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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한국 지지, 그러나 중국에 우호정책 펴야"

중앙일보 2014.10.27 01:10 종합 3면 지면보기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아시아 중심 전략이 맞물리고 한·일, 중·일 갈등까지 겹쳐 동북아 외교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냉철한 현실 진단과 현명한 미래 모색을 위해 본지는 지난 8월 19~22일 우드로윌슨센터·헤리티지재단·전략국제문제연구소·브루킹스연구소 등 미국 워싱턴의 4대 싱크탱크 수장을 차례로 인터뷰했었다. 그 후속으로 중국의 핵심 싱크탱크 수장들을 만나 중국의 입장을 들었다. 이번에도 박진 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객원 인터뷰어로 참여해 대담했다. 첫 순서로 중국 민간외교의 총사령탑인 공공외교협회 리자오싱(74·사진) 회장을 만났다. 리 회장은 외교부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중국의 외교 실세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남북한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단, 중국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조건 아래서였다.



리자오싱 중국 공공외교협회장은 건국 이래 영어가 가장 유창하다는 평가를 받는 베테랑 외교관이다. 통역이 실수하면 현장에서 바로잡아 통역들의 기피 인물이 될 정도였다. 유엔 대표·주미 대사(1998~2001년)·외교부장(2003~2007년)을 역임했다. 사진은 지난 5월 본지가 공동 주최한 ‘제주포럼’에 참석한 리 회장. [중앙포토]

[중국 핵심 싱크탱크를 가다] ① 리자오싱 공공외교협회장
북핵 문제 6자회담 재개해 풀어야 … 한·미 훈련 자제, 북 핵실험 중단을
미국, 중국 주권 침해해선 안돼 … 티베트 D씨(달라이 라마) 왜 만나나
난 칭다오 출신, 일제 과오 잘 알아 … 아베는 역사 수정주의 버려야



“남북 평화통일을 지지한다. 그러나 통일 후 한국이 중국에 우호적인 정책을 취하길 바란다.” 당대 중국 최고 외교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리자오싱(李肇星·74) 전 중국 외교부장의 한반도 통일관이다. 중국은 통일 한국이 자국에 이익이 된다는 판단이 설 때 지지할 것이라는 역설적 의미도 담고 있다. 중국 공공외교를 지휘하고 있는 공공외교협회장인 그가 지난달 23일 박진 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과 중국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만났다. 그가 2007년 외교부장에서 물러난 뒤 해외 언론과 인터뷰 형식으로 중국 외교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중국과 미국의 갈등요인과 해결방법은.



리자오싱
 “중·미 관계는 갈등보다 호혜·협력으로 풀어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이 중국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 미국이 계속 대만에 공격용 무기를 공급하거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범위 내에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티베트의 D씨(※그는 달라이 라마라는 이름 자체를 입에 담지 않았다)를 초청해 만나는 것 등은 중국의 주권을 무시하고 침해하는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양복 안주머니에서 유엔 헌장 수첩을 꺼내 ‘회원국 상호 주권 침해 금지조항’ 보여 주고 읽은 뒤) 미국은 무엇보다 유엔 헌장 7조의 회원국 간 상호 주권 존중과 평화 호혜 원칙을 지켜야 한다.”



 -최악인 중·일, 한·일 관계가 개선되려면.



 “일본이 먼저 역사 수정주의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과거 군국주의로 주변 국가에 끼친 피해와 고통을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내가 산둥성 칭다오(靑島) 출신이라 일본이 과거 중국의 주권을 어떻게 침해했는지 잘 알고 있다. 일본은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패배를 재빠르게 계산하고 연합군 쪽에 가담해 승전국 자격으로 칭다오를 손에 넣었다. 또 중·일 전쟁을 일으켜 아시아와 중국에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줬다. 현 아베 정부의 평화헌법 해석 변경이나 집단적 자위권 도입은 일본의 재무장을 초래해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크게 해치는 것이다. 일본은 과거 역사적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한국과 중국은 과거 역사 문제에서 같은 입장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의 꿈’과 ‘중국의 꿈’이 합쳐지면 ‘아시아의 꿈’이 실현된다고 했다.



 “양국은 역사·문화적으로 깊은 유대 관계를 가지고 있고 최근에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고 있다. 중·한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양국은 정치적·경제적으로 더 가까워질 것이다. 중·한 관계의 발전은 서로 이익이 되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외교부장 시절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각별히 노력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원하며 북핵 문제는 ‘9·19 성명’ 정신으로 돌아가 6자회담 재개를 통해 풀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과 한국은 합동 군사훈련을, 북한은 더 이상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을 자제해야 한다.”(9·19 공동성명은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된 것으로 북한의 핵무기 파기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복귀, 한반도평화협정과 북한에 대한 핵무기 불공격 약속 등이 골자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중국은 자주적인 남북한 평화통일을 지지하며 통일된 한반도가 중국에 대해 우호적인 정책을 취하길 바란다. 최근 북한의 고위 대표단이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남한을 방문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친하다고 들었다.



 “오랫동안 우정을 나눈 친구다. 각각 외교수장으로 있을 때 9·19 공동성명을 만들어 냈다. 그가 유엔 사무총장에 입후보했을 때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국무장관과 내가 뜻을 같이해 반 후보를 밀었다.”



 -중국 공공외교의 방향과 전략은.



 “중국은 유서 깊은 문명국가로서 세계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하는 적극적 공공외교를 펼쳐 나갈 것이다. 특히 공자의 유학사상은 한·중 간 인문 교류와 긴밀한 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전통 유학사상은 시대에 맞게 혁신과 계승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유학사상의 뜻을 기리고 중국의 전통문화 발전을 위한 의미를 강조했다.”







만난 사람=박진 전 국회 외통위원장

정리=최형규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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