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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 코치가 박해민에게 전해준 벙어리 장갑

중앙일보 2014.11.08 14:24
프로야구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다. 그래도 야구판에는 여전히 따뜻한 인간미가 있다. 7일 한국시리즈(KS) 3차전에서 삼성 외야수 박해민(24)이 끼고 나온 검은색 벙어리 장갑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박해민은 5일 대구에서 열린 2차전에서 도루를 하던 중 왼손 약지를 다쳤다. 인대를 다쳐 사실상 남은 시리즈에서 타격을 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빠른 발과 수비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류중일 삼성 감독은 박해민을 조커로 쓰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류 감독의 기대대로 박해민은 그 역할을 해냈다. 박해민은 0-1로 뒤진 3차전 8회 최형우가 안타를 치고나가자 대주자로 투입됐다. 특이하게도 그는 다친 왼손에 벙어리 장갑을 끼고 나왔다.



박해민은 이튿날 경기 전 "김평호 코치님께서 김용우 원정기록원에게 사오라고 하셔서 인근 마트에서 사오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평호 코치는 "아프니까 더 다치지 말라고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해민은 삼성의 그 어떤 선수보다 KS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신고선수 출신인 그는 프로 데뷔 3년만에 어렵게 1군에서 기회를 잡았고, 생애 첫 KS까지 출전했다. 김 코치도 그런 사정을 아는만큼 부상으로 힘들어하는 박해민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주고 싶은 마음에서 벙어리 장갑을 선물했다.



멋진 선물을 받은 박해민은 투지로 답하고 있다. 박해민은 2사 1루에서 이승엽의 높이 뜬 타구가 행운의 안타가 될 때 전력질주해 1-1을 만드는 득점을 기록했다. 류중일 감독도 "해민이가 전력질주를 해서 득점이 가능했다"고 웃음지었다. 9회에는 벙어리 장갑 대신 글러브를 끼고 나와 선두타자 유한준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하는 수훈을 펼쳤다. 박해민은 "너무 좋아서 타구를 잡을 때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며 "경기 시간 외에도 약지와 중지를 항상 고정하지만 수비 때는 풀고 있다. 시즌이 끝난 뒤에 수술 대신 재활을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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