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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병영 혁신(革新) ‘모병제’가 답인가?

온라인 중앙일보 2014.11.05 00:05
1951년 창설된 논산 육군훈련소의 각개전투장에서 훈련을 마친 훈련병들이 부대로 복귀하고 있다.



[월간중앙] 지상논단 - 군 병영 혁신(革新) 두 전문가의 의견은?

군 폭력 등 병영 내 가혹행위가 인명 피해로 이어지면서 한국 군의 근간을 이루는 징병제에 대한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모병제가 군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군의 용병화를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두 전문가의 의견을 싣는다.



모병제 찬성 - 비대해진 한국군 군살부터 빼라



불필요한 부대 창설과 행정·지원조직의 난립 막으면 병력 수요 절감 가능… 현행 국방계획으로는 병사의 의무복무 기간 늘리고, 외부 용병 수혈해야 - 김종대 디펜스 21 플러스 편집장



인류의 가장 위대한 기술적 도약은 주로 전쟁기술의 혁신에서 비롯되었다. 미세한 군사기술의 혁신 하나가 전장의 압도적 우위로 연결된 사례는 굳이 여기서 거명할 필요도 없이 많다. 이제껏 전쟁의 승리는 병력과 무기의 숫자가 많은 군대가 아니라 끊임없는 실험과 혁신과 도전을 추구하는 군대의 몫이었다. 맘모스는 코끼리보다 덩치가 컸다. 그러나 멸종된 것은 맘모스이지 코끼리가 아니었듯이 군대 역시 대군이 아니라 창의와 혁신을 추구하는 소군의 생존확률이 더 높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국군은 숫자에 민감한 대군주의 사상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싸우는 방법 역시 많이 죽이고 많이 죽는 전쟁, 즉 이겨도 지는 재래식 전쟁을 선호한다. 군을 현대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려고 하면 군은 아예 그 논의 자체를 거부해 버린다. 그러면서 항상 “북한이 110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60만이 넘는 병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간편하게 정리해버린다.



세상에 이런 해괴한 논리가 없다. 기업의 경우 경쟁 회사보다 직원 숫자가 많다는 걸 자랑하지 않는다. 오히려 창의적인 소규모 인력으로 더 높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주가도 올라가고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대부분의 선진국의 군대 역시 이런 기업식 논리로 움직인다.



이웃 중국만 해도 병력감축을 전제로 7개의 군구사령부를 5개로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며 군 수뇌부에 50대 젊은 층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일본 역시 기존의 기반적 방위력을 동적 방위력으로 개편한다며 육상자위대의 신속대응군화를 도모하고 있다. 북한 역시 기존의 3단계 타격 제대를 2단계로 감축하고 군단장급 이상 장성을 거의 전 원 물갈이하면서 현대적인 군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군만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온갖 너절너절한 재래식 기능을 다 보유하면서 숫자만 유지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이 군을 망치는 길인데도 말이다.



