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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0)<제 76화>화맥인맥(99)|월전 장성운

중앙일보 1982.04.03 00:00 종합 7면 지면보기
나는 75년10월17일부터 한달 동안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

쾰른에서 며칠동안 묵으면서 쾰른 돔(성당), 딸과 사위가 공부하고 있는 쾰론대학도 구경했다.

유럽여행|루브르 박물관선 그 규모에 먼저 놀라|수장 품은 보아도 보아도 끝이 없어|건축물론 성 베드로 성당이 으뜸

수도인 본에 들러 우리 대사관에도 가 보았다.

마침 박물관에서 동양고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어 중국서예와 일본글씨들을 볼 수 있었다. 관장을 만나보니 그는 서독에서 권위 있는 동양통의 50대 박사였다.

그는 진열된 한문 글을 원음대로 술술 내려 읽으면서 뜻까지 설명했다.

내가 한국화가라는 걸 알고 그는 자기가 몇 해 전에 한국에 가 경주와 해인사를 보았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서독을 떠나 벨기에 브뤼셀로 갈 때는 기차로 국경을 넘었다.

서독과 벨기에의 국경이라고 하나 이렇다 할 표지판 하나 없고 경계선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어느 평범한 작은 역에 기차가 멈추었을 때 복장이 다른 승무원들이 교대하는 것만 눈에 띄었다.

이것이 나라와 나라사이의 국경이란 말인가…. 제나라 안에 휴전선이란 어마어마한 국경 아닌 국경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부럽기까지 했다.

마침 브뤼셀공보관 전시장에서 특별기획으로 초대 전시되고 있는 프랑스 지방 미술관 소장의 작품들과 「마티스」의 데생 특별전을 본 것은 큰 수확이었다.

영국의 런던에서는 전부터 잘 아는 우리대사관 최종익 공사의 도움으로 매주 토요일에만 있다는 버킹검궁 앞의 의장대 분열 행진을 보았다.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사원, 런던타워, 대영 박물관 등을 모두 구경했다.

대영 박물관의 이집트와 그리스 실에서 그 엄청난 수집 품을 보고는 영광스러웠던 지난날의 대영 제국의 위세를 읽을 수 있었다.

그리스에서는 관광버스로 아크로폴리스 신전을 보러 떠났다.

여기서 우연히 채명신 대사를 만날 수 있었다. 마침 장예준씨가 아테네에 들러 그와 함께 아크로폴리스에 왔다가 우리 일행과 마주쳤다.

로마시내에 자리잡고 있는 바티칸시티에서는 먼저 바티칸박물관을 보았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벽화·천장화를 보고 우선 그 예술가들의 절륜한 정력에 압도되었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예배당 벽화인 『12사 도상』『일월의 창조』『노아의 홍수』등 거작들은 인간능력의 무한을 과시하는 듯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성당을 꼽는다면 파리의 노트르담,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쾰른의 돔 등을 들 수 있으나 내가 보기엔 건축물의 규모나 내부의 호화함에 있어 단연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이 첫째인 것 같았다.

이탈리아에서는 기차로 스위스까지 갔다. 기차를 타고 알프스 길목인 이-서 국경역 도모도솔라에 멈췄다. 차창 밖 상록수 숲 사이로 보이는 만년설을 정상에 인 몽블랑의 연봉들, 산허리에 걸쳐 오가는 구름들은 태고의 절경이었다.

제네바는 참 깨끗한 도시였다. 그 동안 몇 개국의 도시들을 들러보았지만 이렇게 정돈되고 깨끗한 곳은 처음 보았다.

더욱이 시 중심부에서 지척에 있는 레만 호는 그야말로 관광국 스위스의 면목을 세워주는 명승지였다.

스위스에서는 상업도시인 바젤에 가 고대에서 현대까지 막대한 양의 회화와 조각작품을 수장한 바젤 박물관을 보았다.

파리에서는 서울대 미술대학 제자인 권영우군의 안내로 인상파 미술관부터 구경했다.

지하까지 3층으로 된 이 미술관은 문자 그대로 명인 대가의 걸작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세잔」「고호」「고갱」「마네」「모네」「드가」등 이미 세상에 널리 소개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역작들이어서 화가들의 창작태도가 얼마나 성실하고 진지했는가를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에 들어가서는 취하고 말았다.

우선 미술관 건물의 엄청난 규모에 압박감을 느꼈고, 다음으로 너무도 많은 수장 량에 진력을 느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진열실, 보아도 보아도 한이 없는 수장 품, 그저 들끓는 관람객 틈에 끼여 어리둥절했다.

파리에서 미술관·박물관은 샅샅이 돌아보았지만 특히「로댕」박물관이 인상적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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