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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건강 영양 정보 짐짝 취급 당해

중앙일보 2014.11.05 11:30
“마트나 편의점에서 식품을 구입할 때 식품 라벨에 쓰인 ‘영양성분표’를 확인하시나요?”


마트에서 영양표시 보고 식품 사는 남성 10명에 1명 뿐
남녀 모두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열량, 다음은 트랜스 지방
영양성분표 읽게 해 식생활 건강 높이려는 당초 취지 못 살려
영양표시 유심히 보는 사람들, 식사의 질 높고 외식 잦다
신한대 배윤정 교수팀, 8000여명 영양표시 활용도 조사 뒤 영양 학술지 최근호에 발표

전문가들은 “각종 제품에 표시된 영양성분표만 잘 확인해도 식요치병(食療治病)의 첫 단추를 채운 셈”이라고 말한다. 짧은 쇼핑시간에 일일이 영양성분표를 읽고 제품을 구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노안(老眼)이 왔거나 시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작은 글씨로 빡빡하게 쓰인 영양성분표를 읽는 일이 고역일 수 있다.



설령 그렇더라도 우리나라 식품 소비자들은 영양성분표를 ‘무시해도 너무 무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건강과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영양성분표에 반드시 표시해야 하는 영양소의 가짓수는 계속 늘고 있지만 막상 소비자들은 이 소중하고 값 비싼 정보를 ‘짐짝’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양성분표에 표시된 정보는 절대 ‘공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식품회사들이 영양성분을 검사하고 관리하는 비용이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신한대 식품조리과학부 배윤정 교수는 2010∼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원시 자료를 토대로 19∼64세 남녀 8190명의 영양표시 활용 정도를 조사한 뒤 그 결과를 ‘저널 오브 뉴트리션 앤 헬스’ 최근호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제품을 살 때 영양성분표를 읽는 남성은 17.9%에 불과했다. 게다가 영양표시를 읽고도 실제 제품 구입에 이를 반영하지 않는 남성이 5.4%에 달했다. 결국 남성은 12.5%만이 영양표시를 확인하고 이를 제품 살 때 참고하는 셈이다.



마트 등에서 영양표시를 읽는 여성은 남성보다 두 배가량(38.1%) 많았다. 영양표시를 보고 이를 제품 구입에 반영까지 하는 여성의 비율(30.7%)도 남성보다 월등 높았다.



영양표시를 읽는 남성의 경우 영양성분표에 표시된 9가지 의무 표시 항목 중 열량(7.5%)ㆍ트랜스 지방(2.7%)ㆍ콜레스테롤(1.9%)ㆍ단백질(1.9%)ㆍ지방(1.2%) 수치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ㆍ위암ㆍ골다공증 등을 부를 수 있는 나트륨 함량을 살피는 남성은 100명에 1명꼴도 안 됐다(0.9%). 여성은 9가지 표시 항목 가운데 열량(17.3%)ㆍ트랜스 지방(8%)ㆍ나트륨(3%)ㆍ콜레스테롤(2.8%)ㆍ지방(2.2%) 순으로 확인했다.



배윤정 교수는 “마트 등에서 영양성분표에 쓰인 단백질 함량을 읽는 비율은 예상 외로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다”며 “근육을 만들어 몸짱이 되고 싶어 하는 일부 남성들이 단백질 함량을 눈여겨보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식생활의 질도 영양표시를 열심히 보는 사람들이 영양표시를 무시하는 사람들에 비해 훨씬 높았다.



마트 등에서 영양표시를 유심히 살피는 남성은 채소ㆍ버섯ㆍ우유ㆍ양념의 섭취량이 많았고 영양표시를 외면하는 남성은 곡류 섭취량이 많았다. 여성도 영양표시를 잘 살피는 여성은 콩ㆍ견과류ㆍ우유, 영양표시에 둔감한 여성은 당류(糖類)를 더 많이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 교수는 “영양표시를 적극 활용하는 사람들은 라면을 적게 먹었고, 영양표시에 눈을 감은 사람들은 두유ㆍ요구르트ㆍ우유를 적게 먹는 대신 소주(남성)와 탄산음료(여성)는 더 많이 섭취했다”고 지적했다.



또 “영양표시 활용에 소극적인 사람들은 우리 몸 건강에 필수적인 비타민 B2ㆍ비타민 Cㆍ칼슘 섭취량도 적었다”고 덧붙였다.



외식 횟수는 영양표시 확인ㆍ활용에 적극적인 사람들이 소극적인 사람들보다 많았다.



논문에서 이는 영양표시를 확인ㆍ활용하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영양표시를 잘 보지 않는 사람들의 연령대보다 낮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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