이런 식으로 군이 방치되면 차기 정부 초기인 2020년경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인구가 계속 감소하여 2020년이면 징병대상 인구의 98%가 군에 입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외형적으로 불구가 명확한 장애인을 제외하고 남성 징집 대상 전원이 군에 입대해도 매년 15만 명의 신규 입대 병사를 필요로 하는 군의 병력소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21개월 의무 복무 기간 연장 가능성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관리해왔던 병력감축과 부대 통폐합, 병사 임무의 간부로의 전환 등을 골자로 한국 방개혁안을 전부 무력화하고 현재와 같은 상태의 군을 임기 말까지 유지할 모양이다. 올해 초에 국방부는 이명박 정부까지 유지되어 왔던 군사령부 통폐합 등 군 구조개편안을 전작권 전환 이후로 멀찌감치 미룬다는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한마디로 세계가 변하고 주변국이 군사혁신에 눈을 뜰 때도 우리만 변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이런 군을 물려받은 차기정부는 군 시스템이 하부에서 붕괴되는 대재앙에 직면하게 된다. 점진적인 병력 감축과 징병된 병사를 간부(부사관)로 증원해 대체한다는 국방개혁안까지 무력화시켜 놓았으니 용병을 도입하지 않는 이상 모자라는 병력을 충원할 대안도 없다. 이런 현실에 위기를 느꼈는지 현행 21개월인 병사의 의무복무 기간을 늘려서 병력을 유지하자는 이야기도 군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 대학과 군대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우리나라 청년의 사회진출 연령은 유럽 선진국에 비해 5년 이상 늦다. 여기에다 정년이 짧은 우리나라에서 군 복무를 늘리면 일할 수 있는 경제활동 기간은 더 단축된다. 그렇지 않아도 인구가 줄어서 사회의 성장 기반이 무너지는 판에 군 복무까지 늘리면 사회의 동력은 급속히 소진되어 노령화된 대한민국은 활력을 잃고 추락의 절벽으로 내몰릴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재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그런 만큼 군대의 혁신은 곧 국가의 혁신과 직결되는 우리시대의 대과업이 아닐 수 없다. 군대의 혁신이 실패하면 이것은 곧 국가의 실패로 그 효과가 연쇄적으로 파급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 안목에서 이 다급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뇌하는 군 수뇌부와 개혁을 주도하는 국가 지도층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이런 문제를 예상하고 군의 충분한 의견을 참작하여 가장 보수적으로 설계한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국방개혁 2020’을 “좌파정부의 반지상군적 개혁안”이라며 일찌감치 무시해버렸다.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에서도 어쩔 수 없이 계승할 수밖에 없었던 그 개혁 목표를 이제는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지금 군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거론하려 들면 군 고위층은 병력과 부대 숫자 유지에 사활을 거는 듯하다. 결국 장기적 안목에서 국가를 설계하는 기획가, 전략가가 실종된 시한부 국가와 같은 상황으로 내몰리는 중이다. 심지어 군을 소수 정예화하자는 이야기를 조금만 꺼내도 성우회, 재향군인회와 같은 소위 예비역 장성단체는 “김정은이 좋아할 일”이라고 비아냥대며 개혁 의지를 희석시킨다.



‘조작’하는 군대와 ‘지배’하는 군대



그러면 우리의 징병현실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 22사단에서 연이어 벌어진 총기난사와 자살사건, 28사단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구타 살해사건 등 그동안 가려져 왔던 우리 병영의 전근대적인 모습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사건 이후 국방부에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설치되어 군의 체질을 바꾸자는 의지를 모으고 전군에 인권교육을 실시하는 등 긍정적 흐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군의 구조를 혁신하는 국방개혁 논의는 제외되어 있고, 단지 병영에서 의사소통을 촉진하고 외부와 연결을 강화함으로써 분위기를 바꾸자는 정도로 논의가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논의만으로는 징병제의 구조적 모순을 혁파하기 어렵다고 본다.



우리나라와 같은 징병제도는 권력을 행사하며 지배하는 자와 아무런 자기결정권도 행사 못하고 오직 지배받는 자로 인간을 갈라놓는다. 군 입대에 자발성이 전제되어 있지 않은 민간인을 군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개인에 대한 더욱더 많은 강제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자발적으로 군에 온 사람보다 타율적으로 군에 온 병사는 모든 생활이 간섭·통제·교화·징벌의 대상이 된다. 실제로 우리 병사들을 보면 임무수행과 생활의 모든 것이 통제와 간섭의 대상이 되며, 이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는 전혀 허락되지 않는 갇힌 병영에서 살아야 한다.



한 실험에 따르면 양식 있는 사람이라도 간수와 죄수로 역할을 나누자 실제 가혹행위가 발생했다. 사회에서 만나면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동년배의 청년들이 군대 내에서 단지 선임과 후임이라는 권력관계에 위치하게 되자 구타와 가혹행위라는 반인권적 상황을 초래한 것은 바로 그 권력의 극단적인 비대칭성 때문이다. 28사단의 경우 가해자인 이 병장은 사실상 혼자 모든 걸 결정하는 제왕적 권력자로 행세했다. 반면 피해자인 윤 일병은 밥 먹는 것, 물 마시는 것까지 통제되어 손톱만한 자기결정의 권한도 없는 철저한 피지배자였다.



