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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보들 양고기 삿포로 스타일로 참숯에 지글지글

중앙선데이 2014.11.08 03:21 400호 28면 지면보기
‘징기스칸’과 램 갈비. 일본에서 들여온 불판에 참숯으로 굽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쇠고기 사랑은 유별나다. 고기 하면 가장 먼저 쇠고기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열에 아홉은 될 것이다. ‘오랜만에 고기 한번 먹으러 가자’고 하면 당연히 쇠고기 먹으러 가자는 줄 아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말해 놓고 돼지고기를 먹이는 상사는 윗사람 대접도 제대로 못 받는다.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47> 마포 라무진

우리 인식 속에 소고기가 이렇게 대단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이유는 전통적으로 귀한 존재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농사가 경제활동의 근간이었던 우리나라에서 소는 농사를 위한 도구였지 고기를 얻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농사 짓는 방법이 기계화되고 우리 소득 수준이 높아져 가면서 식용소가 사육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예전보다 쇠고기의 위상이 많이 낮아졌지만 아직도 고기 중 지존의 자리는 굳건하다. 한 사회의 오래된 공통 인식이란 후천적 유전자마냥 쉽게 바뀌기 어려운 모양이다.

고기 요리가 발달한 유럽의 여러 나라를 다니다 보면 우리처럼 쇠고기를 편애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즐기는 편인데 쇠고기가 아닌 고기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양고기였다. 고급 식당에서는 양고기 요리가 쇠고기 못지 않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때로는 한 단계 위의 대접을 받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양고기는 낯선 편이다. 전통적으로 양을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찾는 이가 많지 않으니 시장 크기가 작아서 좋은 양고기가 수입될 리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더 정을 못 붙여왔다.

하지만 해외 여행객의 증가와 함께 양고기를 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입맛도 다양하게 바뀌면서 양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나도 원래 양고기를 거의 먹지 않았는데 외국 출장을 다니면서 맛을 붙이기 시작해 이제는 일부러 찾아서 먹기에 이르렀다.

양고기는 쇠고기보다 씹히는 느낌이 부드러워서 좋다.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중간쯤이라고 할까? 소화도 더 잘 된다. 근육의 섬유 조직이 더 가늘고 연하기 때문이다. 쇠고기에 비해 몸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이 더 많은 것도 장점이다. 그래서인지 많이 먹어도 느끼하지 않고 포만감이 덜한 편이다. 전체적으로 쇠고기보다 더 몸에 좋은 고기라고 할 수 있겠다.

양고기를 처음 경험하는 이들에게 양고기 특유의 냄새는 거부감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생후 일년 미만의 어린 양고기인 램(Lamb)에서는 그 냄새가 심하지 않아 거부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약하게 느껴지기는 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식욕을 돋우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최근 중국식 양꼬치가 유행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양고기 구이를 즐길 수 있는 전문점은 많지 않고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그 중에서 소개하고 싶은 곳은 ‘라무진’이라는 곳이다. 일식 요리사 출신인 주일용(38) 대표가 일본 홋카이도에서 즐겨 먹는 양고기 구이 방식을 도입해서 시작했다. ‘징기스칸’이라고 부르는 요리이다. 몽고 병사가 쓰는 투구를 불판 삼아 양고기를 구워 먹었다는 유래에 따라 메뉴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삿포로에서 양고기 구이 불판을 수입하고, 고기 찍어 먹는 소스 방식을 독학으로 배워서 2012년 3월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참숯으로 구워주는 양고기 구이는 한마디로 입에 착 달라붙는다. 입맛을 끌어당기는 찰진 고기가 입에서 부드럽게 씹히면서 술술 넘어간다. 냉동하지 않은 품질 좋은 램(Lamb)을 골라 사용하기 때문에 그렇다. 느끼하지 않아서 먹으면서도 별 부담이 없다. 소고기에 비해서 고기의 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것이 묘한 중독적인 매력이 있다. 숙주나물과 대파, 양파, 버섯, 방울토마토 같은 야채를 곁들여 굽는데 여기에 양고기 기름이 배어들면 풍미가 더해지며 야채의 맛이 더 살아난다.

쇠고기는 맛있다. 하지만 다른 고기들보다 월등하게 사랑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격도 솔직히 터무니없이 높을 때가 많다. 이 생각에 동의하시는 분들은 양고기의 세계에 한번 발을 들여 놓으시기를 권한다. 그 동안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고기 맛이 그곳에 있다. 왜 진작에 몰랐나 싶은 분들이 꽤 있을 것 같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라무진 :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40-2 전화 02-3144-0737 오후 5시부터 영업 시작하고 휴일은 없다. ‘생’ 램 갈비 1인분 2만5000원, ‘생’ 징기스칸 양고기 1인분 1만8000원


주영욱 음식·사진·여행을 좋아하는 문화 유목민. 마음이 담긴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한다. 경영학 박사. 베스트레블 대표. yeongjy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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