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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安步當車<안보당거>

중앙선데이 2014.11.02 02:19 399호 27면 지면보기
『전국책(戰國策)』은 전한(前漢)시대의 유향(劉向)이 전국시대(戰國時代)에 활약한 여러 제후국 전략가들의 정치·군사·외교 관련 책략을 모은 것이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제(齊)나라에 안촉(顔斶)이란 덕망 높은 선비가 있었는데 벼슬엔 뜻이 없었다. 하루는 제선왕(齊宣王)이 그의 명성을 높이 사 궁궐로 불렀다. 그러나 안촉은 대궐 계단까지 와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았다. 이에 왕이 “안촉, 이리 오게나”하며 소리를 지르자 안촉은 “대왕, 이리 오시게” 하며 맞고함을 쳤다. 놀란 신하들이 “무엄하다”며 비난했다. 그러자 안촉은 “제가 왕 앞으로 걸어 나가면 권세에 굽히는 게 되고 왕께서 제 앞으로 오신다면 예로서 선비를 대하는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고 답했다.

화가 난 왕이 “군주가 귀한가, 아니면 선비가 더 귀한가”라고 물었다. 안촉은 “당연히 선비가 귀합니다”라며 예를 들었다. “옛날에 진(秦)나라가 제나라를 공격할 때 진나라 왕은 덕망 높은 선비 유하계(柳下季)의 묘를 보호하기 위해 그의 무덤에서 50보 이내에 있는 풀잎 하나 건드리는 자가 있으면 참수형에 처한다고 했습니다. 또 제나라 임금의 머리를 베어오는 자에겐 만호후(萬戶侯)의 벼슬을 내린다는 명을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임금의 머리가 죽은 선비의 무덤보다 못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제야 선왕은 안촉의 비범함을 알고 높은 벼슬자리를 약속하며 유혹했지만 안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늦은 시각에 식사를 하면 고기를 먹는 것과 같이 맛이 달고, 안전하게 천천히 걸어 다니면 수레를 타는 것처럼 편할 것이요, 죄를 짓지 않고 지내면 권세나 귀함을 누리는 것과 같고, 청렴하고 바르게 산다면 스스로 즐거울 것입니다(晩食以當肉 安步以當車 無罪以當貴 淸靜貞正以自虞).”

여기서 ‘청렴한 생활을 한다’는 뜻의 안보당거(安步當車)란 말이 나왔다. 남에게 죄 짓지 않고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며 바르게 살면 권세를 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마음가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얼마나 많은 현대인이 이른바 출세(出世)라는 신기루에 취해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또 남에게 해코지 하는 일도 서슴지 않던가. 살인교사도 마다하지 않았던 어느 시의원의 인생이 가엾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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