군사제도 연구의 선구자인 사무엘 헌팅턴은 선진 민주사회의 군대는 ‘조작’을 하고 전근대적인 군대는 ‘지배’를 하는 것으로 그 운영원리를 구별하고자 했다. 조작을 하는 군대란 애국심, 성취감, 적절한 보상 등으로 동기유발로 조직되는 군대다. 반면 지배하는 군대는 인신에 대한 구속을 통해 업무 외에 인간적인 것, 심지어 영혼까지 통제하는 군대다. 한국 징병제는 조작보다 지배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한편, 지배를 받는 자는 창의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원이 아니라 기계로 전락된다. 특히 남북한 군대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 일원에서는 21세기 문명사회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전근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총기사건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일반전초(GOP) 요원들의 임무를 보면 철책의 이상유무로만 따지는 단순한 근무다. 우선 병사들이 전방 GOP에 투입되면 전투장비와 개인장구가 부실하고 열악한 보급과 주거환경이라는 악조건에 시달린다. 이러는 가운데 전투원들은 근무지에 대한 작전환경과 지형요소, 임무수행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과 이해가 대부분 결여되어 있다. 주된 업무는 철책봉(철책을 지탱하는 기둥)과 철책선의 이상을 점검하기 위한 단순 관찰, 순찰표(전후가 적색과 백색으로 구분된 나무 표식)를 뒤집는 지극히 단순한 과업이 반복된다. 교육이라야 북한군이 침범하거나 북한의 전투기가 침범하면 발포하고 제압한다는 게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여타 특수한 상황과 비상시의 대처 요령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해 위기대처 능력이 없는 미숙련의 전투원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 외의 교육이라고는 북한에 대한 주적의식을 고취하는 정신교육 정도밖에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단순 임무는 사람을 ‘아무 생각이 없게’ 만든다. 우리가 전방에서 각종 귀순사건이나 긴급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외로 미숙하고 더딘 대처 능력을 목격하게 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도대체 자신이 왜 이곳에서 근무를 하는지, 작전의 핵심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처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무기간이 21개월에 불과한 병사를 거의 공짜로 쓰는 군은 그 이상의 전투능력을 병사들에게 요구하기도 곤란하다. 바로 징집된 의무병이기 때문이다.



국가 자원을 아웃소싱하면 슬림화 가능



일본 육상자위대 특수부대인 ‘레인저’ 부대원들이 도쿄 시가지를 행군하고 있다. 일본은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병제, 또는 모병제를 운용하는 경우는 다르다. 미군의 경우 병사들은 학력수준이나 집안환경이 한국군보다 훨씬 뒤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준의 병사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활용한다. 미군은 병사 1인을 양성하는 비용이 1500만 원 정도인데 반해 한국 병사는 200만 원 수준이다. 많은 비용을 들이고 직업군인의 인건비를 지출하는 병사를 미군은 함부로 낭비할 수 없다. 그러니 병사를 함부로 대하지도 않고 귀하게 써 먹는다. 반면 한국군은 높은 수준의 병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활용한다. 비용이 들지 않고 인건비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국군이 모병제를 도입하면 연간 비용이 8조 원 정도 소요되어 국방비에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값비싼 지원병을 활용하게 되면 그 자원이 소중하기 때문에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되어 온 낙후된 한국군의 운영이 비로소 선진화된다. 인건비가 비싸니까 병력을 절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많은 유휴 병력이 식별되어 이를 개선하려는 과정에서 한국군이 선진군대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창출된다.



사실 한국군 병력 63만 명은 결코 적은 수도 아니고 군은 예전부터 이 수준으로 병력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왜 군은 항상 병력이 부족하다고 할까? 지난 수십 년간의 무분별한 부대창설이 주범이다. 지금 우리 군은 사령부와 국방부 직할기관, 행정·지원조직의 난립이 병력의 소요를 가중시켜 엉뚱한 곳에 국방의 에너지를 쏟았다. 국방어학원이라는 기관은 뭔가? 왜 영어교육 기관을 새로 만드는지 그 이유가 아리송하다. 외부 위탁으로도 충분하다. 육군 인사사령부? 이와 별도로 육군에는 인사참모부가 따로 있다. 통신은 서비스를 하는 참모기능인데 자신들도 지휘를 하겠다며 지휘통신사령부도 만들었다. 전군의 복지시설에는 현역병 5천 명이 투입돼 있다. 총은 쏠 줄 모르고 주부 습진이나 걸리는 취사병이 6천 명이다. 전투임무보다 잡역에 시달리는 게 우리 병사들의 현실이다. 연간 입실환자 2만여 명은 전투력이 없는 자원이다.



그뿐인가? 군은 매년 2만 6천 명의 심리 이상자의 입대를 허용하고 있고, 8만 6천 명의 관심병사에 대해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해야 한다. 자살시도 병사들의 수용소인 그린캠프에만 매년 400명이 입소한다. 게다가 각종 보급창·정비창·인쇄창과 같은 창급 기관들과 품질이 의심스러운 군 병원과 각종 군사법원 등 군은 국가가 가진 기능을 아웃소싱하지 않고 자기들이 모두 거느리려고 한다, 여기에다 새로운 무기체계가 들어오면 기존 낡은 무기를 버려야 하는데 전쟁이 나도 그 기능발휘가 의심스러운 무기를 운용하느라고 부대를 중첩 운용하고 있다.



