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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성근 "자리와 돈에 매달리지 않는 게 리더"

중앙일보 2014.11.08 13:49
“거꾸로 물어보지요. 신세대 리더는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조직 없이는 개인도 없어
리더가 결과는 내지 않고
순간 해명에 매달려선 안돼
김성근 야구도 진화하는 중

김성근 감독의 휴대전화는 좀처럼 연결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가까스로 이뤄진 김 감독과의 전화통화에서 조심스레 “감독님의 리더십이 다소 구시대적이란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퉁명스런 답변이 돌아왔다.



“리더는 모든 조직이 원하는 결과를 내야 하는 자리입니다. 구시대, 신시대가 없어요. 내 야구가 구식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야구를 알고 하는 얘기인지 모르겠어요.”



말투는 대화가 계속되면서 조금씩 누그러졌다. 김성근 리더십에 대해 사회학적 분석을 하고 싶다고 취재 의도를 전하자 “사회부 기자시니까 설명해 드리겠다”고 답했다. 김 감독과의 인터뷰는 30여분 동안 이어졌다.



- 선진야구는 프런트나 구단, 감독의 역할이 좀 더 분화돼 있지 않나.



“미국과 우리나라는 다르다. 미국은 이 선수를 안 써도 다른 선수가 있다. 우리는 이 선수를 안 쓰면 야구를 할 수 없다. 저변이 좁은 상황에서 이기기 위해선 우리 방식이 있는 거다.”



-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시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겨야만 선수에게 혜택이 간다. 개인을 살렸다가 지면 선수에게 돌아갈 게 없다. 아무리 정당한 프로세스를 가져도 이기지 못하면 정당하지 못한 게 우리 사회다. 야구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다. 다들 자기 위치와 돈에 매달리지. 그래서 문제가 생기고 부정부패도 생긴다. 정치만 나빠서 이런 건가? 아니다. 다들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 없이는 개인도 없다. 나라 없이 국민이 없는 것처럼.”



- 구단 운영의 전권을 요구하다 보니 구단과 갈등을 빚은 적이 많다.



“전권이란 게 대단한 게 아니다. 야구장에서 감독이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는 것, 이길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 윗사람들은 (조직을) 손아귀에 넣고 싶어한다. 과시하고 싶어하고. 요새 리더들은 결과는 안 내고 순간순간 해명하고 달래려 한다.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 이기기 위해, 선수를 위해 굽힌 적은 있어도 자리를 지키려고, 돈을 벌려고 굽힌 적은 없다.”



- 김성근 야구가 재미 없다는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사람을 평가하는 건 세 단계가 있다. 처음은 무시다. 조금 잘하면 칭찬한다. 그 다음 단계는 비난이다. 무시당하는 사람은 일 못 하는 사람이고, 칭찬받는 사람은 B급, C급이다. 위에 올라가면 비난 받게 돼 있다. 김성근이란 사람이 야구를 못했다면 비난 안 받았겠지. 난 이것도 하나의 훈장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김 감독의 아들인 김정준(44) SBS스포츠 해설위원과 얘기를 나눴다. 김성근 리더십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김 위원은 김성근 리더십의 양면(兩面)에 대해 진솔하게 털어놨다.



- 김성근 리더십은 뭔가.



“아버지 리더십이다. 아버지들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밤마다 고뇌하는 것처럼, 감독님도 늘 불안해 하신다. 이 불안함의 에너지를 그라운드에서 열정으로 표현하시는 게 김성근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 '너무 강압적이다, 구시대적이다'라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처음엔 물음표가 많았다. 바깥에서 많은 말들을 들으니까. 지금은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이해하게 됐다. 미국은 합리적으로 역할이 분담돼 있다. ‘머니볼’의 빌리 빈 단장은 판을 짜 준다. 팀 컬러도 정한다. 감독은 그 선수들을 갖고 시즌을 치르는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그런 환경이 안 돼 있다. 구단은 선수를 자산으로만 생각한다. 팀도 살고 선수도 살리려 하니 김성근 리더십이 충돌을 빚는 거다.”



- 개인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에 그런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김성근 야구도 진화한다. 지바롯데 코치(2006년)를 경험한 뒤 선수관리의 중요성을 느끼신 것 같다. SK 시절 오히려 부상선수가 적었다. 김성근 리더십의 정신은 그대로지만 선수관리, 트레이닝 시스템 같은 것은 많이 변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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