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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현양 아버지 "생일날 돌아왔구나, 고맙다"

중앙일보 2014.10.30 00:52 종합 8면 지면보기
세월호 실종자인 황지현양의 부모가 29일 진도군청에서 딸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다. [뉴시스]


29일 오후 9시쯤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설치된 시신안치소 앞. 천막으로 된 안치소 쪽으로 시신 한 구가 실려오자 실종자 가족들의 얼굴이 일순간 굳어졌다. 조금 뒤 시신을 확인한 가족들은 일제히 울음을 터뜨렸다.

남색 레깅스에 발 크기 250㎜
세월호 시신 발견 하루 만에 수습
DNA 검사로 오늘 최종 신원 확인



 세월호 참사 196일 만에 돌아온 시신은 곧바로 시신안치소로 옮겨졌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시신의 DNA를 채취한 뒤 곧바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냈다. 분석 결과는 30일 오전 중 나올 예정이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남색 레깅스 등 옷가지와 250㎜인 발 크기로 미뤄볼 때 안산 단원고 황지현(17)양의 시신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황양의 아버지 황인열(51)씨도 시신을 확인한 뒤 “고생했다. 생일날 돌아왔구나. 고맙다”며 오열했다. 황양의 어머니는 “아이고, 내 딸아”라고 외치며 땅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마침 이날은 황양의 생일이었다. 실종자 가족들도 이날 오후 한자리에 모여 조촐한 생일잔치를 열었다. 생크림케이크 앞에 선 황양의 아버지는 “부디 하늘나라에서 편하게 있어. 아빠가 따라갈게”라며 흐느꼈다. 황씨의 뒤편에서 생일 축하노래를 따라 부르던 실종자 가족들도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황씨 부부는 6월 중순부터 넉 달째 매일 아침 팽목항 방파제에 아침상을 차려 왔다. 이날 오전에도 정성껏 아침상을 준비했다. 평소 상에 올리던 밥과 과일 옆에는 미역국과 케이크가 함께 놓였다. 부부는 딸이 평소 좋아했던 초콜릿과 피자, 삶은 계란도 준비했다. 정성껏 차린 생일상에는 전날 찾은 시신이 딸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대책본부는 지난 28일 세월호 선체 4층 여자화장실에서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 한 구를 발견한 뒤 이틀간 시신 인양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사고 해역의 물살이 거센 데다 시신 발견 장소의 공간이 좁아 난항을 겪었다.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한 것도 변수로 작용했다. 하지만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시도한 끝에 오후 6시18분쯤 시신을 건져내는 데 성공했다.



 가족들은 시신 인양이 지연되자 온종일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들의 법률 대리인인 배의철 변호사는 이날 오후 진도군청에서 브리핑을 통해 “전날 시신이 발견된 곳은 가족들이 지속적인 수색이 필요하다고 지목했던 바로 그 장소”라며 “현장지휘본부가 수색 완료를 선언한 지점에 대해 가족들은 발견 전날까지도 수색을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와 가족들은 브리핑 중간중간 허리를 굽혀 수색 관계자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배 변호사는 “잠수사들이야말로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며 영웅”이라고 했다. 일부 가족은 수십 차례에 걸친 수색에도 시신을 발견하지 못한 정부의 미흡한 수색작업에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이날 오전에는 대책본부를 찾아가 “그동안 시신 발견 장소를 10차례 넘게 수색하고도 시신을 못 찾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295번째 시신이 발견된 선체 4층 여자화장실 부근은 수색팀이 11~24차례에 걸쳐 수중 수색작업을 벌인 곳이다. 이번 시신 수습으로 남은 실종자는 9명이 됐다. 



진도=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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