이러니 병력이 모자랄 수밖에. 이렇게 보면 우리 군에 만연된 거품과 군살을 걷어내려는 국방개혁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는 이런 군대로 21세기 안보를 도모할 수 없다. 만일 모병제를 도입한다면 전투원의 숙련도 향상뿐만 아니라 군 운영의 선진화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우리 군의 대전환이 가능해질 것이다.



모병제 반대 -군(軍) 폐쇄성 강화되고 군사력 약화 초래할 것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논산 육군훈련소 입소자들이 배웅 나온 가족들을 뒤로하고 부대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안보환경 엄중한데다 병력 충원에 심각한 차질 빚어질 위험…모병제로 뽑는 간부부터 사명감과 자질 향상에 힘써야 -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은 현재 ‘휴전상태’라는 남북한 대치로 인해 ‘징병제(conscription)’를 채택하고 있다. 대규모 군대 유지를 위한 모든 국민의 공평한 병역의무 이행, 이를 통한 국민적 일체감 형성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징병제는 총력전(total war)을 일상화하면서 대두됐고, 안보위협이 클 때 채택한다.



냉전시대에는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징병제를 시행했고, 지금도 유엔에 가입된 193개국 중 66개국이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다. 34개 OECD 국가 중에서 10개 국가가 징병제를 유지한다. 한국을 포함해 이스라엘·터키·그리스 등으로 주로 주변국과 긴장 관계를 안고 있는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동북아 지역의 세력 각축이 첨예화 됨에 따라 일본에서도 징병제 도입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전방 22사단에서 있었던 임병장 총기난사 사건, 지난 8월 28사단에서 불거진 윤 일병 구타 사망사고와 같은 악성 병영사고를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모병제로의 전환 가능성이 제기됐다. 군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군대를 가도록 하면 부적응 병사들은 없어지리라는 논리다. 그러나 관건은 현재 우리의 안보상황이 모병제를 거론할 만큼 한가롭지 않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미사일에 탑재해 공격할 정도로 ‘소형화·경량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북한 수뇌부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에서 급변사태 등이 발생할 경우에는 더 큰 규모의 군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선 우리 주변국들을 둘러보자. 중국은 지난 수년 동안 두 자릿수로 국방비를 증대하며 군사력을 현대화하고 있고, ‘방공식별구역’의 일방적 선포에서 보듯이 공세적인 성향을 노골화하고 있다. 일본도 이에 대응하여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으로 팽창적인 태세를 강화한다. 다수의 학자가 한말(韓末)에 있었던 강대국들의 세력 각축이 한반도에서 재현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병제 전환을 논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 현실적인 문제로 현재의 상황에서 모병제로 병사를 모집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젊은이가 지원하게 될까? 모병제를 주장하는 사람은 자신이 병사로서의 인생을 선택하거나 자신의 자식에게 평생 군대에서 병사로 근무하도록 추천할 것인가? 그들은 보수만 충분히 약속하면 상당한 지원자가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러면 얼마 정도의 보수면 젊은이들이 병사로서의 직업을 선택할까? 상병을 기준으로 150만 원이면 지원할까, 300만 원이면 지원할까? 나 자신이나 내 자식이 직업으로서 병사를 지원한다면 어느 정도의 보수라야 관심을 갖게 될지 미지수로 남아 있다.



모병제 선택한 대만도 징병제로 회귀 목소리



경계 훈련에 투입된 육군 제 25사단 병사들. 출산율 저하로 징병 대상 인구의 90% 이상이 군에 입대하는 시절이다.




