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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진열 바꾸고 사랑방처럼 꾸몄더니 손님 북적

중앙선데이 2014.11.02 00:40 399호 14면 지면보기
서울 망원동의 인기 동네 책방 39만일39에서 손님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송영오 인턴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3시쯤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동네책방 ‘만일’에는 손님들이 분주히 오갔다. 내부는 33㎡(10평) 정도의 아담한 크기였다. 원목으로 만들어진 벽면의 선반에는 인문서와 시집 등이 꽂혀 있었다. 문화·예술 관련 교양서가 많이 눈에 띄었다. 가운데 탁자 위에는 귤이 올려져 있었다. 손님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였다. 책들이 선반을 빽빽이 채우지 않고 있는 모습이 보통의 책방과는 다른 분위기를 냈다.

진화하는 동네책방

 ‘만일’은 석 달 전에 문을 열었다. 도서전과 같은 출판 관련 행사 전문 기획자인 이승주(32)씨가 주인이다. 그는 “주변의 아는 사람들과 중고 책 돌려보기 활동을 했는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더 만나기 위해 작업실로 쓰던 이곳을 개조해 책방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책방에는 20대 여성이 무료봉사를 하고 있었다. 화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동네에 잘 꾸며진 책방이 들어서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자발적으로 가끔씩 가게 일을 도와주고 있다. 나 말고도 이곳에 와 무보수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가 두 명 더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매주 일요일에 독서 모임이 열린다. 동네 주민들이 주요 참석자다. 종종 출판사 편집자 등을 불러 손님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만들기도 한다. 이씨는 “석 달간의 경험을 통해 생각보다 책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남유재씨는 “대형 서점과는 다른 방식의 서가 구성에 이끌려 자주 온다. 특이한 책이 많아 구경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주인 이씨는 아직 책방에서 생활을 유지할 수준의 수입은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량에다 책을 싣고 가 인근 동네 주민들에게 소개하는 ‘찾아가는 책방’ 이벤트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인근 동교동의 ‘별책부록’도 인기 있는 동네책방이다. 홍익대 근처에 있는 덕에 젊은 층 고객이 많다. 책과 함께 엽서·컵 등의 잡화와 중고 음반 등도 파는 곳이다. 디자인 관련 서적이나 문화 관련 잡지 등이 많이 놓여 있다.

 반년 전에 이 책방을 만든 주인 차승현(34)씨는 “아기자기한 잡화류는 매상에도 도움이 되지만 가게 분위기를 내는 데도 일조를 하기 때문에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차씨는 서점 직원 출신이다. 그는 “손님들과 소통하면서 가게 분위기에 계속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만일’의 이씨나 ‘별책부록’의 차씨는 유럽이나 일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책을 좋아하는 단골들을 많이 가진 특색 있는 책방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손님들의 반응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 체험의 공간으로 책방을 꾸미는 것이 두 곳의 공통된 인기 비결이다. 도서정가제 강화에 이들 책방의 주인 생각은 어떨까. 이씨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부분이 있겠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차씨는 “소규모 서점 주인으로서 새 제도가 실제적 효과를 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송영오 인턴기자 song45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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