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영양표시 보고 식품 사는 남성 10명에 1명 뿐
남녀 모두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열량, 다음은 트랜스 지방
영양성분표 읽게 해 식생활 건강 높이려는 당초 취지 못 살려
영양표시 유심히 보는 사람들, 식사의 질 높고 외식 잦다
신한대 배윤정 교수팀, 8000여명 영양표시 활용도 조사 뒤 영양 학술지 최근호에 발표
설령 그렇더라도 우리나라 식품 소비자들은 영양성분표를 ‘무시해도 너무 무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건강과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영양성분표에 반드시 표시해야 하는 영양소의 가짓수는 계속 늘고 있지만 막상 소비자들은 이 소중하고 값 비싼 정보를 ‘짐짝’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양성분표에 표시된 정보는 절대 ‘공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식품회사들이 영양성분을 검사하고 관리하는 비용이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신한대 식품조리과학부 배윤정 교수는 2010∼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원시 자료를 토대로 19∼64세 남녀 8190명의 영양표시 활용 정도를 조사한 뒤 그 결과를 ‘저널 오브 뉴트리션 앤 헬스’ 최근호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제품을 살 때 영양성분표를 읽는 남성은 17.9%에 불과했다. 게다가 영양표시를 읽고도 실제 제품 구입에 이를 반영하지 않는 남성이 5.4%에 달했다. 결국 남성은 12.5%만이 영양표시를 확인하고 이를 제품 살 때 참고하는 셈이다.
마트 등에서 영양표시를 읽는 여성은 남성보다 두 배가량(38.1%) 많았다. 영양표시를 보고 이를 제품 구입에 반영까지 하는 여성의 비율(30.7%)도 남성보다 월등 높았다.
영양표시를 읽는 남성의 경우 영양성분표에 표시된 9가지 의무 표시 항목 중 열량(7.5%)ㆍ트랜스 지방(2.7%)ㆍ콜레스테롤(1.9%)ㆍ단백질(1.9%)ㆍ지방(1.2%) 수치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ㆍ위암ㆍ골다공증 등을 부를 수 있는 나트륨 함량을 살피는 남성은 100명에 1명꼴도 안 됐다(0.9%). 여성은 9가지 표시 항목 가운데 열량(17.3%)ㆍ트랜스 지방(8%)ㆍ나트륨(3%)ㆍ콜레스테롤(2.8%)ㆍ지방(2.2%) 순으로 확인했다.
배윤정 교수는 “마트 등에서 영양성분표에 쓰인 단백질 함량을 읽는 비율은 예상 외로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다”며 “근육을 만들어 몸짱이 되고 싶어 하는 일부 남성들이 단백질 함량을 눈여겨보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식생활의 질도 영양표시를 열심히 보는 사람들이 영양표시를 무시하는 사람들에 비해 훨씬 높았다.
마트 등에서 영양표시를 유심히 살피는 남성은 채소ㆍ버섯ㆍ우유ㆍ양념의 섭취량이 많았고 영양표시를 외면하는 남성은 곡류 섭취량이 많았다. 여성도 영양표시를 잘 살피는 여성은 콩ㆍ견과류ㆍ우유, 영양표시에 둔감한 여성은 당류(糖類)를 더 많이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 교수는 “영양표시를 적극 활용하는 사람들은 라면을 적게 먹었고, 영양표시에 눈을 감은 사람들은 두유ㆍ요구르트ㆍ우유를 적게 먹는 대신 소주(남성)와 탄산음료(여성)는 더 많이 섭취했다”고 지적했다.
또 “영양표시 활용에 소극적인 사람들은 우리 몸 건강에 필수적인 비타민 B2ㆍ비타민 Cㆍ칼슘 섭취량도 적었다”고 덧붙였다.
외식 횟수는 영양표시 확인ㆍ활용에 적극적인 사람들이 소극적인 사람들보다 많았다.
논문에서 이는 영양표시를 확인ㆍ활용하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영양표시를 잘 보지 않는 사람들의 연령대보다 낮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