최근 모병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대만의 사례를 보자. 대만에서 모병제는 군대의 전문성 향상을 명분으로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선거공약으로 내건 사항이다. 그리하여 2011년부터 모병제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연도별로 모병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3년에는 2만 8천 명의 모병 목표를 세웠지만 8603명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결국 대만 당국은 본래 2015년 1월로 계획했던 모병제 전환 시점을 2년 뒤인 2017년 1월로 연기하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대책도 마련했다. 대만은 병사들과 하사관들에게 최대 4천 대만 달러(미화 133달러)에 이르는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고, 복무 중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제대 후에는 취업을 적극 지원한다고 약속하는 등 처우를 대폭 개선해 올해는 모집 목표를 채웠다. 하지만 과거 50만 명 정도였던 군 병력을 현재 절반 수준인 25만 명 정도로 줄였고, 향후 5년간 20%를 더 감축해 17만~19만 명 선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결국 대만은 모병제를 위해 병력을 감축하고, 군사대비태세의 약화를 감수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병사들에게 약속한 대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국방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방세의 도입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징병제로의 복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에서 최근에 모병제로 전환했거나 전환 여부를 검토한 국가는 러시아·독일·스위스다. 러시아의 경우 푸틴 집권 이후 2002년부터 모병제 전환을 추진했지만, 아직도 병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다. 현재 러시아는 48만 명 중 40% 정도를 모병제로 선발하는데 공수부대, 전략미사일군, 잠수함 병사의 경우 대부분을 모병제로 선발하므로 일반 부대의 모병제 비율은 훨씬 낮다. 우수 모병 인력 확보를 위해 출퇴근 보장, 3년 근무 시 대학입학 자격 부여, 근무기간 연장 시 주택구입 자금 장기대출 등 다양한 유인책을 제시하지만, 성공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독일은 2011년에 모병제로 전환을 이루었다. 독일 연방군의 병력을 18만 5천 명으로 감소시켰기에 가능했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소련이 독일에 25만∼30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라고 요청했음에도 37만 명을 유지하겠다고 고집하던 독일이 생각을 바꾼 것이다. 그래도 통일 이후 20년 넘게 징집제를 유지해왔다는 점을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이다. 스위스의 경우는 2013년 9월 징병제 폐지를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국민의 73.2%가 징병제의 유지를 지지했다. 징병제 덕분에 200년 넘게 외침을 받지 않았고, 국민적 통합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징병제냐, 모병제냐의 여부는 그 국가의 위협 정도, 경제 및 인구 측면의 상황, 정치 및 사회적 여건, 국민여론 등을 신중하게 감안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 모병제가 거론되는 것은 총기 난사, 구타, 자살과 같은 악성 병영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다. 사고예방을 명분으로 국가안보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곤란하다.



이렇게 모병제를 선택한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사고가 예방될까? 모병제가 병사들의 복무 동기를 강화할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동기가 높다고 하여 악성 병영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모병제가 되면 더욱 엄격한 서열이 형성될 것이고, 고참병들은 하급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지도해야 한다. 그런 와중에서 구타나 가혹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징병제는 2년 정도의 의무 복무기간만 참으면 되지만 모병제에서는 수 년을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차원에서 고참병의 폭력에 대해 하급자는 속수무책일 수도 있다.



모병제, 빈익빈부익부 현상 부추길 수도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호에 승선한 인민해방군 병사가 망원경으로 해상경계를 펴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같은 징병제 국가다.




모병제의 경우 군대 내부의 문제가 더욱 은폐되거나 곪을 수 있다. 징병제의 군대에 비해 모병제의 군대는 더욱 폐쇄적으 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떤 병사가 군대 전체의 입장과 다른 말을 할 경우 그 병사는 바로 공적(公敵)으로 간주될 것이고, 내부적으로 어떤 린치를 당할 가능성도 높다. 군대에서 발생하는 제반 문제가 은폐될 가능성도 현재보다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악성 병영사고 예방을 위해 모병제 전환을 주장하는 것은 그 원인이 우리 모두에게 있는데도 책임을 제도에 전가하면서 힘든 노력은 하지 않겠다는 심리일 수 있다. 징병제가 그 원인이라고 말함으로써 가정교육과 학교교육 등 우리가 잘못 한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동기로 보인다는 것이다. 한국이 현재 상황에서 모병제를 선택한다면 대폭 인상된 인건비를 부담할 수 있어야 하는데, 거기에 소요되는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까?



2014년 3월에 발표된 ‘국방개혁 기본계획(2014∼2030)’에 따르면, 한국은 병력을 2012년 63만 6천 명에서 단계적으로 11만 4천 명을 줄여 2022년에는 52만 2천 명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정도의 병력을 모병제로 유지 하고자 한다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까? 만약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면 병력을 줄 일 수밖에 없는데, 그럴 경우 대만처럼 모 병제를 위해 군사대비태세를 약화시키는 본말전도(本末轉倒)의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현재 11만 6천 명 정도인 부사관을 15만 2천 명으로 3만 6천 명 늘리는 것을 계획하고 있지만, 예산부족으로 이 계획을 시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3년의 경우에도 3천 명의 부사관을 선발해야 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1500명 남짓을 선발하는 데 그쳤다. 2008년부터 특수 분야를 중심으로 유급 지원병제를 적용해오고 있지만, 이에 따른 예산부담도 적지 않은 것다.



