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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강국 대한민국, 스마트 월렛에서는 왜 강자 안 나오나

중앙선데이 2014.11.02 01:01 399호 18면 지면보기
유독 금융 관련 규제가 많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 스마트 월렛의 확산에는 장애가 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 쇼핑몰 붐을 타고 전 세계에서 온라인 전자결제 서비스가 가장 먼저 활성화됐지만, 정작 스마트 월렛 경쟁에서는 뒤처지는 이유다.

해외 업체, 국내 시장 노리는데

예를 들어 국내에서 전자 결제에 필수적인 공인인증서를 설치하려면 어떤 운영체제(OS) 기반의 기기이건 우선 액티브X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

반면 페이팔이나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등은 이런 번거로운 절차 없이 한 번의 클릭과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간단히 결제할 수 있다. 또 페이팔 계정 하나면 해외의 다양한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쇼핑몰 하나하나마다 새로 회원가입을 하고 거기에 공인인증서 등을 등록해 인증 받아야 지불과 결제가 가능하다. 최근 해외 직구족들이 크게 늘면서 이들이 대거 페이팔 계정을 갖게 된 배경이다.

여기에 국내 IT기업들은 금산분리와 관련한 엄격한 법률과 전자금융 관련 감독 규정에 따라 금융 관련 업무에 직접 진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음카카오가 시중은행은 물론 신용카드사와 손잡고 모바일 결제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도 스마트 월렛 확산에 장애물은 있다. 전자결제 솔루션 전문 매체인 ‘Payments Cards and Mobile’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 월렛 확산의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는 ‘화폐와 기존 신용카드에 익숙한 소비자 트렌드’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응답자(복수 응답 가능) 중 77%가 기존 지급수단에 길든 이용 패턴을 스마트 월렛 확산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다.

개인정보 유출 같은 보안 문제를 스마트 월렛 기피의 이유로 꼽은 이는 전체의 76%였다. 개인정보 유출과 해킹 등이 사회 문제로 비화하는 일이 잦은 현실이 반영됐다. “결제 방식의 난립으로 혼란스럽다”는 응답자도 72%에 달했다. 비슷한 의견이지만 ‘서로 호환되지 않는 기술표준들’을 스마트 월렛 발전의 적으로 꼽은 이는 전체의 55%였다.

스마트 월렛의 본격 확산을 위해 개선해야 할 점들도 조사됐다. 우선 ‘결제 용이성과 속도를 비롯한 이용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고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9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PC뱅킹 중심인 기존 인증 방식보다 스마트 월렛에 적합한 인증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거나(87%), 멤버십과 쿠폰 등 부가적인 혜택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답한 이도 응답자의 84%였다.

류성일 KT경영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NFC·블루투스·앱카드 등 수많은 결제 방식과 기술의 난립으로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만큼 기술표준을 조속히 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적용 기술마다 장단점이 뚜렷하다는 점도 이런 표준이 통일되기 어려운 요인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사들이 주도했던 모바일 결제 방식인 NFC(Near Field Communication·근거리무선통신)는 부정 사용이나 인식 오류가 적은 대신 가맹점들이 전용 리더기를 새로 구비해야 한다.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반면 금융권에서 주도하고 있는 바코드 및 앱 결제 방식은 가맹점이 기존 리더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지만 결제를 할 때마다 해당 앱을 실행해야 한다. 또 최근엔 관련 해킹 사고도 종종 발생하는 등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떨어진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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