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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민주당 참패, 오바마만의 위기가 아니다

중앙일보 2014.11.08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상복
워싱턴특파원
지난 4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참패하자 온갖 비난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은 오바마의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는 걸 입증했다고 기세등등하다. 같은 당인 민주당에서조차 대통령을 패배의 원흉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미국 언론들은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오바마를 사실상 식물 대통령으로 규정했다.



 성적표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접전 지역 대부분을 뺏기는 압도적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권 심판론이 먹혔다는 얘기다. 미국에서 대통령은 선거운동에 동참하기 때문에 여당이 진 건 곧 대통령이 진 거나 다름없다. 대통령의 경제·외교정책 실패로 민심이 싸늘해졌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필이면 에볼라 사태까지 겹쳐 불난 집에 부채질한 꼴이 됐다. 에볼라 위기에 우왕좌왕 대처해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반감만 키웠다. 이 모든 걸 오바마 대통령이 잘못한 건 아니지만, 국가 리더십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건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과연 오바마만의 위기일까.



 최근 몇 년간 공화당의 지지율도 바닥을 치고 있다. 중간선거 직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6% 선에 불과했다. 8년 만에 연방의회 상·하원을 다 장악했다면 지지율이 급등할 만도 하지만, 숫자는 움직일 줄 모른다. 야당이 그토록 폄하하는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42%)보다도 못하다. 다시 말해 이번 승리는 반(反)오바마 효과로 어부지리를 얻은 거지 공화당이 잘해서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투표율을 보면 더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잠정 집계된 이번 선거 투표율은 36.6%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다. 30대 미만 투표율은 13%에 불과했다.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 중 40% 이상이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계로 알려졌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은 것이다. 선거 다음날 오바마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투표를 하지 않은 국민 3분의 2의 목소리도 듣겠다”고 말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번 선거는 미국 역사상 가장 비싼 중간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검은돈만 1조원 이상이 투입됐다. 방송사들의 선거광고 수익도 3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막대한 홍보 물량을 쏟아붓고도 국민들을 투표장에 보내는 데 실패했다. 이를 대통령의 문제로만 보면 해석이 안 된다. 결국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거고, 그런 분노의 에너지가 어디로 향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중간선거도 중요하지만 대선이라는 더 피 말리는 게임이 2016년 치러진다. 공화당이 이번에 정국의 주도권을 잡았지만 본선에 꼭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 사이 여야 중 누가 더 국민과 소통하고 시대상에 맞게 변화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걸로 보인다.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상복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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