회고전의 부제는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 어찌나 이 사진이 인상적인지, 작명의 이유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월요일 휴관. 성인 5000원.


글 이도은 기자, 사진 대림미술관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