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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모녀법’ 국회 통과 더는 미루지 말아야

중앙일보 2014.11.08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기온이 떨어지면 빈곤층의 삶이 더 힘들어진다. 정부의 보호가 절실하다. 사각지대에 처하면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린다. 올 2월 송파 세 모녀가 그랬다. 최근에는 인천의 일가족 자살 사건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런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속칭 ‘세 모녀법’의 국회 통과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분노를 자아낼 때 새정치민주연합 탄생 1호 법안으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발의했다. 지금은 기초수급자이어야 생계·주거·의료·교육 지원 혜택을 모두 받고, 탈락하면 거의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수급자에 머물려는 ‘복지병’이 퍼져 있다. 앞으로는 달라진다. 2000년 10월 기초생보제 시행 이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것을 이 법이 14년 만에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37만 명이 새로 보호를 받게 되고, 기존 수급자 135만 명이 월평균 6만원의 혜택을 더 보게 된다. 여기까지는 여야 간에 이견이 없다.



 부양의무 기준 완화를 두고 양측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기초수급자가 되려면 부양의무자의 능력을 따진다. 부양의무자는 1촌, 즉 자녀나 부모다. 정부·새누리당 안을 보면 이 기준이 꽤 완화된다. 혼자 사는 부모가 수급자가 되려면 자녀(4인가구)의 월 소득환산액이 464만원(지금은 290만원)이 넘지 않게 풀었다. 12만 명이 혜택을 본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며느리·사위, 65세 이상 노인을 부양의무자에서 빼거나 아예 부양의무 기준을 없애자고 주장한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면서도 자식 때문에 수급자가 못 되는 극빈층이 117만 명이다. 정부 안보다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 65세 이상 노인은 빼도 된다고 본다. 65세 노인에게 아흔 전후의 부모 부양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그렇다고 며느리·사위(1조4000억원 소요)를 빼거나 자녀의 부양의무 기준 자체를 없애는 것(6조8000억원)은 섣부르다. 돈도 돈이지만 우리 사회의 부모-자식 부양의식을 흩트리게 된다.



 일단 현 수준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고 추가적으로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법안이 연내 통과돼도 내년 7월에 시행 가능하다. 이 때문에 빈곤층에게 갈 돈 8000억원이 이미 날아가 버렸다. 더는 지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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