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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우울증, 중년이 37% … "집에 있지 말고 취미·운동을"

중앙일보 2014.10.27 01:11 종합 2면 지면보기
성격이 활달해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렸던 김모(53·여·경기도 일산)씨. 그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1년 전이었다. 먼저 몸에 변화가 생겼다. 폐경이 찾아왔다. 그러자 마음도 전과 달라졌다. 갑자기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덩달아 말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남편(58)이나 딸(19)과의 대화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하지 않았다. 등산도 종종 다니고 노래교실 수업도 곧잘 들었던 그가 방문을 걸어 잠그고 두문불출(杜門不出)했다.


폐경 전후 갑자기 자신감 줄어
가사노동 등 스트레스도 영향
“모임활동도 도움 … 반드시 금주”

 반년이 지나서야 남편 손에 이끌려 김씨는 병원을 찾았다. 현재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있다. 연락이 뜸했던 주변 사람과도 다시 어울린다. 김씨는 “아이도 어느 정도 컸고, 사는 데 불편이 없을 정도로 돈도 모았는데 폐경과 함께 ‘이제 내가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갑자기 밀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를 받고 세상과 다시 만나면서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중년 여성이 우울하다. 2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2009~2013년) 우울증 진료 환자를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여성 우울증 환자 중에서 중년(40~50대)이 18만1886명으로 36.9%를 차지했다. 특히 50대 환자가 10만4707명(21.2%)이나 됐다. 40대 이상 여성 진료 환자를 기준으로 하면 전체의 절반 이상인 53.5%를 차지했다. 5년간 전체 우울증 환자도 55만5528명에서 66만4616명으로 19.6% 늘었다.



 중년 여성이 특히 우울증에 취약한 이유는 여성호르몬의 영향이 크다. 일산병원 이선구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여성은 월경·출산·폐경에 따른 호르몬 변화가 심하면 감정 변화가 클 수 있다”면서 “특히 중년기 여성이 폐경 전후에 겪는 호르몬 변화는 자기 자신을 가치 없다고 느끼고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등 부정적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중년 여성의 우울증을 호르몬 변화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산병원 이선구 교수는 “생물학적인 차이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역할의 차이도 여성 우울증에 영향을 준다”며 “육아·가사와 직장 생활의 병행, 시부모와의 갈등, 남성우위 사회에서 느끼는 생활 스트레스를 많이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몸에 이상이 없는지 여러 검사를 해보고도 숨겨진 병이 있지 않은지 건강을 지나치게 염려한다”며 “배우자를 믿지 못하면서 자기 존재가치를 의심하고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중년 우울증의 특징을 설명했다.



 이처럼 우울증은 우울감과 의욕 저하 등이 나타나는 정신적 질환이다. 가볍게는 수면 장애나 불안, 성욕·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거나 오래 방치할 경우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고, 필요하다면 약물과 의사 상담 등 적극적인 치료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도록 평소 건강한 습관을 가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생각 ▶꾸준한 운동 ▶규칙적인 식습관 ▶금주 등을 권한다.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진 환절기에는 우울해지기 쉬운 만큼 오히려 더 활발한 야외 활동을 권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박병두 심사위원(정신과 의사)은 “걷기·조깅·수영 등 자신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나 모임·취미 활동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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