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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때문에 "국회는 주차 전쟁 중"

중앙일보 2014.10.27 11:30
오전 국회 내 어린이집 유아 동승 주차장에 불법주차 돼 있던 모 정부기관의 하이브리드 승용차가 견인되고 있다.




“혹시 여기 있던 검정색 승용차 못 봤나요. 잠깐 국감장을 다녀왔는데 차가 사라졌어요.”



27일 오전 10시쯤 국회의사당 본청 민원실 앞. 자신을 모 부처 소속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30대 남성이 경비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붙잡고 하소연을 시작했다. 국회 국정감사에 필요한 서류 등을 나르기 위해 관용차를 잠시 주차했는데, 불과 20여 분 만에 차가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경찰관은 “주차 단속은 우리 업무가 아니라 국회 사무처 업무이기 때문에 도움을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이번 국감 기간 동안 피감기관 공무원 다수가 국회 관내에 불법주차를 했다가 견인 조치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27일 국회 주차관제실로부터 제출 받은 ‘주차 단속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감이 시작된 지난 7일부터 24일까지 국회는 불법주차 차량 총 98대를 견인하고, 413대에 불법주차 스티커를 발부했다. 단속이 없었던 주말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35대 꼴이다.



견인된 차량의 상당수는 국회 내 어린이집 유아 동승자 전용 주차장에 불법주차를 한 경우였다. 국회 관계자는 “어린이집 주차장은 사전에 유아 동승 차량으로 신고한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는데, 최근 이곳에 불법주차가 급증하고 있다는 신고가 여러 건 들어왔다”며 “이 경우 즉각 견인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27일 오전 국회 민원실 앞. 국정감사를 위해 국회를 방문한 피감기관 공무원 수 십 명이 출입증을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피감기관 공무원들도 나름의 변명은 있다. 국감장으로 프린터와 각종 책자 등 무거운 짐을 날라야 하는데, 30분 정도 주차가 가능한 임시주차장이 항상 꽉 차 있다는 것이다. 국회 본청 앞 임시주차장은 차량 30여대만 수용이 가능하다. 국회를 방문하는 수 백 명의 피감기관 공무원들의 차량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한 공무원은 “잠시 비상등을 켜놓고 국감장에 짐을 전달하고 왔더니 차가 사라져 무척 당황했다”고 말했다.



국회 인근 한강 둔치주차장에 주차를 해야 하는데, 거리도 멀뿐더러 별도의 주차 요금까지 내야하기 때문에 ‘잠시 불법주차’는 불가피하다는 게 피감기관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하지만 국회는 “불법주차 단속에 예외는 있을 수 없다”며 “국감과 관계없이 엄정하게 주차단속을 실시하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윤석 기자 america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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