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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법 많이 나와요’ 올해의 다작 배우 5

중앙일보 2014.11.08 00:05



[매거진M] 이경영, 배성우, 이성민, 라미란, 조진웅





지난달 영화관에서 본 그 배우가 이번 달에도 또 보인다. 심지어 다음 달에도 또 보일 예정이다. 생각해보니 이런 배우가 한둘이 아니다. 매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우리를 울리고 웃긴 2014 다작의 대표 주자 다섯 명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경영 - 존재감 면에서 올 한 해 이경영을 따라올 다작 배우는 없었다. 출연 편수 또한 압도적이다. ‘백프로’(4월 3일 개봉, 김명균 감독)와 ‘무명인’(5월 29일 개봉, 김성수 감독) 그리고 최 전무 역으로 열연 중인 TV 드라마 ‘미생’(tvN), 6일 개봉하는 ‘패션왕’(오기환 감독)까지 더하면 열 편에 조금 못 미친다.



시작은 2월 개봉한 ‘관능의 법칙’(권칠인 감독)이었다. 40대 여자들의 삶과 성(性)을 그린 이 영화에서 이경영은 해영(조민수)의 애인 성재 역으로 출연했다. 잠자리에서 배변 주머니가 터지는 바람에 수치심과 설움에 우는 해영. 그런 그녀를 안아 정성스레 씻기려는 성재의 모습에서 ‘어린 것들’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애정의 깊이가 느껴졌다.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떼로 나오는 ‘군도: 민란의 시대’(7월 23일 개봉, 윤종빈 감독)와 ‘해적:바다로 간 산적’(8월 6일 개봉, 이석훈 감독, 이하 ‘해적’) 그리고 ‘타짜 - 신의 손’(9월 3일 개봉, 강형철 감독, 이하 ‘타짜2’)에서도 이경영은 결코 묻히는 법이 없었다. 바다를 호령하는 해적왕 소마로 등장한 ‘해적’에서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였을 뿐 아니라 그의 연기 인생 중 가장 파격적인 분장으로 관객의 눈까지 즐겁게 만들었다.



뭐니뭐니 해도 정점은 ‘제보자’(10월 2일 개봉, 임순례 감독)였다. 그가 연기한 이장환 박사는 온 국민을 상대로 있지도 않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대 사기극을 벌이는 인물이다. 한데 그 진중한 표정과 믿음직한 말투에 깃든 설득력이 어마어마했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윤민철 PD(박해일)보다 순간순간 이장환 박사에게 자꾸만 마음이 쏠리는 기분, 영화를 본 사람 모두가 느꼈을 터다. 배우 이경영이 지닌 특유의 무게감이 아니었다면 ‘제보자’의 극적 긴장감은 확실히 지금보다는 덜했을 것이다.



이경영은 지난 7월 열렸던 ‘타짜2’의 제작 보고회에서 출연작이 많아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촬영 현장을 소풍 가듯 다니고 있다”며 “내년에는 작품을 줄여보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좌중을 웃겼다. 아마도 그렇게 되긴 어려울 것 같다. 이미 그가 촬영을 마친 ‘소수의견’ ‘은밀한 유혹’ ‘협녀, 칼의 기억’ 등등의 영화가 줄줄이 개봉 대기 중이다.



사진 설명 1.왼쪽부터 ‘제보자’ 이장환 박사, ‘관능의 법칙’ 성재, ‘해적:바다로 간 산적’ 소마, ‘군도:민란의 시대’ 땡추

2.‘타짜-신의 손’ 꼬장







배성우 다작계에 떠오르는별. ‘인간중독’(5월14일 개봉, 김대우 감독)에서 상처난 얼굴을 선글라스로 감추고 있던 남자, ‘신의 한 수’(7월 3일 개봉, 조범구 감독)에서 마작하다가 아내가 임신했다며 일어나던 그 남자도 배성우였다. 가장 최근작은 ‘나의 독재자’(10월 30일 개봉, 이해준 감독). 태식(박해일)을 압박하는 사채업자로 나온다. 허당끼 넘치는 조직 두목 도끼로 등장하는 ‘빅매치’, 아내와 속궁합이 너무 좋아 고민인 대학 교수 역을 맡은 ‘워킹걸’(정범식 감독)도 곧 개봉한다.





이성민 도적떼 대장 대호에겐위엄이 넘쳤고(군도:민란의 시대), 딸을 유린하고 죽인 아이들을 처단하려는 아버지 상현(정재영)을 이해하면서도 그를 쫓는 형사 억관에게선 분노와 슬픔이 느껴졌다(방황하는 칼날). 배역의 성격은 각기 달랐지만 이성민은 그가 연기하는 모든 인물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더했다. ‘미생’의 오 과장에 시청자가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2월 개봉하는 ‘빅매치’(최호 감독)에서는 사건의 중심에 선다. 납치당한 그를 구하기 위해 동생 익호(이정재)가 도심을 가르는 게임을 시작한다.



라미란 능청스럽다. 어딘가모르게 주책없는데 밉진 않다. 라미란이 연기하는 인물의 공통점이다. 스크린에 라미란이 등장하면 반가워서 웃고 재미있어서 또 웃는다. 최근에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10월 8일 개봉, 임찬상 감독)에서 신혼 부부 영민(조정석)과 미영(신민아)에게 부러움과 핀잔을 섞은 한마디를 툭툭 던지는 집주인 아주머니로 등장해 관객의 배꼽을 뺐다. 연말 개봉하는 ‘워킹걸’과 ‘빅매치’‘국제시장’(윤제균감독)에서도 라미란의 능청스러움은 이어질 예정이다.



조진웅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다작하는 배우. ‘끝까지 간다’(5월 29일 개봉, 김성훈 감독)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으로 등장해 건수(이선균)를 괴롭히더니, ‘우리는 형제입니다’(10월 23일 개봉, 장진 감독)에서는 30년 만에 헤어졌던 동생과 만나 단 30분 만에 엄마를 잃어버리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목사 상연으로 등장한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 ‘명량’(7월 30일 개봉, 김한민 감독)에서는 이순신 장군(최민식)을 두려워 하면서도 존경하는 왜군 수장 와키자카를 연기했다.



글= 이은선 매거진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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