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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낙하산 인사는 없다'는 말을 믿고 싶다

중앙일보 2014.10.30 00:02 종합 34면 지면보기
구글에 ‘낙하산 인사’를 검색하면 92만 건이 검색된다. ‘박근혜 낙하산’을 검색해도 55만 건이 넘는다. 지난 1년8개월간 수많은 총리·장관 후보자들이 쓰러졌고, 윤창중·윤진숙 같은 이름이 뇌리에 선명하다. 현재도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자니 윤 한국관광공사 감사,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등이 낙하산 인사 의혹에 오르내리고 있다. ‘친박연대 대변인’ 출신의 여성 변호사가 시중은행 감사에 내려꽂히고, 청와대 간담회 때 대통령 옆에 앉았던 여성이 한국기업데이터(KED) 대표로 내정됐다가 스스로 거절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그제 국감에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저희는 낙하산 인사 하지 않습니다. 자격 있는 사람만 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비선라인 인사 개입설은 “너무나 황당한 얘기”라 했고,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에 대해 “전혀 실체가 없다”며 부인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우리도 김 실장의 말을 믿고 싶다. 그렇다면 전당대회 직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견제받지 않는 소수 권력의 독선이 문제”라는 경고나, “청와대 얼라(어린아이)들이…”라고 따진 유승민 의원은 전혀 엉뚱한 곳을 짚은 셈이다.



 하지만 김 실장의 주장을 뒤집어 보면 논리가 궁색하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해외순방을 하면 50%를 넘고, 인사 참사가 터지면 50%가 깨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외교·안보는 잘하는데 인사가 문제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만약 김 실장의 주장대로 비선라인의 인사 개입이나 낙하산 인사가 없었다면, 꼬리에 꼬리를 문 인사 참사들은 전적으로 청와대 인사위원회를 이끌어온 그의 책임이다.



 그나마 안정적인 박 대통령 지지율의 상당부분은 야당과 북한의 헛발질 덕분이다. 이런 반사이익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물론 비선라인과 낙하산 인사가 실제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렇게 믿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정치 현실에서 팩트보다 이미지가 더 중요할 때가 적지 않다. 이미 ‘문고리 권력’이나 ‘수첩 인사’가 보통명사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김 실장이 ‘낙하산 인사는 없다’는 자신의 말을 입증해 보이려면 이제부터라도 정말 대단한 각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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