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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현 칼럼] 강원도가 죽어야 평창이 산다

중앙일보 2014.11.05 00:04 종합 31면 지면보기
노재현
중앙북스 대표
벅찬 환희는 옛날얘기가 됐다. 2011년 7월 6일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강원도 평창군이 개최지로 선정됐다. 여름올림픽·월드컵축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이어 겨울올림픽까지 유치함으로써 세계 4대 스포츠 이벤트를 아우르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고들 기뻐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평창올림픽이 직간접 효과를 합쳐 모두 64조9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 언론은 2018년 평창에 ‘눈(雪) 대신 돈이 쏟아진다’고 표현했다.



 3년 남짓한 사이에 분위기는 확 가라앉았다. 강원도는 내년에 1000억원가량의 지방채를 찍을 계획이라 한다. 올림픽을 준비하려면 후년, 내후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빚을 내야 할 처지다. 강원도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18.7%. 누가 봐도 가랑이가 찢어질 지경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은 대한민국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치르는 올림픽이다. 그사이 우리는 월드컵축구대회, 부산 아시안게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인천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스포츠행사를 겪었다. 국민의 눈이 높아졌고, 비슷한 국내외 대회들이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는 광경도 많이 목격했다. 무려 500억 달러나 써서 동·하계 통틀어 가장 비싼 올림픽으로 기록된 소치 겨울올림픽이 끝난 후 박근혜 대통령이 “사후 활용을 잘 고려한 경제올림픽이 되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였을 것이다.



 지난달 막 끝난 인천 아시안게임도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주 천안상록리조트에서 열린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결과보고’ 자료를 보면 중국 광저우대회 운영비의 27%만 투입한 ‘알뜰한 대회’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아비판(?)으로 채워졌다. 성화 최종주자 사전 노출, 경기장 정전·누수 등 운영상의 문제부터 경기장을 짓느라 발행한 1조7502억원의 지방채 상환 부담, 연간 52억원으로 추산되는 경기장 운영적자 등 한두 가지가 지적된 게 아니다. 이 모두가 평창 겨울올림픽의 반면교사이자 부담이다.



 올림픽 개최지는 평창이지만 유치는 강원도가 나서서 성사시켰다. 강원도로서는 올림픽을 계기로 세금 덕을 톡톡히 보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강산’이라는 찬사에 가려진 저개발·저소득 구조에서 벗어나 면모를 일신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의 눈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오죽하면 인천 아시안게임 직후 “인천과 반대로만 하면 평창은 성공한다”는 말이 나돌았을까.



 정치인들이 이런 기류를 놓칠 리 없다. 지난달 평창을 방문한 여권 고위관계자는 강원도 국회의원, 올림픽조직위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겨울올림픽을 통해 강원도가 목구멍의 때를 벗기려는 생각은 하지 마시라”고 말해 참석자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안민석(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경기장 건립 문제를 놓고 “강원도에서 돈 다 내라. 국가가 무슨 호구인가. 국가 돈 다 삥쳐… 강원도가 하고 싶으면 도민들이 성금 걷고 기업들이 돈 내가지고 하는 게 맞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거센 반발이 일자 공식 사과를 하긴 했지만 “경상도나 전라도에 대고 그런 말을 했다면 그 정도로 끝났겠느냐”는 얘기가 강원도에서 나돈다고 한다.



 딱하기는 문화체육관광부도 마찬가지다. ‘경제 올림픽’이라는 말을 강원도는 지역에 경제효과를 안겨 준다는 뜻으로, 중앙정부는 ‘절약 올림픽’이라는 뜻으로 서로 다르게 번역한다. 온도 차가 크다. 문체부의 한 관료는 “강원도 인사를 만나 ‘전국의 월드컵 경기장들이 지금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을 아시느냐’고 말하자 ‘강원도는 월드컵 경기장 하나 없다. 우리도 그런 애물단지 좀 가져봤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사실 경기장만 해도 당초 계획은 좀 엉성했다.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장의 경우 1079억원을 들여 강릉시에 지은 뒤 대회가 끝나면 600억원을 들여 원주로 옮겨 짓는다는, 납득하기 힘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최근 문체부가 나서서 아이스하키·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상대적으로 싸게 지은 뒤 대회 후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대회 시설을 두고 지역감정 조짐마저 보이는 혼란 속에 정작 문화올림픽, 환경올림픽 구현이라는 중요한 가치는 실종된 상태다. 30년 만에 개최하는 올림픽은 한 세대 사이에 훌쩍 성장한 대한민국의 국격을 안팎에 과시할 절호의 기회다. 강원도 힘만으로는 턱도 없다. 중앙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일개 부처가 상하좌우 눈치를 보며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총리실에 대회지원위원회라는 게 있지만 그동안 회의는 단 한 차례 겉치레로만 열렸다. 강원도는 빠지고 범정부적으로 대회를 챙기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강원도가 죽어야 평창이 산다.



노재현 중앙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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