모병제 전환을 위해서는 막대한 국방예산을 보장하든가, 아니면 첨단의 무기체계를 구입할 예산을 인건비로 전환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의 상황은 어느 것도 가능하지 않다. 경제활성화 및 복지 향상을 위한 예산으로 인해 국방예산의 증가율을 억제할 수밖에 없고, F-35 전투기, PAC-3탄도탄 요격미사일, 이지스함 등 첨단 장비를 구입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상무(尙武)의 전통이 깊은 미국에서도 문제점으로 제기되 지만, 모병제를 실시할 경우 군대가 빈곤층의 자제로 채워질 가능성도 크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부모가 자식을 병사로 평생 근무하도록 허용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군의 경우에도 시민권과 연금을 확보하고자 하는 소수민족이나 빈곤층에서 충원된 군인들이 많다. 결국 모병제의 군대는 금전적으로 궁해진 젊은이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용병(傭兵)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군대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병제의 군대는 군대 스스로의 이익에 충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군대 전체의 이익이 위협받고 있다고 할 때 모병제 군대는 이등병에서부터 대장까지 단결할 가능성이 있고,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그들의 이익 증진을 위해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모병제로 전환을 결정했다고 치자. 대만처럼 지원자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 봉급을 더 올릴 것인가? 그래서 일시적으로는 지원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 몇 년 후에 지원자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 지원자가 없으니 군대를 축소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징병제로 전환할 것인가? 이렇게 되었을 때 그 부작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고, 그것을 수행하는 주된 세력은 바로 군대다. 따라서 군대가 중점을 둬야 할 것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튼튼한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고, 제도 개선도 그러한 범위 내에서 시행돼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접근법은 곤란하다. 자발적인 복무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모병제의 장점도 적지 않고, 이것은 가급적이면 수용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한국군의 경우 간부들은 모병제에 의해 모집되기 때문에 간부들의 사명감과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 우수한 젊은이들이 병사보다는 간부직을 선택하도록 복무기간을 조정하거나 간부들의 자존심을 고양하며 적재적소 보직으로 군복무가 사회에서 경력으로 인정받게끔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부사관들에게 분명한 역할을 부여하고, 첨단 무기 및 장비의 운영에 관한 확실한 전문성을 갖추도록 하며, 자긍심을 갖도록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제도 개선도 안보의 범위 안에서 추진해야



여군 부사관을 증대시키는 것도 효과적인 방안이다. 여군들이 행정이나 지원분야에 근무할 경우 이동과 진급의 부담이 적은 부사관 신분이 편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군이 행정이나 지원분야에서 남자 군인들을 대체해준다면 그 분야에 종사하던 남군들은 전투분야로 전환이 가능하고, 결과적으로 전투분야를 보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현재의 모병제 체제 안에게 병사들의 자율권을 충분히 보장해주는 방안도 있다. 병사들을 보호 및 통제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시민(citizen in uniform)으로 존중하고, 동시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될 수도 있겠지만, 계속되면 병사들의 책임의식이 커지면서 주도적인 병영생활을 해나갈 것이다. 한국군 병사들은 세계에서 가장 학력이 높고, 서양 군대의 병사들과 같은 자율권만 지니게 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병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병사는 동일한데 모병제에서는 자율권을 줄 수 있고, 징병제에는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민은 최근 빈발하고 있는 악성 병영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요구한다. 모병제를 거론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동기지만, 이것이 특효약도 아니고, 특효약도 없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병영문화를 쇄신해나가고, 싸우는 군대로 바꿔가며, 초급간부들의 질을 비롯해 군 간부들의 전문성을 향상해나가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노력이 이루어질 때 점진적으로 선진군대로 전환돼나갈 것이고, 악성 병영사고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가 매년 실시하는 범국민 안보여론조사를 보면, 2012년의 경우 일반국민 70.7%, 전문가 71.7%가 징병제의 필요성에 대해 지지의사를 보냈다. 아직도 우리 국민 대부분은 징병제를 선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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